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독립은 하나의 시그널.
작년을 분기별로 말하자면, 1/4 분기는 원래 그랬든 겨울은 조용하니까 지나갔다. 그리고 2/4 분기는 한국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했고 공연도 잡히지 않아 괴로웠다. 그래서 급하게 스페인에 가야겠다 생각했다. 3/4분기에는 스페인에 갈 준비로 돈을 구하러 다니라 바빴고 그 돈으로 잘 다녀왔고 남은 4/4분기는 갑자기 나의 거처가 옮겨지는 상황이 되는 바람에 거기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2025년이 끝났다. 사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신기하게도 공연이나 여러 가지 작업들이 있었다. 정말 바빴던 시기도 있었고, 하루에 3가지의 작업을 병행한 적도 하루 이틀 정도 되는 거 보니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것 같다. 그러다 작년에 갑자기 공연이 뚝 끊겼다. 우리 같은 직업이 언제나 일이 들어올까 기다리는 직업이기도 하고 어떤 흐름을 탈 때는 후우욱 하고 몰아가다가 갑자기 샤아악 하고 빠지기도 한다. 그러니 그렇게 신경 쓰거나 걱정해야 될 문제는 아닌 거다. 그냥 잠자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찾는 것이 더 낫다. 지금에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전체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 어떤 걸 준비해야 이다음 스텝을 잘 밟을 수 있는가 말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계속 리서치 과정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플라멩코가 여러 분야에 흡수될 수 있는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등등 말이다. 20대에는 망나니 같은 삶과 날개를 충분히 달고도 날아갈 수 있었는데 날개를 붙잡는 상황 때문에 날지 못했다. 30대에는 이러다가 정말 단명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릴 수도 있겠단 생각에 인체 모델(미술대학이나 인체로 작업하는 작가를 위한 직업) 일을 시작하면서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자 외국으로 떠돌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로나를 맞이하고 그 계기로 한국에서의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게 2022년이니 그래도 시작은 좋았다고 본다. 그러다 2025년 겉으로 마흔을 맞이하고 2026년은 안으로도 꽉 채운 마흔이 된 거다. 나는 이사를 하고 이제 좀 안정이 되었는지 아니면 큰 일을 끝내놔서 그런 건지 습관적으로 또 비행기 티켓을 알아본다. 3월, 학교가 개강하면 난 또 서울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의 대학을 정신없이 다닐 거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처럼 2월이 마치 한 학기를 잘 시작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필요한 거다. 약간 습관 같다. 습관의 습관의 습관.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애매하게 나는 유교걸이라는 거다. 태생이 한국 사람이고 부모님 또한 한국 태생이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자유롭게 행동하려고 해도 뼛속은 가리는 것도 많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많고, 하고 싶어도 대범해지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면 일단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그냥 내가 맘 편히 하는 행동에도 외국에 있는 친구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거기서 오는 해방감은 정말 끔찍이도 짜릿하다. 나는 한국에서 독특한 사람처럼 사람들이 대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하는 얘기 중 100%는
나는 자유롭고자 하는 사람이지 전혀 자유로는 사람은 아니다. 왜냐면 내가 생각하는 자유는 정말 집시처럼 어디서 자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으며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으며 어디서 돈을 벌어와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난 외국에 나가면 숱하게 어디서 자야 할지를 정하고 무엇을 먹어야 저렴하고 많이 먹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어떻게 돈을 벌어야 또 나올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계속 외국을 다닐 때에는 진정한 자유는 무엇인가 고민해 봤다.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자유는 무얼까.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가 과연 지금 내가 하는 거라면 그렇게 말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사는 건가.
다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돌아와 올해가 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즈음에 내가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벌써 1월에 보름이 지났네! 어떡하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정신 차려 보니 아직 보름은 아니었고 딱 일주일 밖에 안 지났었다. 밖에? 아님 씩이나? 이렇게 말하면 끝도 없지만 어쨌든 갑자기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무료했고, 무언가를 지금 당장에 해야 할 거 같고 또 이제는 모든 것들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달라붙어야 하나? 생각했다. 이게 꽉 채운 마흔의 마음가짐인가 보다. 습관의 습관의 습관은 그대로 두고 이제 이 습관들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그만 리서치하고 숨 쉬어지는 영혼에 조금씩 뿌리를 만들어주고 가지를 돋아나게 한 다음 잎을 피워야 한다.
무언의 압박은 내가 만들어 낸 신의 메시지라 생각하고,
그리고 그 신이 나를 혼자 독립하게 만들어 냈고,
완전히 독립된 나에게 많은 고민을 할 시간을 주었고,
이렇게 글을 쓰며 내 하루하루를 기록할 순간을 주었다.
이젠 숨 쉬는 영혼에게 묻고 물어 뿌리내릴 준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