아픔을 동반하지 않은 교훈은 의미가 없다는 걸ㅡ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 (鋼の錬金術師)>

by 도한솔 I Solar



아라카와 히로무,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 (鋼の錬金術師)>

"痛みを伴わない教訓には意義がない
人は何かの犠牲なしに何も得ることはできないのだから"

"아픔을 동반하지 않은 교훈은 의미가 없다.
사람은 무언가를 희생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으므로."

― 1화 프롤로그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뭐가 됐든 내가 이런 액션, 소년 만화를 보기도 하거나, 헬스키친, 쇼미 더머니를 각 시즌별로 본다(물론 좋아하는 시즌만 열심히 본다.)는 걸 알면 놀라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어쩐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다나.

하긴..., 나이 먹고 나서, 남들 다 본다는 <진격의 거인>, <슬램덩크>, <귀멸의 칼날>을 못 보긴 했다. 근데 그건 정확히는 여유가 안 돼서 못 본 거지, 취향이 안 맞아서 안 본 건 아니다. 약간 뭐가 됐든 시작하면 웬만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미라서. 그리고 정말 취향에 맞으면 인생 작품이 된다.

하가렌, <강철의 연금술사>처럼 말이다.

연금술이 주술이자 과학처럼 자리 잡은 세계, 형 에드워드 엘릭과 동생 알폰스 엘릭, 둘은 죽은 어머니를 되살리려다 금기된 인체 연성을 시도한다.

그 결과 에드는 왼팔과 오른 다리를 잃고, 알은 전신을 잃어 영혼만 갑옷에 봉인되는 참담한 결과를 낳는다.
엘릭 형제는 그들의 잃어버린 몸을 되찾기 위해 현자의 돌을 찾는 여정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거대한 음모와 국가적 비밀에 맞닥뜨리게 되는 게 이 작품 전반의 내용이다.

이 작품이 나를 사로잡은 이유는, 하나는 전반을 지배하는 핵심 철학인 등가교환의 법칙 때문이다.


"무언가 얻으려면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


이게 초반에는 무언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동등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과학적, 거래성 원칙이기도 한데, 결국 후반으로 갈수록 사람은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지만, 서로를 믿고 맡길 때 가능성이 열린다는 "공동체와 인간관계의 윤리"로 진화한다.


작품에서, 에릭 형제와 닥터 마르코, 호문쿨루스, 스카 등 원하는 것을 얻으려다 실패하고 대가를 치른 인물들이다. 연성이든 현자의 돌을 만들려는 행위든, 자연의 이치인 죽음을 거슬러서,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인간의 오만과 한계를 보여준다.

결국 수많은 역경과 고난, 깨달음 끝에, 에드와 알이 대가가 없는 힘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새롭게 정의하면서, 진리 문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모든 질문은 "너는 무엇을 희생할 각오가 있느냐"로 귀결된다.

최종 보스인 아버지(Father)는, 한낱 플라스크 속 작은 인간으로 시작했지만,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교만 그 자체이다. 그는 자신 안의 인간의 일곱 죄악(교만, 질투, 분노, 탐욕, 식탐, 색욕, 나태)을 인간처럼 형상화하여 분리해 낸다.

이슈발 내전, 아메스트리스 군국주의, 민족 갈등, 호문쿨루스의 음모가 겹쳐져, 폭력적 시스템 자체가 거대한 '연성진' 그 자체가 되지만, 결국 그들 역시 인간 본성의 왜곡된 한계를 가진 그림자, 에릭형제와 동료들의 유대에 허무한 끝을 맞이한다.

여기서 가장 의미가 있는 건, 정의로운 주인공이 이겼다는 단순한 결과가 아닌, 결핍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기대며, 인간적 한계 안에서 의미를 찾는 "진정한 진리"의 승리라는 사실이다.


"정답이다, 연금술사."



쓰다 보니, 또 너무 철학적인 이야기로 들어갔는데... 그만큼 <강철의 연금술사>는 캐릭터 하나하나 개성이 뚜렷하고 서사가 치밀한 엄청난 수작이다.

대사 하나하나의 철학적 질문과 액션, 감정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데다가, 개그와 드라마도 적절하고 질질 끌지도 않는데, 애니와 만화, 심지어 2003년판 구강철과 브라더후드(원작 충실)의 결말 둘 다 짜임새가 대단하다. 언제 봐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지.

하도 하가렌이 인생 작품이어서 그런지, 내가 절대적으로 믿는 연기과 삶의 신념도 "등가교환의 법칙"과 일맥 상통한다.


우리의 생명력, 우리의 능력, 움직이고 숨 쉬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은 위험수위의 이중법칙에 의해 보증된다.

1. 항상 잃는 것과 얻는 것이 있다.
2. 얻게 되는 것은 잃게 되는 것과 정확히 같은 크기이다.


중요한 건, 내가 뭘 기꺼이 내주고 싶은지, 그 대가를 감당할 각오가 있는지. 그게 멋진 사람이 되는 길이란 거지. 근데 나도 사실 잘 안돼. 왜냐면 우리 모두 부족한 인간이잖아?




Episode 1.

우리 할머니 돌아가시기 5년 전에, 한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한 배우분께서, 언제 할머니가 돌아가실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있는 스물 다섯 살인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지.

'삶과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순리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사람이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직업을 가진 배우라면, 절대 "나 자신의 감정"으로 빠져서 떼쓰고 그럼 안된다고.

그래서 올해 2월 초에, 6년 만에 다시 만나 뵀을 때 나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알아보시는 그분께, 그 말이 얼마나 내 삶을 지켜줄 수 있었는지 감사하다고,


"저는 정말 온갖 장르의 많은 강사와 교수님들을 겪었지만, 무대를 통해 배우는 것 역시 배움이니까, 저한텐 본인 역시 선생님이기도 하시다"라고 말씀드렸는데. (되게 민망해하셨지만, 난 진심 100%)

그때 뭔가 기분이 참 이상했어, 진리의 문에서 동생 알을 되찾은 에릭이 그런 기분이었을까?




Episode2.


내가 취향이 좁은 듯, 은근 이것저것 폭넓게 보는 편인데, 그래서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란다.

"누나가 이런 것도 봐요...?"
"한솔아, 너 이런 것도 해....?"

그럼 나는 어리둥절해지곤 한다.
<카드캡터 체리>와 <강철의 연금술사>가 최애 만화인 게, 그게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
(청명이 오빠랑 로이 머스탱이 각 최애.) 남들 다 그렇게 살지 않나.

어릴 적, 메이플스토리할 때도 사촌들은 마법사랑 도적 하는데, 나 혼자 창이랑 폴암 쓰는 검사로 3차 전직까지 했는데. (지금은 게임 안 함.)
엠넷은 짜증 나지만 경쟁 프로그램 소비하는 모순된 인간이 나인 걸. (쇼미 더머니 시리즈 최애는 릴보이, 신스.)

우선 이번에 <진격의 거인>은 1기 18화까지 봤다. 이번 2025년 4월에, 나 혼자 사람들 사이에서 뭔 소리인지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했던 게 민망해서 뒤늦게라도 시작해 봤는데 갈 길이 한참 멀었어. (라고 2025년 8월말에 썼지만, 중간에 보다가 너무 작화가 취향이 아니라서 탈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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