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실천하고 실행하며 살기

by 이앙꼬

지난해(2025년) 3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인생의 중요한 시험을 본다며 1년 넘게 보내 드리던 카톡 메시지를 홀연히 중단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그러자 많은분들이 궁금해하셨습니다. 그 나이에 또 무슨 시험을 보냐, 어디 좋은 데라도 가려는 거냐. 그럴 때마다 저는 ‘그저 그럴 일이 있습니다’하며 입을 닫았습니다.


4월 초엔 느닷없이 환자복을 입은 초최한 모습의 사진을 페북에 올리며 "이제 다시 돌아갑니다"라고 신고하자 몇몇 분들이 또 궁금해하셨습니다. 웬 환자복이냐, 어디 아팠냐, 죽을병이라도 걸렸던 게냐. 퇴원 직후 여기저기 다니며 만난 분들도 비쩍 마른 제 모습을 보시고 걱정하며 같은 걸 물으셨지만 저는 그때마다 ‘아주 간단한 시술’ 정도로만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게중엔 뿌듯한 기쁨과 보람을 만끽하게 해 주신 분들도 몇 있었습니다. 요즘 왜 글 안 보내냐, 은근히 당신 글이 기다려지더라, 언제부터 다시 보내줄 거냐 물으시는 분들입니다. 그러니까 그분들은 적어도 제가 보내드린 글들을 꼼꼼히 읽어보셨다는 겁니다. 저와 함께 제 글을 기억하고 계시다는 말씀입니다. 그중 또 몇 분은 다음 글을 기다리기까지 하셨다는 말입니다.


작가 지망생에겐 그보다 더 큰 칭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칭찬만큼 사람을 기쁘고 들뜨게 하는 건 또 없습니다. 그 수는 비록 많지 않았지만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행복해지면서 또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저도 알아서입니다. 하다가 중지하면 아니한만 못하다는 걸, 게다가 아무런 해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끊는 건 참 무책임한 처사라는 걸.


이런저런 이유야 있겠지만 무엇보다 게을러 그랬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은 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계획만 세우며 아까운 시간만 축낸 셈입니다. 다른 변명이 무에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제 탓입니다. 다른 말씀은 드릴 게 없습니다.


어느덧 새해가 밝았습니다. 문득 정신 차려보니 달력이 바뀌었습니다. 새해 첫 주일미사는 ‘주님공현대축일’로 지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러 온 동방박사들의 행적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그들은 한걸음에 예수님 계신 곳을 찾아와 그의 탄생을 경배했습니다. 그날 강론에서 주임 신부님께서는 ‘실천’ 혹은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해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과 같은 유대인들은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그들은 하늘에 뜬 별만 보고도 메시아의 탄생을 알아차렸습니다. 그저 알기만 한 게 아니라 직접 그 신성하고도 거룩한 현장을 찾아 경배하고 축복합니다(마태 2. 1~12 참조). 이런 날과 사건을 특별히 축일로 삼은 것은 그들의 발 빠른 행동과 실천력을 기억하고 본받으라는 의미가 크다는 게 주임 신부님의 설명이었습니다.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은 무지이지만, 알면서 안 하는 건 게을러 그런 것입니다. 알지 못하는 건 딱히 죄라 할 수 없지만 알면서 하지 않는 건 명백한 죄입니다.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예루살렘에서 메시아가 나실 것을 알았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별자리 살피기를 게을리해 그랬습니다. 알았으면 주의 깊게 두루 살폈어야 옳습니다.


제 게으름은 그와 비슷합니다. 노력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점점 더 많이 살아갈수록 남은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듭니다. 마음만 먹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냥 그렇게 끝나버릴지 모릅니다. 참 허망하게, 잔뜩 후회만 남기며. 그러니 이제 더 재게 움직여야 합니다. 생각이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도록 더욱 부지런히 실천할 일입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다음 주에 제가 본 시험이 무엇이었는지, 그후 10개월 동안엔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밝힐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께 보내드렸던 글과 그 이전부터 써 모아둔 글들을 책으로 묶었고, 새해 첫날 인쇄까지 마쳤습니다. 부끄럽지만 그걸 여러분 앞에 내놓으며 숨겨온 사연들까지 공개하려 합니다. 여러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모두 함께 해 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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