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은비 Jun 30. 2020

두 감독의 관객에 대한 사려는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

[2020 미쟝센 단편영화제]<신도시 키드> 김유원, 남소현 감독 인터뷰

비정성시 <신도시 키드> 김유원, 남소현 감독 인터뷰

두 감독의 관객에 대한 사려는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2020)] 비정성시 <신도시 키드> 김유원, 남소현 감독 인터뷰



영화 <신도시 키드>는 어릴 때는 어려서 잘 몰랐고 성인이 되어서는 잊어 버리고 말았던 어린 시절에 느꼈던 외로움과 방황, 그리고 어린 아이는 물론 젊은이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젊은이들과 소통이 어려운 노인이라는 존재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아이의 고독과 노인의 고독, 이 추상적인 개념을 세밀하고도 낯선 연출을 통해 화면에 충실히 담아냈다. 모든 인간이 아이로 태어나 노인으로 생을 마감하기에 결국 이 영화에서 ‘인간의 고독’ 그 자체를 본다. 그리고 그 배경은 현대인에게 아주 익숙한 거주 공간인 ‘아파트(신도시)’이다. 익숙하지만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 ‘고독’의 미묘한 지점들을 건드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두 감독(김유원 감독, 남소현 감독) 분들을 어서 만나고 싶었다.


인사말에 박수를 치며 밝게 인사해준 두 감독과의 인터뷰 시간은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유쾌했고 깊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진중한 태도로 이야기들을 꺼내놓는 한편 쾌활한 반응과 멘트로 대화 시간 자체가 정말 즐거웠다. 특히 영화에 대한 질문, 해석, 평을 얘기했을 때 놀라고 즐거워 하고 감사해 하는 그들의 반응은 인터뷰어로서 큰 기쁨을 느끼게 했다.



[질문1]

가벼운 질문부터 드리면서 시작할게요. <신도시 키드>를 보며 떠오르는 키워드는 바로 ‘세대’와 ‘시간’이에요. 제가 이렇게 키워드를 뽑아봤는데, 동의하시나요? 


- 김유원 감독(이하 유원) : 네, 네!


- 남소현 감독(이하 소현) : 잘 보셨군요(웃음)! 예리하시네요.


네(웃음), 이 키워드 관련하여 가볍게 말씀 부탁드려요.


- 유원 : 시간이라는 게 원래 저희가 항상 작업하는 가장 근본적인 근원이었는데요. 되게 여러가지로 접근할 수 있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일상적이고 어떻게 보면 형이상학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둘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그것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거 같아요.


- 소현 : 시간이라는 주제가 워낙 큰 주제여서, 사람들이 봤을 때 최대한 어떻게 더 공감할 수 있게 만들까, 이게 큰 화두였던 것 같아요. 물론 구조적인 매체의 특성도 연구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많은 사람들한테 다양한 층위로 이해가 됐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질문2]

바로 앞 질문에서 말씀드린 키워드 관련하여 본격적으로 질문 시작해볼게요. 스크린에는 서로 다른 세대의 두 인물이 함께 사는 모습이 담깁니다. 상영관에서는 2020년을 살고 있는 관객이 영화 속 1999년의 모습을 보며 서로 다른 세대의 만남이 성사됩니다. 

영화에서는 실제로 1999년 세기말에 대중에게 혼란과 불안을 가져왔던 Y2K 문제가 티비 뉴스를 통해 계속 등장하는데요. 1999년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와 Y2K문제를 스크린 속에 담아낸 의도가 궁금합니다.


- 유원 : 99년도 그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인이 각각의 나라에 살면서 각자의 생활을 했는데, (99년도) 그때만큼은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공유했고. 사실 그 문제가 정확히 뭔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추상적으로 우리는 더 이상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상상할 수가 없다는 그런 미래에 대한 상상이 부재한 거(였던 것 같아요). 


따라서 전 세계인이 어떻게 보면 패닉이나 광기 비슷한 그런 걸 느낀, 조금 더 가시적이고 쉬운 얘기로 Y2K, 노스트라다무스(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앞으로 미래의 다음 삶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우선은 처음에 얘기하고 싶었어요.


