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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아래 1

청춘이었다

by 솔바람

별빛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하늘을 올려다봐야 알 수 있었다. 청사포에서 홀로 맞이한 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이상할 것 없는 곳, 우주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져도 아무렇지 않았던 곳. 그런 것이 당연히 존재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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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연을 만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색한 일이 되어 버린 순간이다.
유독 외로운 여백이 촘촘하게 지배하던 그곳의 겨울. 좁고 좁은 가난한 작은 방은 처음 들어서는 순간, 사방의 벽면부터 상상했던 것보다 초라하다.


화려했을 만한 연분홍빛의 벽지가 장롱을 치운 자리에 흔적을 남겼을 뿐, 오래된 파리가 떨어지지 않은 채 천장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저 파리를 어떻게 잡았을 지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방문이라 할 것도 없는 미닫이 나무로 된 반투명 문을 닫자마자 피가 낭자하다. 아마도 모기를 잡았을 것이고, 누군가의 피는 아주 오랫동안 방치되었을 듯싶다. 갑자기 저 피의 주인공이 안쓰러워졌다. 알까, 홀로 저곳에서 쓸모 없어져 간 시간을.


옷장이 없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장롱이 있던 자리는 아예 곰팡이가 거무튀튀하다. 얼른 도배지를 사다 가리고 싶다. 잠시 동안 낯선 곳의 허름한 벽에 잠시 기대고 천장에서 흔들리는 백열등만 쳐다봤다.


정신줄을 살짝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길가 쪽 작은 창문이 컴컴한 저녁 바람에 그만 덜컹거린다. 낮에는 빛이 차단된 창고 구석에 겨우 들어 선 이 방의 유일한 빛의 통로지만, 밤에는 사는 것을 아주 미묘하게 만들어 도대체 외로움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어지럽다. 그렇게 부산 어디쯤, 비상착륙 한 나는 칠흑 같은 밤을 홀로 지내는 것에 지칠 무렵,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이 보였다.


청사포 푸른 바다에 사는 이방인의 시간에 낯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부산 서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만난 J와 친구가 되면서 부산대학교 앞으로 직진했다.


DJ박스가 있었던 시절, 학촌 다방에서 먼저 서빙 알바를 했다. 그러던 우리는 어느 날 모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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