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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재 Dec 01. 2016

OECD는 왜 LGBT 차별 해소를 주장하나?

성소수자에 차별적이면 모든 소수집단에 차별적일 가능성이 크다

4년 전 터키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을 둘러볼 때였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에서 두 남성이 서로를 껴안고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성애자로 보였다. 한국에서 동성애자 남성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나는 ‘아 이곳에서 동성애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보니 천만의 말이었다. 이 동성애 커플이 공개 장소에서 애정을 표현한 건 어쩌면 정말 용감한 행동일 수 있었다.

지난달 16일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보니 터키는 35개 OECD 회원국 중에서 동성애 수용도가 가장 낮은 나라로 나타났다. OECD의 동성애 수용도는 1~10까지 등급이 있는데 10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는 ‘완전히 정당한’ 상태를 뜻하고, 1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터키는 여기서 1.7 정도였다. (언급하는 수치는 모두 그래프를 보고 눈짐작한 것이다.) 네 번째인 한국의 점수는 2.7 정도이다. 동성애 수용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순으로 모두 북유럽에 속하는 나라들로 이들 나라의 동성애 수용도는 8.3~7.5 정도이다.

영국 런던에서 6월25일 열린 LGBT 가두 행진 축제 동안 가로등에 “올랜도를 기억하라. 호모포비아와 인종차별주의를 뿌리뽑자”라는 구호가 적힌 선전물이 붙어있다. 앞서 6월 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한 게이클럽에서 IS동조자로 의심받는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50명이 숨졌다.
Photo by Chris J Ratcliffe/Getty Images


영국 런던에서 6월25일 열린 LGBT 가두 행진 축제 동안 2층버스에 탄 참가자들이 미국 국기와 LGBT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영국 런던 LGBT 가두 행진 축제 동안 무슬림 동성애자들이 “알라는 우리 모두를 사랑한다” “나는 여러분의 생각의 폭을 넓히려고 여기 있다”는 팻말을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제 문제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해온 OECD에서 성소수자(LGBT)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신선하다. OECD는 부의 불평등과 고용시장의 양극화, 저임금의 문제 등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포용적 성장’을 강조해왔다. OECD는 이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개선사항으로 성소수자 문제를 들었다. 국제연합이 정한 ‘관용의 날’인 지난 16일에 맞춰 발표된 짧은 보고서는 성소수자 문제 해결이 왜 중요한지를 밝히고 그 해결을 위해 OECD가 정책적으로 관심을 갖겠다는 선언이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이탈리아, 그리스, 체코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에서 동성애에 대한 수용성이 커졌다.(표 1) 이런 개선에도 불구하고 OECD는 “성소수자에 가장 관용적인 나라에서도 동성애 혐오나 트랜스젠더 혐오 현상은 광범위하다”며 “동성애 수용도 평균이 5를 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표1. OECD자료에 따르면 35개 OECD 회원국 중에서 동성애 수용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터키이며 한국은 하위에서 네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동성애 수용도는 1~10까지 등급이 있는데 10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는 ‘완전히 정당한’ 상태를 뜻하고, 1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터키의 점수는  1.7, 한국은  2.7정도이다. 동성애 수용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순으로 모두 북유럽에 속하는 나라들로 이들 나라의 동성애 수용도는 8.3~7.5 정도이다. 출처:OECD


이런 현실에서 성소수자는 불평등한 대우를 받을 위험이 크다. 차별받는 성소수자 집단에 속해있다는 사실은 언어적 혹은 물리적 폭력에 의한 정신적 외상과 정서적 괴로움으로 이어진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가족생활이나 교육, 노동시장 참여나 건강 등 개인의 ‘복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부정적인 효과를 준다.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개적으로 그들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OECD의 우선 사항 중 하나이다. OECD가 이를 강조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차별은 윤리와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적 취향과 성 정체성은 개성을 이루는 불가분의 요소이며 따라서 결코 강제적으로 숨겨야 하거나 공개됐을 때 차별받아서는 안된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다. OECD는 성소수자를 인정하려는 태도가 확대될수록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능력이 급격히 향상될 수 있다고 본다. 소수 집단에 대한 포용성이 높아질수록 대체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대해 더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실제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이민자에 대해서도 더 포용적인 태도를 보인다.(표 2)


표2. 한국은 OECD 35개국 중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로 이민자에 가장 배타적인 나라로 조사됐다. 동성애를 포용하는 정도가 커질수록 대체로 이민자에 대해서도 포용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에 대한 수용성 척도는 1~3이며, “일자리가 줄어들 때 이민자보다 내국인에게 우선권을 줘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1), 상관없다(2), 그렇지 않다(3)로 응답한 점수의 평균이다. 출처:OECD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는 정도와도 관련 있다. 남성과 여성에 대해 고정적인 성 역할을 가정하고 이를 강조하는 사회일수록 성소수자에 대해 배타적일 가능성이 크다. 동성애와 성전환자에 대한 혐오가 줄어들수록 사회적 통합이 강해진다고 볼 때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양성 평등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표 3)

표3. 여성에 대한 고정적 역할을 강조할수록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갖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에 대한 태도는 3가지 질문에 대한 점수를 평균한 것이다. 3가지 질문은 “일자리가 희소해질 때 남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야 하는가”(동의=1, 상관없음=2, 그렇지 않다=3) “대체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정치적 리더십이 있다”(매우 그렇다=1, 그렇다=2, 그렇지 않다=3, 매우 그렇지 않다=4) “대학 교육은 여자 아이보다 남자 아이가 받는 게 더 좋다” (매우 그렇다=1, 그렇다=2, 그렇지 않다=3, 매우 그렇지 않다=4) 등이다. 출처 : OECD


세 번째 이유로 차별을 줄일수록 경제적 성과가 좋아진다는 점을 들었다. OECD는 “학교와 노동시장에서 LGBT에 대한 차별은 상당한 비용을 발생시킨다”며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경제는 상당한 이익을 놓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런 시각은 최근 프랑스 총리실 산하의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줄일수록 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되고, 한 사회 내에서 경험과 시각의 다양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LGBT에 대한 차별을 줄이면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한 사회 내에서 LGBT가 차지하는 인구 규모가 클수록 더 분명해진다. 참고로 미국에서 LGBT 인구는 전체 인구의 4%, 모슬렘 인구는 전체의 1%이다.

OECD는 이런 세 가지 이유에서 LGBT에 대한 차별과 이에 따른 결과를 국가 간에 비교하고 LGBT 포용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야심 찬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미국, 오스트리아, 덴마크가 이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OECD는 그 첫 단계로 LGBT 차별과 그로 인해 성소수자들이 받는 사회경제적 차원의 영향을 평가한 포괄적인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 큐레이션 사이트인 '향이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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