- 소현 : 영화가 시작과 끝에 관한 얘기잖아요. 할머니와 손녀도 그렇고. 어제와 오늘, 1999년과 2000년. 영화 속 시간으로는 하루. 정확히 하루는 아니지만 어떤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흘러 가는 건데. 거기에 어떤 시작과 끝의 의미를 담다 보니까 ‘99년’을 지나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배경을 설정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친구(김유원 감독)가 말한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공유했던 공포이고, 그때 저희 친구들끼리도 “너 내일 멸망하면 뭐 할 거야?” (웃음) 이런 거 막 물어보고 그랬거든요. 어릴 때 가장 처음으로 그런 종말이라는 개념을 접했던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묵시록이 반복되잖아요. 더 옛날엔 종교적인 묵시록이 있었고. 어떻게 보면 저희가 처음 경험한 묵시록은 사이버 묵시록이었던 거죠.



[질문3]

오프닝 씬부터 등장하여 꽤 넉넉한 시간 동안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아파트’입니다. 제목에도 있는 ‘신도시’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 아파트에는 아이와 할머니가 살고 있잖아요. 아이는 주로 아파트 밖에 나와 있고 할머니는 아파트 안을 벗어나지 않죠. 아파트 밖에 있으나 안에 있으나 두 인물은 외롭고 공허해 보여요. 아파트라는 공간이 두 인물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 유원 : 할머니라는 사람은 과거에 어디서 뭘 하고 이 많은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우리가 상상하는 게 사실 너무 어렵더라고요. 맨날 보는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할머니라는 인물이 ‘과거’라는 너무 추상적인 하나의 정말 큰 덩어리를 상징하는 사람 같아요. 나도 할머니한테 다가가고 싶은데. 할머니도 젊은 때, 나만 할 때가 있었고 어릴 때 나처럼 그렇게 인생을 살았을 텐데. 왜 나는 할머니를 하나의 추상적인 상징, 과거라고 생각했을까. 이런 생각을 저희가 영화 만들면서 처음 했어요.


아이는 아파트에서 나고 자랐어요. 아파트 단지가 그녀가 알고 있는 유일한 세계인데. 이건 우리의 자전적인 얘기이기도 해요. 우리는 그 신도시라는 곳에서 나고 자란 처음 세대예요. 방금 태어나서 세상이라고는 여기밖에 살아보지 않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와 과거를 추상적으로 상징하는 할머니. 어떻게 보면 현재와 미래, 과거. 두 인물이 온전히 만나지 못하고 조금 맴돌잖아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아파트가, (서로) 만날 수도 없으면서 사람들이 맴도는 그런 공간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 소현 : 처음에 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냐면, 이 친구(김유원 감독)의 할머니도 되게 나이가 많이 드셨고, 저희 할머니도 94세거든요. 정정하세요(웃음)! 할머니를 보러 갔다가 할머니가 잠든 모습을 봤는데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까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 드는 거예요.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할머니가 아직 (내 곁에) 있을 때 내가 하고 싶다. 저희 할머니 지금 굉장히 기뻐하고 있어요(웃음)!


- 유원 : 맞아, 우리 할머니도요(웃음)!


- 소현 : 그 아파트라는 공간에 할머니가 있다는 게 사실은 되게 이상한 일이잖아요. 저와 할머니를 생각하면, 저희 할머니는 원래 부산에 갈매기가 끼룩끼룩 (울며 날아) 오는 그런 집에서 살다가 어느 날 아파트에 오게 된 거거든요. 아파트에 베란다라는 공간이 있잖아요. 저희가 늘 가지고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공간. 혹은 중간의 공간? 집인 것 같으나 집은 아닌 그 공간이 할머니란 인물 하고 처음 타협한 느낌(이 있어요).



[질문4]

영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에 제가 느꼈던 외로움이 떠올랐어요. 저도 영화에서 등장한 ‘유희왕 카드’ 세대이기도 하고요. ‘유희왕 카드’ 보고 많이 반가웠거든요(웃음).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도 소통이 잘 되고 심적으로 완전히 의지가 되는 건 또 아니잖아요.

집에서 한 마디도 서로 주고 받지 않는 아이와 할머니, 이 두 인물은 유독 더욱 소통이 안 되는 모습이에요. 같은 집에 살고 서로가 늘 옆에 있는데, 아이는 아이대로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외로운 모습이고요. 두 인물은 왜 서로 친밀하게 지내지 못하는 걸까요?


