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쭉 뻗은 햇살이 화창해서
울음이 나오는 그런 날,
오래된 사진기. 흔들리는 렌즈는
수채화가 되었고
어떤 사물도 언니의 피사체안으로 들어 오는
순간 아름다웠습니다.
선화,
언니
세월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놀라
뒤돌아봅니다.
흑백필름에 흔들리는 렌즈가 빛났던 시간,
허름한 카메라 가방에 담긴
자유로운 영혼이 그리운 시간,
선화,
언니
잘 있나요,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사진이 햇살에서 아른거립니다.
무심코, 보여주었던
흑백사진 한 장에 담긴
늙은 인생이 기억납니다.
소리 없이 슬픈 것인지 아니면
후회없는 시간이었는지
초점 잃은 노인의 모습은
근접할 수 없는 기품이 흘렀습니다.
그것은
인연이었습니다.
따뜻한 울음소리가
거친 웃음소리가
한 장의
흑백사진에서 들립니다.
인생이 훅,
짧았습니다.
해가 건물과 건물 빈틈으로 비집고
들어와서
겨우, 빛을 줍니다.
살아가는
자는
잊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래야 산다는 사실을
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화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