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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재 Jan 08. 2016

인간이 만든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

홀로세(holocene)가 끝나고 ‘인류세’가 도래했다

인류가 지구 대기와 바다, 야생 환경에 미친 영향으로 새로운 지질 시대(地質時代)가 도래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4명의 다국적 연구진은 8일(현지시간) 공동으로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류가 환경에 미친 막대한 영향이 지구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진입하게 했다며 현 지질시대인 ‘홀로세’(holocene)를 끝내고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고 불리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코코니코 지역의 지층 모습. J Brew/flickr


■‘인류세’ 공식 제안

영국 캠브리지대학, 레스터대학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미국 하버드대학 등에 속한 이들 과학자들은 올해 말 국제층서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에 ‘인류세’를 공식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국제층서위원회는 지질학에 관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기구로 지구 생성 이후의 역사라 할 지질시대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영국 지질연구소의 수석 학자인 콜린 워터스는 가디언에 “우리는 한 세계에서 ‘세’로 불려야 마땅한 또 다른 세계로 이행하는 큰 변화의 시기를 목도하고 있다”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일어났던 변화에 맞먹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과학자들은 논문에서 인류가 플라스틱이나 메탄과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대기와 지층, 바다와 빙하에 축적시키는 과정 등을 통해 이전 시대와 다른 지질학적 변화를 지구에 가져오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층서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지질연대표. 출처:http://www.stratigraphy.org/ICSchart/ChronostratChart2015-01.jpg


■핵실험에 따른 ‘동위원소’가 가장 특징적

논문은 인간이 지질학적 차원에서 새로운 지질시대에 남긴 가장 명확한 흔적은 1950~60년대 활발하게 이뤄졌던 핵실험에서 생성된 동위원소의 존재라고 밝히고 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동위원소도 흔하게 있지만 핵실험으로 만들어지는 플루토늄239와 같은 동위원소는 자연상태에서는 보기 드물다. 

논문은 “잠재적으로 전 지구적으로 가장 폭넓고 동시적으로 생성된 인류세의 증거는 핵무기 실험으로 만들어진 낙진이다”고 밝혔다.

워터스는 “(방사성 낙진은) 새로운 지질시대를 정당화할 하나의 강력한 후보다”며 “그린란드에서 캐낸 빙하 기둥처럼 빙하 안에 퇴적된 낙진 물질이 퇴적된 시점을 ‘인류세’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빙하기가 끝나고 인류가 농업과 산림 벌채를 시작했던 약 1만1700년전을 ‘초기 인류세’로 분류하고 20세기 중반 이후 인구 성장과 산업화가 가속화된 시기를 ‘인류세’로 구분하고 있다. 

인류세는 노벨 화학상을 받은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제안한 개념이다.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홀로세중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를 별개의 세로 분리하자는 주장이었다. 

  

비키니섬 핵실험 장면



■‘인류세’의 다른 증거들

종의 멸종 속도는 장기 평균을 훨씬 뛰어넘었다. 과학자들은 20세기 종의 멸종 속도가 인간이 없었을 경우의 자연적 속도에 비해 100배 정도 빠르다고 보고 있다. 논문은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음 수세기 안에 현재 종의 75%가 멸종하는 ‘6번재 대멸종의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간이 매년 생산하는 플라스틱의 양은 3억㎥에 달하고 콘크리트는 지금껏 사용한 양의 절반 이상이 지난 20년간 생산됐다. 수십만년 이후에도 이들 물질은 인류세를 상징하는 화석물로 남아있을 것이다. 

한켠으로 지구에서 야생동물들이 활동하는 영역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3세기 전 동토의 땅이 아닌 곳의 절반 정도가 야생의 땅이었다면, 이제 그 영역은 25%로 줄었다. 

  

그림 A에서 플라스틱과 콘크리트 생산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그림 B에서 현재 시점(0)에서 빙하에 퇴적된 질산염과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등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sciencemag.org



화학비료 사용으로 토양 내의 질소와 인의 양이 지난 세기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질소는 25억년만에 가장 많은 양이 순환과정에 놓여있다.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미세먼지 등은 빙하와 퇴적층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게 됐다. 

인류세를 공식화기 전까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앞으로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류세의 시작 시점을 어디로 잡느냐는 부분도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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