- 유원 : 할머니와 아이 이렇게 (등장인물로) 두 명이 나오지만, 저희가 좀더 초점을 맞췄던 것은 개개인이 겪고 있는 고독이거든요. 세상과의 소통, 타인과 함께하는 관계에 대한 얘기보다는요. 모두가 아무리 친구와 가족이 있어도 개인으로서 고독을 겪어내야 되는 어떤 부분이 있어요. 할머니도 할머니 나름(대로) 그런 걸 느끼는 인간이고. 아이도 어려서 고독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그 단어도 잘 모르는데, 단어를 모르면서도 고독을 느끼긴 하잖아요. 그걸 명명할 수 없어서 오는 혼란(도 있고요). 고독이란 것을 느끼고 이건 고독이야,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능숙하게 뭔가 다 처리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 소현 : 두 사람이 대변하고 있는 메타포. 어쩌면 두 인물의 메타포잖아요. 두 인물이 소통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 그 메타포를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 그런 애매한 대답을 남기고(웃음).


두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영희라고 하면, 영희의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아이의 이야기, 어떤 아파트에 사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 그래서 저는 두 인물이 크게 ‘아이’와 ‘노인’을 상징하고 있다고 봤어요. 결국 제가 이 영화에 대해 정말 흥미롭게 생각한 것은, 아이의 고독이랑 노인의 고독을 같이 담았다는 것.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또, 그 여자 아이가 결국 할머니가 될 거니까. 두 인물이지만 결국 한 인물로 생각해볼 수 있고요.


- 소현:  그렇죠, 맞아요! 그거예요!



[질문5]

또 제 눈에 띈 게, 영화에서 촬영의 어떤 형식의 대비들이 모두 적절하게 나타난다는 거였어요. 각각의 쓰임이 모두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고요. 대표적으로 관객이 인물을 멀리서 차가운 태도로 관찰하기만 하는 듯한 느낌을 주다가도 인물의 얼굴 클로즈업 씬으로 인물의 감정을 관객에게 뜨겁게 전달하기도 하죠. 두 분이서 연출하실 때 이렇게 신경쓰신 어떤 기술적 측면들이 있는지 좀더 얘기 들어보고 싶어요.


- 소현 : 촬영감독도 그렇고 저희가 다 친구예요. 저희 둘도 완전 오래전부터 친구이고. 그래서 그런 촬영적 기법에 대해서도 되게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많이 나눴었거든요. 진짜 말씀하신 대로 (인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저희가 계속 얘기했던 거였고. 어떻게 해서 (인물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할 것인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너무 인물에게 가깝게 다가가 버리면 너무 일방향의 소통이 될 것 같고. 공백이 많아서 보는 관객들이, 지금 2020년의 관객들이 채워줘야 되는 영화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좀 거리를 조절하려고 되게 애썼던 것 같아요.


유원 : 그리고 또 저희가 시나리오 쓸 때 생각했던 게, 우리는 말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영화로 표현하는 사람 그리고 영화 속의 주인공 그리고 관객. (이렇게) 세 가지가 삼각의 구도가 될 텐데. 이 관계가 (서로)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영화를 보는 사람과 영화 이것의 관계만이 아니라 우리(영화를 만든 사람)를 포함하여 이렇게 세 가지가 언제는 가까웠다가 언제는 멀었다가, 언제는 우리 없이 영화와 관객만 만났다가 하는, 그런 거를 카메라로 완급 조절하려고 했었어요.


- 소현 : 그래서 약간 목격하는 듯한 느낌이 나는 씬을 넣은 부분이 있고.


네, 그럼 느낌 받은 부분이 많았어요. 관찰하는 태도를 많이 느꼈고. 그래서 오히려 카메라가 좀 흔들린다거나 갑자기 얼굴을 잡아준다거나 하는 장면들이 더 임팩트 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질문6]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씬들 중 하나인데요. 묵묵하던 아이의 얼굴이 슬픔으로 잔뜩 일그러지는 장면입니다. 사실 아이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묵묵한 모습이죠. 아이의 뚱한 얼굴이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등의 배경에 대해 궁금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가 우는 모습만 보여줍니다. 아이에게 어떤 슬픈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영화에서 아이의 슬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않은 의도는 무엇인가요?


- 유원 : 사실 그게 슬픔인 건지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그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요). 딱 (명확하게) 말할 수 있고 (뭐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이면 누군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요. 이건 이런 감정이고 (이럴 때는) 이렇게 하면 돼, 너는 이때쯤에 이런 감정을 지나곤 해, 얘기를 해줄 수 있는데.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자신도 잘) 모르겠고 이름도 없는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한테 가르쳐줄 수 없고. 그래서 혼자 오롯이 감내해야 되는 부분들이 사실은 열 살 쯤에 되게 많잖아요. 


