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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혁 Jun 04. 2018

채워지지 않는 행복에 관하여

유년기 누구나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이라는 가정을 쉽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도 실수를 했고, 그것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하다'는 가정이었다.

불행에 관한 유년기의 잘못된 확신은 삶에 축복과 저주 하나씩을 남겼다. 누구보다 행복하기 위해 진취적으로 움직이는 성실함은 축복일테고, 바닷물을 마시듯 행복을 들이켜도 사라지지 않는 갈증은 삶에 내려진 일종의 저주였다. 

귀한 난초 하나 키우듯 생활의 구석구석을 닦아주고 햇볕 쬐여주고 물을 준다. 읽는 것으로, 일하는 것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것으로, 먹고 마시는 것으로. 그럼에도 나의 얕은 삶에는 구멍 하나 뚫린 듯 무언가 빠져나가는 상실감이 생생하다. 충만함은 요원하기만하다.

유년기 시작부터 뒤틀린 행복을 마주하는 자세. 거대한 바다 앞에 압도당하듯, 승산없는 대결에 몸을 던진다는 자조감마저 든다. 내가 이기거나 행복이 이기거나, 아니면 조금 더 뒤틀려져 제자리를 찾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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