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짧게 쓰는 연습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인생이라는 시뮬레이션 속 생각은 종종 나를 앞질러 가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가다 어느 순간 멈춰 서게 된다.
그럴 때면 늘 회복기가 필요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나를 다시 나로 돌려놓는 시간.
지난해도 그랬다만, 올해는 특히나 그랬다. 이렇게나 조용히 시간을 보낸 적도 오랜만이었다.
헌데 이번 내 생일, 갑자기 "쏟아져오는 햇빛이 이렇게 좋았나?"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춘분의 날씨는 선선했고,
낮과 밤의 길이는 나란했고,
이제 낮이 더 길어질 거라는 사실까지 괜히 마음에 들었다.
남들이 다들 "바쁜 게 좋은 거야." 라고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안 바빠서 좋았어. 언제 또 이렇게 내 의지대로 오롯이 내 하루를 충실하게 느낄까, 하루가 흘러가는 속도를 내가 따라갈 수 있다는 게, 그게 이렇게까지 편안한 일이었나 싶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진짜 축하를 받는 하루.
그 마음들을 하나도 흘리지 않고 온전히 받아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생일 전날인 물고기자리 초승달 뜬 날도,
춘분인 내 생일 당일날도,
그 다음 날 BTS가 집 근방으로 공연하러 온 날도,
어제 친구랑 밥 먹고 카페 가서도,
딸기 먹고, 또 딸기 먹고. 계속 먹었다.
근데 상준씨가 생일 선물로 보내준 딸기도 오늘 도착해서 부지런히 먹어야 해. (...)
다 먹고 나면 한동안 그렇게 좋아하는 딸기 생각은 안 날 거 같다.
그리고 알았다. "생일 선물 안 주세요?" 같이 작업하던 지인에게 장난식으로 물었지만, 돌아오는 축하와 함께 갖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 앞에 나는 끝내 떠오르는 건 없었다. 음, 내가 이렇게까지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나, 라는 새삼스러운 실감이 들더라고? 필요한 것들은 이미 내가 나에게 주고 난 뒤였기도 하고. (그래도 호메가 보내준 신상 노트북에는 좋아했다. 이건 인정.)
그래서 좀 이상했어, 이렇게까지 바라는 게 없어도 되나 싶어서.
그래도 뭐, 굳이 하나 고르자면 있긴 해서 속으로 소원을 빌었는데,
다음 생일엔... 그게 뭐냐면,
음, 근데 이건 입밖으로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나만 알고 있을래.
어차피 행복이랑, 행운이랑, 책임 같은 것들은 둥글게 손잡고 결국 현실(Manifestation)이 될 거라고.
이번에 받은 카드도 그렇게 말해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