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가톨릭 신자전용 애플리케이션의 등장
인천의 송도국제도시는 바다 위의 섬이다. 갯벌을 메워 지었으니 그렇고, 지금도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 또 그렇다. 기획단계부터 ‘첨단’, ‘명품’ 등을 키워드로 삼아 심혈을 기울였기에 비슷한 시기의 여느 신도시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쭉쭉 뻗은 대로를 중심으로 실험적인 건축물들이 즐비하고, 멋들어진 공원과 문화시설도 꽤 많다.
개성있는 도시다 보니 사람들은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가 따로 있다. 나는 그중 ‘케이슨 24’라는 곳을 제일 좋아한다. 인천대교를 만들 때 들어가는 대형구조물을 배에 실어 나르던 가설 선착장을 이르기도 하고 거기 카페를 말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가로 400m 세로 100m의 직사각형 모양의 구조물 위에 펼쳐진 광장처럼 확 트인 공간이다.
바로 옆에 비슷한 크기의 공원도 있다. 거길 작게 돌면 한 바퀴에 1km쯤, 그 공원까지 포함해 크게 돌면 2km 정도 된다. 사방이 트였으니 바람이 그치질 않는다. 사시사찰 청량하고 시원하다. 전망좋은 커피숍겸 레스토랑도 있다. 그늘이나 나무가 없는 건 조금 아쉽지만 햇빛 받으며 걷고 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나는 걷기 위해 그곳을 즐겨 찾는다.
특히 황혼 무렵이 좋다. 주황빛 거대한 태양이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며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풍경은 장쾌하면서도 몽환적이다. 그 시간엔 어둠이 내릴 때까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풍경에 빠져드는 것도 괜찮다. 멋진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주면 더 좋다. 카메라를 대면 어딜 어떻게 찍어도 작품이 된다. 그러면서 떠오른 감흥을 글로 메모도 한다.
한 20여 년 전만 같아도 그럴려면 짐이 많았다. 만보기에 마이마이에 카메라에 메모용 수첩과 볼펜까지. 그걸 다 들고 걷기란 만만치 않았을 터다. 허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현대 과학기술의 총아 스마트폰에 그 모든 기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거 하나로 모든 게 가능하다. 어떤 소원도 다 들어주는 요술램프 속 ‘지니’의 21세기형 버전이다.
그건 볼수록 신기하고 기특하다. 어떻게 이런 게 현실이 될 수 있었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 변천과정을 직접 보면서 겪어 온 우리 세대들에게는 특히 더하다. 그 안에 무엇을 ‘까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활은 한층 더 편리하고 윤택해진다. 은행 일이나 장도 보고, 신문이나 TV도 그걸로 보고, 운전할 때 길도 다 알려주고 심지어 내 건강상태까지 친절하게 점검해 준다.
물론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기술의 진화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우리같은 구닥다리들은 그거 따라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거 배우면 저게 새로 나오는 식이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다. 여기에 최근 천주교 신자용 애플리케이션까지 나왔다. ‘가톨릭 하상’이라는 건데, 당일 미사 안내는 물론 각종 기도문에 교구 공지사항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장 획기적인 것은 교무금이나 헌금까지 그걸로 봉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굳이 현금 챙겨가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서 이채가 가능하고 모든 납부기록이 실시간으로 저장된다. 처음 그게 나왔다며 주임 신부님께서 성심껏 설명해 주시는데, 나는 기어이 올 것이 왔구나 하며 잠깐 죄절해야 했다. 또 뭘 새로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는, 우리를 사로잡고 있던 율법과 관련해서는 죽음으로써 그것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리하여 법전이라는 옛 방식이 아니라 성령이라는 새 방식으로 하느님을 섬기게 되었습니다(로마 7,6).” 사도 바오로께서는 낡은 율법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성령의 시대가 왔음을 선포했다. 새 시대에는 새 방식으로 하느님을 섬겨야 한다고도 하셨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자꾸 뒤로 밀리고 끝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귀찮고 어렵다고 피하지만 말고 부딪쳐 배울 일이다. 그것도 사람 일이니 작정하고 덤비면 다 하게 되지 않겠는가. 단, 나는 내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성경책만은 포기할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미사 갈 땐 꼭 그걸 챙겨 들고 갈 거다. 우리 아버지도 그걸 참 좋아히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