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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햇살 Sep 15. 2015

그릇 이야기

인간으로 살아 간다는 것

 나는 주방용품을 매우 좋아한다. 특히 그릇(접시, 컵 등등) 종류를 좋아하는데, 예쁜 그릇들과 마주하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이다. 얼마 전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가정용품 대형매장에서, 자태가 고운 그릇들을 발견하고 넋을 놓고 구경을 한 적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그릇들을 앞에 두고 지갑을 열까 말까 고민을 하는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항상 예쁜 그릇에 대한 욕심은 있었는데, 막상 그 그릇에 무엇을 담을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구나,라는 생각. 그릇이니깐 접시에는 음식을 담고 컵에는 액체음료를 담겠지 라고 추상적으로만 생각했을 뿐, 꼭 담고 싶은 그 무언가는 없었던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지인으로부터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무렵 인도 여행을 가고 싶어 했던 그녀는, 인도 여행을  참고하기 위해 찾게 되었던 블로그에 적힌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인도의 무질서함을 우주의 시초와 인간의 본성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타지인인 우리는 인도에서의 삶의 모습이 그저 무질서한 혼돈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사실 그 것은 인간의 본성을 충실하게 따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를 '고상한 현대인'으로 보이게 해주는 것은 사회화라는 교육 덕분이고, 우리 인간의 본성은 무질서라는 의견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럼 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사회화'라는 교육의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까지 이르렀다. 나의 결론은 '할 수 있으니까'로 내려졌다. 


동물처럼 무질서한 본능을 가졌지만, 학습을 통해서 동물과 다른 존재로  구별되어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교육을 통해 인간은 본능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고, 그로 인해 발전하여 '인간다움'을 갖추게 된다. 인간은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것이다, 동물과 다르게 말이다.


살아 가면서 종종 이런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걸까 라고 의심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미성년자를 강간하거나, 자신의 분노로 살인을 저지른다. 혹은 타인의 아픔을 공유할 줄 모르며,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 오로지 자신의 욕구와 본성에만 집중된 사람들. 그들은 분명 인간의 그릇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금수를 담은 것은 아닐까?


아무리 예쁘고 비싼 그릇이라고 한들 그 안에 똥을 담고 있다면 변기에 지나지 않는다. 나라는 그릇에 내가 바라는 인간상을 담고 싶다. 타인의 아픔에 눈물을 흘릴 줄 알고, 정의를 위해 행동할 줄 아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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