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은 늘 짭조름하게 다가오곤 한다. 비릿한 속살은 방 안 가득 비추면서 혹시나 하는 바람을 놓지 않았다. 세상에서 오직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 보면 그 시간 안에 갇혀 버려 발버둥 치는 자화상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시간을 통째로 먹고 있을 무렵, 어느 낚시꾼이 바다로 낚싯대를 던졌을 무렵, 느닷없이 통증이 몰려왔다. 두통이라 하기에는 뭔가 어설프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갈 것 같지 않아 바다로 나갔다. 몇몇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좁은 골목, 주인집 아이도 한껏 기쁜 마음으로 줄넘기하면서 놀고 있다. 그 옆을 살짝 지나가면서 나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한번 웃어주었다. 상큼하리만치 햇살이 봄을 넘나들며 여름을 향해 질주하고, 덧없는 바다는 무심히 떠다니는 하늘 구름을 비추고 있다.
한결 나아진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바람이 나를 맞이하니 찰나의 순간, 다시 마음은 외롭다. 저 빛나는 윤슬에 그저 내마음이 반짝이기를 바랄 뿐이다. 골목길도 저 끝으로 다다르면 방파제로 이어지는 희망이 있을지 모르고, 오늘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홀로 스스로 만든 작은 방 한 칸에 이어질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외롭다. 어쩌면 그러기 위해 사는 것처럼, 한없이 사람 냄새가 그리운 청춘인 것 같다. 아무도 없는 그곳이 별처럼 빛날 수는 없다.
어디서 도망치는 걸까? 아니면,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걸까?
어떤 문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미닫이 방문 너머 문을 걸어 잠갔을까 한참 고민한다. 그럼에도 오늘 숨을 쉬는 나를 대견하게 여기며 지나가는 것들이 있음을 발견한다. 매 순간이 다르지만, 늘 똑같이 보이는 바다 저편에 무지개는 아름다울 것이기에 현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고독한 판타지다.
날개는 달려있으며, 날갯짓하면 날아오를 것만 같아. 잠시, 견딘다. 외로움도 날아가면 사라질 것 같고, 자유만이 나를 향해 뻗어 우렁찬 목소리로 부를 것 같다. 아마도 시간으로부터 해방된 나를 만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