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배 혹은 3배 속의 아이코닉

두쫀쿠 한 입과 매일의 성한빈

by 도한솔 I Solar


대한민국은 유행의 나라다. 몇 개월 만에 유행이 순식간에 바뀌고 즐기는 게 문화인 그런 나라. 문화, 운동, 음식, 패션, 책, 인형..., 모든 부분이 그러하다.


사실 약간의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 피스타치오를 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슨 생각이었을까? 지나가다가 수량 제한이라는 말에 호기심 삼아서 산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를 한 입 베어 물고는, "음...."



내 입맛을 꺾기엔, 원래 카페에서 매번 시키곤 하던 치즈케이크가 내 미각을 더 충족시켜 주거든.




고집스러운가? 뭐, 그럴 수도. 근데 정확히 말하자면, 난 이 유행의 속도에 따라가기가 좀 어려운 사람이다. 그냥 하나 좋아하면, 그걸 매일같이 꾸준히 반복하고 그 감각에 만족하는 게 좋거든. 그 유행이 나를 바꿔줄 만큼 엄청난 감각이라면 나도 당연히 바뀌지만.


그래서 내가 3년 전 성한빈을 처음 보았을 때, 내 속도는 3배속으로 치솟았다. <보이즈 플래닛> 시그널송 직캠 속의 이 친구를 본 순간 눈에 별이 번쩍 보였다니까.


"세상에, 어떻게 이런 애가 실존하는 거야?"



한 살이라도 나이가 많은 사람만 고집하던 나를 새로운 세계로 입성시킨 2001년생 제로베이스원 성한빈.


한빈이 인기 많지. 근데 남들 다 좋아해서 따라 좋아한 게 아니라, 한빈이라서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너는 한빈이가 그렇게 좋니? 맨날 릴스 공유하게."라는 지인의 물음에 나는 뿌듯하게 답하지. "언니, 어제의 한빈이 오늘의 한빈이 완전히 달라요." 한결같은 내 취향이 매일 다른 설렘을 어떻게 주는지 설명 가능하거든. (한빈이를 연애대상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뭐.)


​옷도 그렇다. 애초부터 질 좋은 옷감에 내 체형에 맞는 옷이 좋고, 내 감각으로 골라진 액세서리가 좋은 걸. 남들 다 하는 건 나한테 안 어울려서. 머리카락 색을 자꾸 바꾸거나 샵을 옮겨 다니는 것도 피곤하다. (사실 머리를 다시 해야 하는데, 여러모로 상태가 안 좋아서 기른 상태가 일 년이 훌쩍 넘었다.)


MBTI가 유행하기 전부터 나는 이미 MBTI 검사를 매년마다 해왔는데 그게 유행이 되었고, 가끔은 그게 좀 신기하긴 해. 근데 진짜..., 교보문고 가잖아. <다크심리학>인가 그 책이 베스트셀러인데, 읽어본 바로는 나는 왜 그런지를 잘 모르겠어. 이거야말로 나한텐 두쫀쿠랑 같은 선상이랄까.


그냥 뭐,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차라리..., <강철의 연금술사>를 한번 더 정주행 하는 게 낫다 싶고. 남이 떠먹여 주는 인간 심리 이용법 이런 거 말고, '나'라는 사람이 추구하는 삶을 사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싶은 거지.




​내가 남보다 낫다는 선민의식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유행이라는 파도에 올라타지 못해 발버둥 치느라 인생이 어려웠던 적이 더 많았다. 내 치명적인 단점이 안무 하나를 외우는 데도 남들보다 느리고, 그 어떤 의도도 없었는데도 "넌 왜 그렇게 유난이야?"라는 소리를 닳도록 듣고 살았으니까.


근데 나도 <환승연애> 본다니까. 디저트 좋아해. 이런저런 유행하는 노래 들어. 라부부 귀여워.

대신 내 속도대로 갈 뿐이야.

내게 맞는 게 중요할 뿐이야.

아니면 안 할 자유가 있는 거뿐이고.


그러니까 ''지.

어떤 건 내가 훨씬 더 빠를걸?




여담

현장에서 만나면 어쩌려고 그래?
동종 업계인데 자존심도 없어?"


전공생 시절부터 내가 무언가에 푹 빠져 있으면, 저런 식으로 못마땅하다는 듯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20대 시절엔 그냥 좋아하는 것도 꾸역꾸역 숨겼는데...,


아니, 돌이켜서 보자고.

누군가의 피나는 노력과 그 결과로 빚어진 눈부신 재능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건,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 아니야? 저 친구가 이런 걸로 서열 짓기 할 친구 같으면 내가 좋아할 리가 없잖아. (물론 모르는 거긴 해도 난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이걸 알아보고 리스펙 할 줄 아는 내 태도야말로 내 직업을 대하는 진짜 자존심인데.


BEATRICE

​좋은 걸 좋다고 말할 때, 가장 나다운 속도가 나오는 걸.

느리게 고민하고 뜨겁게 몰입하는,

이게 나의 ICONIK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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