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게 됐다.

by 딥페이지

문득, 내가 글을 왜 쓰려고 했더라?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엔 글을 읽는 것부터 시작이었던 거 같다. 읽고 생각하고의 반복.

그러다 읽고 생각한 것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글 쓰는 일이 재밌었다. 잠깐의 시간 동안 잡념도 없어지고 내가 생각한 것들을 글로 풀어내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었으니까.


브런치 작가 선정이 되고서는 일보전진을 한 거 같아서 설렜다.

내 이야기를 남들이 읽어주는구나, 공감 알람이 오고 누군가가 댓글을 달아주고, 소통을 하게 되고.

사실,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던 거 같다.


나는 우울증 환자이자 한 때 고립은둔청년 중 하나였다. 지금은 외출도 하고 여행도 할 정도로 좋아졌지만 사람이 무섭고 극도의 예민함으로 무장한 시절이 있었다. - 그렇다고 관해는 아니다. 여전히 약이 필요하고 필요시약은 꼭 가지고 다닌다.


그 지점을 알리고 싶었다. 내가 힘들고 우울한 걸 알리고 싶은 게 아니라 우울증이 마냥 우울하기만 하지 않은 오늘을 산다고. 매일 양가감정 속에서 사투를 벌이면서 사는 사람이 있다고.

"네가 왜?"라고 물을 수도 있다. 맞다. 내가 뭐라고 이런 걸 알리느냐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내가 이런 글을 씀으로 인해서 새로이 내 글을 읽는 분들이 존재하고 '아 이런 상황의 사람들이 있구나', '마냥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의 문제는 아니구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그걸로도 만족한다고 감히 말하겠다.

- 이런 문제는 알게 모르게 여러 곳에서 많이 외치고 있다. 다만, 국가에서는 나름 심각한 이 문제를 재정적으로만 해결하려는 모습이 다분해서 조금은 실망스러울 뿐.


그래서 브런치 작가 선정은 나에게 가히 업적이라고 할 만큼 큰 일이기도 했다.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어쨌든 한 번씩은 들여다본다는 말이니까.

그런 의미로 다른 SNS도 하게 됐다. 별스타그램이라 불리는 것은 사진으로 나를 알려야 하는데 글이 위주인 SNS를 하니까 글도 쓰게 되고 생각도 적게 되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아직도 한참 어리지만 SNS 문외한이었던 내가 SNS로 나를 알리고, 또 내 상황과 내가 앓고 있는 질환을 알리는 것. 순기능이었다.

뭐 아직은 눈으로 읽는 게 훨씬 많지만 원래 처음은 미약하고 끝은 창대한 것이 꿈 많은 사람의 결말 아니겠는가.


점점 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는 게 느껴져서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다고 당당히 말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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