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스웻셔츠

by designwalkers

이제 패딩을 정리해야 하는 시즌이 되었습니다.


흰 티셔츠에 맨투맨 하나 레이어드하고 봄을 느끼고 싶은, 4월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스웻셔츠를 '맨투맨'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한데, 유래를 찾아보니 1953년 한국전쟁 직후 경성방직(현 경방)이 국내 최초로 스웻셔츠용 원단인 기모 원단(내핑 클로스, Napping Cloth)을 생산하기 시작하며 '맨투맨(Man to Man)'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명칭으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트렌치코트의 대명사가 된 '바바리(Burberry)'의 경우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스웻셔츠의 헤리티지를 논할 때, 단연 미국 브랜드인 러셀(Russell)과 챔피온(Champion)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20년대 이전까지 미식축구 선수들은 가렵고 무거운 울(Wool) 소재의 운동복을 입었다고 합니다. 1926년, '러셀 애슬레틱(Russell Athletic)' 창립자의 아들인 벤 러셀 주니어가 가려움증을 해결하기 위해 부드러운 면(Cotton) 소재의 상의를 제안해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땀을 흡수하고 목 늘어남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된 목 부분의 브이 가젯(V-Gusset)은 현재까지도 여러 브랜드에서 차용하고 있는 상징적인 디테일입니다.


휴먼메이드, 웨어하우스와 같이 아메리칸 캐주얼 타입 브랜드들의 스웻셔츠를 자세히 살펴보면 원단의 짜임 방향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는 1930년대 세탁 후 옷이 줄어드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챔피온에서 고안한 리버스 위브(Reverse Weave) 방식입니다. 리버스 위브는 원단을 가로 방향으로 재단하여 세탁 시 수축을 방지하는 기술로, 미군 훈련복과 대학 체육복으로 채택되면서 미국을 상징하는 아이비리그 스타일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스웻셔츠 또한 기본 반팔 티셔츠와 마찬가지로, 가을을 시작으로 겨울을 지나 봄까지 여러 계절에 걸쳐 무난하게 입기 좋은 기본 아이템이며 구조도 간단합니다. 기본 구조는 몸판, 넥라인, 소매 시보리, 밑단 시보리로 심플하며, 다른 의류들보다 사용하는 원단의 종류도 한정적이고 추가적인 레시피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스웻셔츠는 일반적으로 ‘3단 쭈리’를 이용해서 만들게 됩니다.


여성복에선 조금 더 가벼운 ‘2단 쭈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단’이란 실의 가닥 수를 의미합니다. 2단 쭈리가 단순히 ‘겉과 속’을 맞붙인 가벼운 원단이라면, 3단 쭈리는 그 사이에 ‘뼈대(연결사)’를 하나 더 심어 좀 더 탄탄하게 편직해 나온 원단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스웻 혹은 헤비 스웻이라 불리죠.


원단을 정하실 때 미리 염두에 두셔야 하는 부분들을 얘기해 보자면, 우선 밀도 높은 고중량 원단으로 무게감 있는 옷을 만들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보통 중량과 가격은 비례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무거운 옷은 피로감이 더해져 선호하지 않지만, 특유의 '미국 맛'을 내기 위해 고중량 원단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입니다.


그럼 가공은 할 것인가? 기본적인 바이오 워싱이 되어 있는 원단들은 시중에 많습니다. 이런 후가공 원단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만, 옷을 만든 후에 기본 원 워싱(물 워싱) 혹은 바이오 워싱 처리를 하면 몇 가지 장점들이 추가됩니다. 봉제선이 쭈글쭈글하게 우는 퍼커링(Puckering)이 생기면서 더욱 자연스럽고 완성도 있게 보이며, 워싱을 통해 미리 수축되어 실사용 시에는 줄어드는 현상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메인 원단이 정해지면 소매, 에리, 밑단에 사용할 시보리 원단을 선택합니다. '시보리'는 '시보루(絞る, しぼる)'에서 온 말로 '짜다', '물기를 비틀어 짜다', '좁히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오늘날까지 현장에서 통용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리브(Rib) 라고도 많이 불립니다. 일반적으로 쭈리 원단과 리브는 동일한 컬러(탕)로 세트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2x1 혹은 2x2 골지 원단을 리브로 사용하게 됩니다. 간혹 리브 없이 쭈리 원단만 단독으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으니 세트로 있을 거라 생각하고 확인하는게 좋습니다.


이제 원단이 정해졌다면 본격적인 디테일로 넘어가 볼까요?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소매의 형태입니다. 몸판의 어깨선에 소매를 끼워 넣는 정석적인 '셋인 슬리브(Set-in Sleeve)' 형태로 만들지, 아니면 목선부터 겨드랑이까지 대각선으로 소매를 연결하는 '레글런(Raglan)' 디자인으로 만들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그다음은 에리(넥라인)입니다. 입술 에리를 따로 달고 스티치를 넣는다면 한 줄을 넣을지, 혹은 두 줄을 넣을지 결정합니다. 브이 가젯(V-Gusset)은 어떨까요? 정직하게 몸판을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내고 그 자리에 리브 조각을 봉제해 넣는 인서트 가젯(Insert Gusset)으로 할지, 아니면 삼각형을 덧대어 모양만 내는 스티치 가젯으로 할지 정해야 합니다. 물론 넥라인을 감싸는 랍바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방법도 있으며 이 떄도 브이 가젯 유무를 선택 하시면 됩니다.


전체 봉제 디테일도 취향대로 변형을 줄 수 있습니다. 암홀부터 밑단까지 리브 원단을 덧댄 사이드 패널을 추가해 옷의 입체감을 살리고 실루엣을 탄탄하게 잡아줄 수도 있고, 넥라인이나 리브 합봉 부분, 암홀 등에 오드람프(오토랩, Auto-lap의 일본식 발음)나 가이롭바(장식 오버록의 현장 용어)를 쳐서 투박한 미국 느낌을 낼 수도 있습니다.


이후에는 나염이나 자수를 이용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면 되겠죠.스웻셔츠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을부터 봄까지 우리 옷장의 한 부분을 든든하게 책임지는 아이템입니다. 누구나 한 벌쯤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옷이기에 만드는 구조 자체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만들기 쉬운 옷이 시장에서 가장 살아남기 어려운 법입니다.


올봄, 여러분의 취향과 고민이 가득 담긴 스웻셔츠 한 장으로 가벼운 외출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옷을 만드는 과정에는 정답이 없기에, 제가 경험하며 배운 것들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 수 있습니다. 혹시 본문 내용 중 궁금한 점이 있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소중한 의견을 바탕으로 내용을 더 알차게 보완하고 다듬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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