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다 못해 너무 투명한 바람이 먼 산에서 부는 시간이다.
그저 나무들이 부딪쳐 내는 소리에 이 시간의 존재를 알아차릴 뿐,
세상이 마치 텅하다.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느린 호흡을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아직 다섯 단계는 어렵다. 콧구멍으로 다시 내쉰다.
하나 둘 셋 들이마시는 숨은 넷 다섯을 위해 씩씩하게 따라 하지만,
내쉬는 숨은 호흡이 일정하지 못한 채 그저 아쉽게 사라진다.
다음 들숨을 위해 정신과 몸이 바쁘다.
공원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대여섯 명이 태극권을 시작하면
아침 햇살의 움직임으로 그늘은 조금씩 기울어지고 사람들의
몸도 살짝 그늘을 따라 이동한다.
사람들이 일상의 소란을 잠시 벗어나기 위해 춤을 추는 아침 공원에
천연 잔디가 잠시 깔려 있고,
정면에 나무로 만든 무대의 천장은 빛의 계절에 맞게 움직인다.
나른하던 몸을 흔드는 바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아침 빛이 무대를 벗어났는데,
8월 하순의 빛은 올곧게 무대를 꿰차고 있다.
오늘의 평범한 일상이 빛과 바람에 눈부시다.
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느끼면서 하늘에 닿아 있는 순간을
깨달아 가지만 아직 태극권이 처음인지라 초 단위 시간이 느리다.
오래 지속된 생활 습관, 야행성은 이렇게 눈 부신 아침을 마주하지 못하게 했다.
게으른 아침에게 꾸짖듯
바람은 너무 찰랑거려 모든 세포를 깨운다.
어쩌면 밤새 책상에 앉아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 못했던 습관에게 상쾌한 야단을 치는 것 같다.
아침이 점점 올라오는 시간에 몸은 참장 상태로 정지되어 있지만,
매미가 짙게 우는 소리 아침 출근하는 차 소리,
홍동천의 풀들이 바람에 물살을 일으키는 조심한 소리가 시끄럽다.
이참에 명상을 해 볼까 하는데, 내 마음도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