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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혁 Mar 07. 2017

생(生)이 속살을 드러낼 때

글에 매달릴 존재의 운명

언어는 인간의 존재를 지탱하는 도구이자 존재의 핵심이다.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존재는 아무것도 어닌 것으로 축소되기를 거부할 힘을 얻는다. 그 어떤 허약한 인간도 완전히 침묵시킬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언어는 육체에 갇힌 영혼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다. 삶은 언어의 햇볕에 노출될 때 생명력을 얻는다. 삶의 상처는 아물어 꽃으로 피어나고, 환희의 순간은 알맞은 조명을 얻은 무대가 된다.

고통은 더욱 고통다운 것으로 진하고 슬픈 향기를 띠게 된다. 행복은 포효하는 파도가 해안을 덮치듯 삶의 중심부로 깊이 밀려들어온다. 이렇게 언어는 한 존재를, 생(生)의 자각 속으로 더욱 침잠하도록 만든다.

일회용 종이컵 글귀 하나에 내 심장은 끝없는 지하로 추락했으며, 비릿한 잉크향의 볼펜자루에 실려 내 삶은 종이 위로 속살을 드러내었다.

영혼이 잉크를 타고 흘러넘쳐, 과장도 비약도 없이 자기의 나신을 드러낼 때까지. 나는 읽고 쓰기를, 울고 웃기를 반복할 운명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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