그리고 더 커서 이제 내가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사실 (성인인) 우리도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고. 그 주인공 아이도 모를 거고,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모를 수도 있고. 근데 모르지만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고 어디 있기는 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거를 완전히 딱 설명할 수 있는 슬픔, 아니면 표정이나 상황들로 확실하게 보여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모르는 만큼 영화도 (확실하게 보여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 소현 : 저희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예요. 나 왜 이렇게 힘들지, 하면서 사춘기도 같이 보냈고. 그 감정들이 남아 있잖아요. 신도시에는 저희가 필요한 게 다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되게 안정적이고 평온한 공간에서 뭔가 부족함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자랐는데도, 마음 속에서는 ‘분명히 이게 아닌데, 뭔가 빠진 거 같은데, 내가 뭘 잃어버린 것 같은데.’ 하는 (게 있었어요). (그런데) 뭘 잃어버렸는지를 전혀 모르겠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신도시에 과거가 아무것도 안 남아 있는 (거잖아요). 내가 다녔던 뒷산도 없어지고. 집이라는 건 부동산이기 때문에 이사를 막 다니고,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도 없고. 나는 뭔가를 계속 잃어버렸는데 그게 왜 슬프지? 가져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거를 언어로 표현하자니까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잊어야만 한 것처럼. 단어를 뭘로 찾아야 될 지 모르겠어서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명확하게 설정해 놓기보다는 명확히 말할 수 없는 그 감정을 영상으로 구현하신 거군요.


- 소현 : 네, 네! 어쩌면 그 감정에 대해 좀 소통하고 싶어서. 왜냐면 이제 우리 세대가 20대 후반, 30대 초반 이렇게 됐잖아요. 이제 이런 이야기를 좀더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질문7]

엔딩부에서 할머니의 자는 얼굴이 클로즈업 된 장면이 저는 제일 인상깊었는데요. 저 사실 그 장면에서 눈물까지 글썽였거든요(웃음). 영화에서 어린 아이가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잖아요. 그런데 저 또한 아이에게 이입되어 젊은 세대인 제가 이 노인을, 노인의 삶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이해하려 노력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유원 : 어떡해. 눈물 나. 저도 (이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막 이상해요.


(웃음)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이해’는 또 다른 문제잖아요. 세대 차이라는 건 서로 살아온 세월과 나이가 달라서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개념이고요. 엔딩을 통해 혹은 이 영화 전체를 통해 관객에게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 꼭 전달되기를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 소현 : 지금 말씀해주신 것 같은데요! 그 할머니의 얼굴? 또, 할머니랑 베란다 씬, 그거를 찍다 울었거든요. 그 씬이 중요한 씬들 중에 하나거든요. 거기에 되게 메타포가 많이 담겨 있고. 사실 모든 답을 찾자면 그 씬에 있는 것 같아요. 그 씬에 많은 답이 있고. 근데 거기서 ‘어떻게 느낄 지’는 좀 (해석이 열려 있게) 오픈으로 만들었고. 저희는 저희만의 답이 있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들한테 일부러 더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았어요. 당연히 더 뚜렷하게 만들 수도 있었는데 안 한 거죠. 약간 복잡한 씬이고 가장 강한 신호가 (들어 있습니다).


- 유원 : 처음에 하셨던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시간에 대해 먼저 말씀하셨잖아요. 영화를 보다 보면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되게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영화랍니다(웃음). 보면 볼수록 여러 가지 시간의 층위에 대한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질문8]

두 감독님은 앞으로 또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계속 어떤 영화에 관심이 있으신지.


- 유원 : 하고 싶은 말이 있고 (그걸 표현하는 수단이) 그게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다른 뭐가 될 수도 있는데, 이번엔 영화가 된 것 같아요. 이 친구(남소현 감독)는 다른 작업을 하기도 하고 저도 이전에 다른 작업을 하고 그랬는데. 이번에 이 이야기는 영화가 되어야만 하겠다, 했고 이야기와 매체, 모든 것들이 딱딱 맞았던 것 같아요. 꼭 영화가 아니어도 할 말은 언제나 있고.


