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그 사이에서 춤추는 청춘
스무네 살쯤, 굉장히 젊은 시절에 나의 힘으로 작은 사무실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종이를 통한 어떤 세계, 나도 모르게 이끌려서 마법처럼 시작한 디자인 사무실, 즐겁지 않았다면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 시절이 젊은 시절이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이라면 도저히 상상도 못할 용기와 무모함이 범벅이 되어 도전한 작은 사무실.
있는 거라고는 오직 열정과 순수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은 시작되었다.
사무실을 함께 쓰면서 월세 부담을 쪼개 내는 이른바 모찌꼬미もちこみ.
그곳에 필요한 것은 돈보다 부지런함이었다. 일거리를 위해 사람을 만나고 일을 가져오면 서투름에 급 아마추어로 돌변하여 맥이 빠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어느 날, 음악회 홍보인 포스터, 프로그램 팸플릿 등의 일거리가 들어왔는데, 사무실을 차리고 처음으로 제법 일다운 일이었다.
팸플릿은 국 8절 판형(A4), 12쪽, 수량은 2000부로 우리를 흥분시켰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정말 가난한 청춘이었기에 순간적으로 잔꾀를 부렸다. 알바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제작비를 아껴서 그 비용으로 배고픈 후배들 배를 채우기로 나름 기특한 생각을 했다. 우리는 밤새 기다란 호치키스(스테이플러)로 작업을 했다. 한 사람은 페이지대로 정리하고 한 사람은 정리된 한 묶음 정돈해서 중철 작업하는 사람에 가지런히 놓는 작업, 나머지는 작업한 팸플릿을 잘 접어서 무거운 거로 받쳐 놓았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2000부는 어마어마했다.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제본(중철) 작업이 끝났지만,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아마추어들이 하니 일은 서툴고, 작업은 더디고 더딘 만큼 시간은 늘어나고 늘어나는 시간만큼 우리들의 배도 고팠다.
그 다음날은 밤샘으로 몸도 녹초가 되어 일정이 엉망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서툴지만 좋은 추억이다.
이날 배운 것은 제본소에 맡겼으면 비용과 효율적인 면에서 훨씬 낫다는 사실이다.
나는 시작부터 아는 것 없이 사무실 ‘실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현장을 뛰어다녔다. 그러니, 현장인 인쇄소에서는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바람에 처음에 배워야 할 여러 가지 전문지식을 놓치고 말았다.
다만, 이런 경험은 나를 감각적인 일꾼으로 거듭나게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나만의 열정 사전
: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을 부끄러워한다면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
: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르는데 그냥 지나치는 것은 10년 후 후회할 일이다.
: 자신만의 시간을 꼭 갖도록 한다.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히 요구된다.
: 일의 모양새나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무실을 같이 사용한다.
장점은 저렴한 비용, 북적거리는 사무실로 나만의 사무실을 꿈꾸는 밑거름이 된다.
: 가끔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단어다.
: 아직도 우리나라는 일본말을 많이 쓰고 있다.
: 감각은 감수성을 통해 나타나며 감수성은 충분히 훈련되는 것이다. 감각은 스스로 발현되지 않는다.
우리의 오감이 촉을 세울 때 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