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다를 좋아한다.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 때도 있고, 수다 떨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도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한 순간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참 오랫동안 사람들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마음만큼 사람들로부터 상처도 많이 받았다. 나의 인생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빼면 속된 말로 남는 것 하나 없이 속 빈 강정이다.
하지만,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실수할 때도 오해할 때도 자주 생기고 그 안에서 상처받은 고양이처럼 움츠릴 때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마음을 흠뻑 주고, 다시 그만큼 받기를 무의식이 시켰는지 모른다. 결국 원하는 만큼 돌아오지 않는다고 늘 생각하면서 외로움을 타고 있지 않았나 싶다. 준 만큼 돌아오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다는 듯하지만 그 슬픔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런 세월 동안 나는 참 단단해졌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고, 오랫동안 인연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인생이고, 또 다른 삶을 살다 보면 비슷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끼리 만나고 일상의 소박한 삶을 지내는 것이 인생이다.
누구나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잘 아물지도 않는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 같다.
남보다 철이 들지 않은 채 먹은 서른 살부터 아이를 낳기 전까지 세상이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소위 교육관이 비슷한 곳을 찾아 지금 사는
대한민국에서 교육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마을을 만난 것만 해도 다행이다.
아프니깐 제일 먼저 시골로 요양을 가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싫다.
나는 굉장히 단순 세포다. 가족과 떨어져서 산다는 것 자체가 나를 위한 치유가 아니다.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외딴곳에서 혼자 살고 싶지 않다.
세상 어디를 가도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이 가장 좋은 곳이다. 물론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또 만나면 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애쓰는 일인지 알게 된다.
처음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도, 기운이 있어야 한다. 나이가 조금씩 먹어가면,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오래오래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푸근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다. 수다는 아무하고 떨 수 있지 않다. 나와 코드가 맞아야 한다. 아무리 흔한 이야기를 주섬주섬 이야기하려 해도
하면 재미있고, 낯설고 서먹한 곳에서 하려 하면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든다.
인생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인가.
사피엔스 자체가 수다의 역사라고 하던데, 사람이 모여 수다를 떨다 보면, 이것저것 나누어 먹게 되고, 서로 어려울 때 조금씩 아픔을 알게 되고, 위로한다.
그 안에서 아이를 키우고, 아이가 자라고, 그러다 공동체가 되고,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 서로가 품을 내놓게 된다.
마을이 있는 이 곳에서 사는 즐거움은 마치 고향에 와서 사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수다가 마을이 되고, 마을이 고향이 되고, 고향은 지켜야 할 곳이 된다.
마을은 도시답지 않게 사람 냄새가 난다. 수다를 맘껏 떨 수 있는 곳이 마을이고 내가 사는 동네다.
수다는 그렇게 사람 관계를 형성해 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나이가 들면서 고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인생이고, 인생살이 별것 아니다. 그렇게 고향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고, 아이들이 자라서 세상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 부모가 집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인생 아닌가 싶다.
무슨 일을 할 때면 우리는 회의를 하고 논쟁을 한다. 그리고 자기주장을 열심히 설득한다. 그러다 맞지 않으면 서로 딴 길을 간다. 서로 딴 길을 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공통분모를 찾아서 조금씩 나아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오랫동안 수다를 떨던 사람으로서 몇 가지 수다에 대해 정리한다면,
*** 요즈음 다시 수다쟁이가 되어 기운이 쑥, 충전하는데 오래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