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항암치료를 시작했나?

by 솔바람

왜 시작했을까?

정말 왜 시작했을까? 5%의 재발 예방을 위해, 의사 선생님이 시켜서,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이 시켜도 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기간을 선택한 것은,

나의 일상이 치유를 위한 생활로 전면 바뀔 수 없다는 현실이었다. 시골로, 물 맑고 바람 좋은 산골로 들어가서 치유의 시간, 5년을 지낼 수 없는 나의 현실이 이 과정을 선택하게 되었다.

어제보다는 내일을 위해 나는 이 힘든 과정을 선택했고, 내가 선택한 시간이고 삶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 받아들이고 있다.


슬픔보다 더 힘든 시간들이 나를 다르게 느끼게 한다.

차가운 기운이 나의 손을 떨리게 하고,

한 줌 움켜쥔 머리카락이 나를 외롭게 만들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가족이 눈물 나게 만들고 있다.

이젠, 속상하다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이젠, 나를 탓하지 말아야 한다.

이젠, 오늘을 즐기고 받아들여야 한다.


세포 하나하나가 죽어가는 느낌을 그대로 항암 5-FU는 말한다.

나에게, 이건 필시 니가 이기든 내가 이기든 해야 한다는 것.

항암치료는 사실 살아 있는 세포까지 무차별하게 죽인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다. 몸에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그것을 이겨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가장 필요하다.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을 챙길 수 없는 것이 더 힘들었다. 짐 보따리를 챙겨서 입원이 시작되었다.

병실만 들어가면 구역질이 나고 병원 냄새로 입맛이 아니라, 모든 것이 토할 것 같은 2박 3일을 보낸다.

결국, 밥은 한 숟갈도 먹지 못한 채

병원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생이란 참으로 힘든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별의별 일들을 다 겪었는데,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은 그것을 견디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임을 알기에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은 살았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살아 있는 것은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항암은 2주에 한 번씩 2틀간 입원하면서 12회를 해야 한다. 그 사이 나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지만, 흔들림 없이 내 곁을 지키는 남편에 깊은 사랑을 깨달아가고 있다.

그것도 행복이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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