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내가 아프기 전부터 주방 싱크대를 교체하고 싶어 했다. 싱크대 안이 내려앉기 시작한 지 오래되고, 겉 부분들이 낡아지면서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을 우리 부부는 참지 못했다. 평소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부엌에 대한 로망이 제법 있었다. 경제적으로 조금이나마 형편이 나아지면 부엌을 고치리라, 북유럽풍처럼 따스하면서 나무가 주는 자연적인 부엌, 빈티지하면서도 예술적인 향취가 나는 부엌, 자연의 밥상을 요리할 수 있는 부엌......
나름 돈을 그곳에 쓰고 싶었다.
그러다, 우리는 나의 치유를 핑계 삼아 원목을 사용하여 싱크대를 교체하기로 결심.
부엌을 고친다고 내가 낫는 것은 아니지
만 돈 쓰는 재미를 느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지름신이 강림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는 조리해 먹는 주방 소품들을 친환경으로 바꾸고 싶어 진다. 냄비는 7중 통스텐으로, 밥공기는 옹기나 도기로, 반찬 통들은 친환경 소재로, 가스레인지는 전기레인지로 점점 끌리기 시작한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과연 내가 지르는 것이 내 몸에 좋은 것인가?
고민이 된다. 그런데, 내 마음은 그러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먹는 용기도 확 바꾸라고 그것이 싱크대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부추긴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확 지름신을 받아들이고 싶다.
아, 티브이 앞에 앉아 홈쇼핑 방송을 보면 안 사고는 못 배기는 심정을 조금 알 것 같다.
그래도,
가끔 홈쇼핑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가끔 주방을 위해 통 크게 쓰는 것도
하고 싶다면
써라. 질러라.
그리고,
후회하지 마라. 뭐 사는 게 다 이런 거지. 유혹을 받아들이면서 안심하기로...
살아오면서 나는 나를 위해 사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꼈다. 사실 부엌이니 살림이니 하는 것들도 내 몸을 위한 것이기보다 실용적인 면이 더 강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쓰는 것도 즐겁다.
인터넷 쇼핑이 힘들다. 오늘은 보온병이 깨지는 바람에 인터넷에서 주문하려고 들어갔는데 정말 많은 사이트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어찌할 줄 모르면서 2시간을 꼬박 앉아 검색하고 주문했다. 오늘은 승리했다. 아들 녀석은 그동안 혼자서 이 방 저 방을 기웃하면서 스마트폰 게임에 빠지게 했지만, 오늘은 샀으니 다행이다. 나는 요즈음 쇼핑을 나갈 수 없으니 무언가 하나를 사려해도 컴퓨터 앞에 먼저 앉게 된다. 앉아서 검색하고 나면 다시는 앉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답답하니 앉아서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고 산다. 그나마 오늘은 쇼핑을 빨리 끝냈다. 며칠 전 캐슈너트를 살 때 3시간 투자해서 샀는데, 작은애 비타민제 알아보기 위해 2시간 헤매다 친구가 알려주어 2시간 날림, 주방 도구 알아보는데 1시간 30분 훑어봄, 큰애 속내의 사려고 3시간 쇼핑하다 결국, 시장에서 샀다.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지니, 점점 무섭다. 그러면서도 답답하니 앉게 되는 나의 모순을 발견하면서 점점 빠져 드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적응은 안 된다.
시장표를 좋아하고, 매장에서 직접 입어 보고, 신어보고하는 것이 재미있다.
몇 시간을 앉아서 가격 대비해 보고 싸게 사면 기분이 풀리고, 비싸게 산 것 같으면 사기당한 기분이 난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미련이 남은 것인지, 그리운 것인지 아니면, 아쉬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