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떤 사람이야?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누군가가 “넌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고 물었을 때,
나는 대답을 망설인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언제 가장 나다웠을까.
그리고 그건 정말 내가 맞았을까.
기억을 더듬어본다.
사람들 앞에서 애써 밝게 웃던 날들,
조금 더 인정받기 위해, 더 예뻐 보이기 위해,
내 마음보다 타인의 시선을 먼저 의식했던 때.
그때 나는 ‘괜찮아 보이려는 사람’이었지,
진짜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
가장 나다웠던 순간은,
의외로 아무도 보지 않던 순간에 있었다.
밤늦게 혼자 걷던 길,
익숙한 노래를 들으며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 그때.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포장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았으며,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가 적당히 멀었던 시간이었다.
그때 나는 그냥, 나였다.
그리고 나는 가끔 글을 쓸 때 가장 나다워진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길어 올린 말을 꺼내 쓸 때.
타인의 기대를 의식하지 않고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문장을 만나면,
그 문장들 사이에서 나는 온전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나다움’을 너무 특별한 무언가라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타인을 감동시키는 말,
세상을 바꾸는 행동,
그런 게 나다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다움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는 걸.
타인에게 잘 보이지 않아도,
작고 소심하고, 때론 엉망일지라도
그 순간에 솔직했다면,
그게 진짜 나였다는 걸.
가장 나다웠던 순간은
무언가를 이룬 순간이 아니라,
‘그냥 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누구를 흉내 내지 않았고,
누구에게 부러워하지도 않았던 날.
그저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조용히 받아들였던 날.
우리는 자주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질문에 꼭 답을 내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안다.
답이 아니라,
'그저 나답게 살아낸 하루'들이 쌓여
내가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도 조용히 나답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금 불완전해도, 조금은 서툴러도
내가 나인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이 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