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그 사이에서 춤추는 청춘
나는 은근히 공짜를 원하는 것을 느낀다. 겉으로는 공짜를 싫어하고 가당치 않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준 만큼 아니 그 이상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쭐대고 싶을 때, 누군가 그렇게 우쭐대게 해 주기를 바랄 때도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공짜를 바라지 않았다. 과연 정말로 그랬을까? 아니라는 사실을 부도가 난 다음에야 알았다. 나는 얼마나 공짜를 좋아하고, 욕심이 있었는지를.
그 사실을 몰랐을 때 나름 노력하면 대가가 온다고 생각하면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도를 맞았다. 부도라?
그 당시만 해도 어음이 결재 수단으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현금거래가 아니면 안 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 당시만 해도 어음결재가 많았다. 어떤 제조회사의 박스와 네이밍 작업, 카탈로그 작업을 하면서 어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의 무능과 혜안의 결여로 그 회사가 부도가 날 회사인지 모르고 일을 했다. 그동안 받은 어음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천육백만 원이 넘는 큰 금액이었다. 나는 휴지조각이 된 어음을 들고 공장을 찾았다. 그런데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도 체불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대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받을 길이 없었다. 어음은 민사소송인데 소송을 할 처지도 되지 않았다. 엄청난 금액의 부도지만, 그 회사에서는 몇 푼 되지 않은 금액일 뿐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가늠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는 나의 조그마한 사무실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 당시 문을 닫았어야 했는데 무슨 통 배짱으로 계속 유지를 하는 엄청난 결정을 했을까? 돌아오는 모든 어음, 즉 내가 받아서 협력업체에게 결재를 해 주었던 어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감당하기 어려웠다. 가서 제가 갚겠습니다. 엎드려 사죄하면서 인쇄소, 재단 업체, 제판실 등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고개 숙이고 일을 했다.
그리고 갚아 나갔다. 그때 또다시 큰 손이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 바로 은행에서 발행하는 가계수표.
개인의 신용을 근거로 미리 수표를 발행하여 현금처럼 사용하는 수표를 말한다.
굉장히 큰 투자를 받은셈이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나의 미래는 슬픔과 절망과 그리고 힘듦의 시기가 되었다.
은행에서 가계수표를 발행하지 말았어야 했다.
가계수표는 엄청난 재난을 불러왔다. 주변에서 호시탐탐 이 수표를 원했다. 온갖 달콤한 말로 가계수표를 얻으려고 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면 모두 다 알았을 법한 이야기를 나만 몰랐다. 올바른 말을 해 줄 멘토나 선배 동료가 없었다. 하기사 그 당시 그런 말을 해준들 내 머릿속에 들어왔기나 했을까 싶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저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뿐이었다.
결국은 빌려 준 가계수표를 제날짜에 막지 못해 부도가 나고 말았다. 억울했다. 억울했지만, 하소연할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부도가 난 이후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모두들 똑같이 말해주었다.
부도가 난 이후에 말이다.
그리고 사무실 문을 닫았고, 이틀 후 디자인 사무실로 출근했다.
나만의 열정 사전
부도
: 욕심이다. 그리고 무능력이다.
욕심
: 파멸이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