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3차 치료를 보내면서

by 솔바람

3차 항암을 받기 위해 어제 입원했다.

병원이라는 곳이 참 그렇다. 들어오기 전에 말짱했던 내가 입원한 순간 환자가 되고, 주삿바늘이 꽂히면 순간 약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지는 듯하면서 동시에 구토 증세가 일어나 울렁증이 생긴다. 하루가 지났지만 병원 밥은 입도 못되고, 사과 한쪽 배 한쪽 먹은 것이 전부다.

먹고 나서 잠이 덜 깬 상태라 잠을 자려 하는데 그것조차 부대끼는 바람에 일기장을 꺼내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보이지 않는 암세포를 잡기 위해 나는 오늘도 살아 있는 세포들을 공격한다.

수간호사가 병실에 왔다. 나의 증상을 듣더니, 항암치료를 잘 받지 못하면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나는 암덩어리를 포함해 대장을 40센티를 잘라낸 2기말환자로 암세포가 깊었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항암이 필요하다. 견디라고 한다. 항암치료제 5FU는 내 몸에 지금은 암세포가 없지만, 고속도로 위에 있는 보이지 않는 모래를 잡아 내는 것 같다 하니 겁이 덜컹 난다.

병원 치료를 중심에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시 한 번 애써 긍정적인 마인드로 기운을 냈다.

지난 항암치료 후 먹는 것이 엉망이 되어 다시 물어보니

항암치료 때는 가리지 말고 먹으라고 위로해 주었다.


하루에 한 잔 정도의 카푸치노는 괜찮다고, 나는 내가 대장암 환자니 먹는 것을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는 항암치료 중에는 무엇이든 먹어서 기운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체력이 약해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항암제가 나를 침범한다.

그만큼, 독한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2주일 마다하는 혈액검사에서 간 수치, 백혈구 수치 등 항암 시 필요한 체력이 되어야 항암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지인 중 장인어른이 항암치료 중 돌아가신 것을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겁이 났다.

독한 것을 만났으면 더 독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빈틈을 보여주어서는 될 일이 아닌듯싶다. 세상을 살면서 별의별 일들을 겪은 나는 오늘도 또 겪어야 한다. 쉽게 넘어가는 것이 없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병원에 들어오기 전에 힘을 낼 수 있는 음식을 챙겨 먹으라고 나를 토닥토닥해 주고 싶다.

대장암 환자는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하지만, 항암 중에는 먹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먹는 것이 중요하다.

몸에 받는 것을 챙기지 않으면 그것이 도로 항암치료를 방해한다.


병실에서 만난 환자들

내가 있는 병실은 3인실이다. 보험회사에서 나오는 입원료로 3인실에 있어도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하루는 어떤 환자가 입원했는데 지난번 함께 있었던 환자가 다른 방에 있다가 놀러 왔다.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방 환자한테 병실을 바꿔달라고 부탁을 한다. 옆에서 보니, 6인실이어야 보험이 되는데 병실이 3인실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입원한듯하다.

놀러 온 환자가 자신은 입원보험료가 나오니 그렇게 해 주겠다고 선뜻 바꿔 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분이다.


어느덧 입원을 자주 하다 보니 함께 병실을 쓰는 환자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고, 자주 바뀌는 병실이지만, 금방 말을 트게 되었다.

이번에는 4명의 환자를 만났다. 그중 한 환자는 전이가 되어 항암치료만 받는 중인데, 항암치료 후 암 요양병원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 요양병원은 아침부터 산책과 더불어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 암 환자를 위한 식단 등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그곳에 들어간 지 열흘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복수도 가라앉고, 청국장도 직접 만들 줄 알고, 항암 시 좋은 음식 등을 챙겨 먹게 되었다고 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참 귀가 얇구나.


우리 부부는 지금 고민 중이다. 항암 중에 그곳을 찾아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살지를 고민 중이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나의 일상을 벗어나서 사는 일이지만, 그래도 12회 항암이 끝나면 요양원에서 조금 쉬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나는 이상하다.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은 그런 마음보다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왜 그럴까. 뭐가 두려운 걸까. 홀로 떠나 있는 것이 두려운 걸까. 아니면 그곳에 가면 정말 환자가 되는 것 같아 두려운 걸까.

앞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는 그곳에 다녀온 후 항암치료가 편해지고, 먹는 것도 잘 먹는다. 나는 어제도 종일 면만 먹었다. 그나마 면이라도 꾸역꾸역 집어넣으니 살았지, 아니면 속이 쓰리고 배가 고파 쓰러졌을 거다.

오늘은 사과 반 개와 배 반 개, 앞에서 퀴노아를 타 주워 먹었다.

병실에 2박 3일 누워 있으면 세상은 온통 암환자다. 그런데도 나는 많이 괜찮은 편이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하얀 침대 시트가 온통 머리카락으로 덮여 있어도 참, 다행이다.

아픈 환자들도 많고, 조금 덜 아픈 환자들도 많다.


그래도 그들에게 내가 이기고 견딘 이 시간이 희망이 되기를 원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난 병실의 환자들이 다 괜찮아지기를 기도한다.

지금은 만나지 못하지만,

건강하기를 기도합니다.


시간이 지나 그 요양원을 가 보았다. 나는 깜짝 놀라 도망치듯 왔다. 뭐랄까? 답답하고 슬펐다. 그리고, 내가 선 자리가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덜 다급한 환자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