- 소현 : 이번에 이런 얘기를 하기에 단편영화라는 매체가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이건 장편이 아니고 단편이잖아요. 저희는 언제나 작업할 때 시적인 은유를 하고 싶어 하는데, 단편영화는 짧은 시간 안에 이걸 전달해야 되는 매체니까 작업하는 게 굉장히 재밌었어요. 저희 영화가 15분, 16분 이 정도인데, 이 시간 안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얘기를 여기에 담을 수 있을까. 근데 그게 너무 복잡하지 않고 최대한 단순하게. 단편이니까 어떻게 비워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 비워내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어쨌든 작업(할 때) 전체적으로 비워내는 게 최대의 목표였던 것 같고. 그런 작업하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저희 첫 작업이거든요, 단편영화는.


이렇게 얘기를 듣고 나니 영화가 진짜 시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 소현 : 저희가 원래 뮤직비디오 작업도 하거든요. 뮤직비디오가 시적이잖아요. 저희가 만드는 뮤직비디오 작업할 때 어떤 스크립트를 쓰기보다는 시 같은 거를 먼저 쓴 다음에 이미지를 구현해 나가는 편이거든요. 그런 함축적인 어떤 언어를 만들어가는 게, 앞으로도 다른 작업 하게 된다면 계속 나아갈 방향이에요.

 


[질문9]

영화 설명에서 연출의도를 보니, “신도시는 아낌없이 베풀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잃어버렸다.”라고 표현하셨어요. 연출의도도 그렇고, 영화에서는 신도시에 살면서 잃어버린 것이 있다고 계속 말하는 것 같았어요. 여자아이가 장롱에 쌓인 이불들 틈에서 무언가를 자꾸 찾는 행위도 생각나고요. 할머니가 베란다 창문 밖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도 그렇고요. 두 분이 말하고 싶으셨던, ‘신도시에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 소현 : 사람이 진짜 고독함을 느낄 때가 다 갖추어져 있을 때인 것 같아요. 내가 부족한 게 없을 때, 지금 당장 불편한 게 없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감정(고독함)을 느끼는 게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들어요. 내가 이런 거를 느낀다고 말해도 되나? 왜냐면 세상에는 더 힘든 사람들이 많고 티비 뉴스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 감정이 내가 세상에 내뱉을 정도로 유효한가. 사실은 이게 좀 걱정이었어요. 영화를 만들면서도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 유원 : 그래서 저희가 이거에 대해서 한 번도 비판하거나 불평해본 적이 없어요, 이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 그냥 ‘그런 느낌이 있어’ 얘기하며 알고만 있고 입 밖으로 말을 꺼내본 적은 없는데. 다(들) 말하고 싶잖아요! 살다 보면 각자의 비극이 있는 거고.



[마지막 질문]

제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질문 드릴게요. 두 감독님께 단편영화란?


- 유원 : 시가 제일 가깝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으로 저희는 임했으니까. 단편영화는 시다! 앞에서 이 친구(남소현 감독)가 얘기한 것처럼 단편영화여만 했던 이유, 단편영화에서 너무 좋았던 것들.


- 소현 : 비워낼수록 좋은, 짧아서 좋은.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다 보니까 많은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함축적인 장면들로 내가 전달하고 싶은 감정을 최대한 젖어들듯이 공유하려는 노력인 것 같아요. 

저희는 어떤 일방향의 한 가지 내러티브를 사람들한테 보여주기보다는, 내가 만들어낸 이 언어를 사람들이 와서 같이 사용하면서 이 영화가 완성이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언어를 관객들도 같이 완성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두 감독은 관객을 많이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인터뷰 내내 자신들의 답변이 혹여 이 영화를 아직 안 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게 되는 건 아닐지, 영화를 본 사람들의 주관적 해석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관객 개개인이 각자 나름대로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영화를 만들 때에도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대할 때에도 언제나 그들의 머릿속에는 ‘관객’이 있다. 그들의 관객에 대한 사려는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앞으로 이들이 만들 또 다른 작품들이 많이 기대가 된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데일리)

http://msff.or.kr/daily/%eb%91%90-%ea%b0%90%eb%8f%85%ec%9d%98-%ea%b4%80%ea%b0%9d%ec%97%90-%eb%8c%80%ed%95%9c-%ec%82%ac%eb%a0%a4%eb%8a%94-%ea%b2%b0%ea%b5%ad-%ec%9d%b8%ea%b0%84%ec%97%90-%eb%8c%80%ed%95%9c-%ec%95%a0%ec%a0%95/

(미쟝센 단편영화제 공식 네이버 포스트 데일리)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651555&memberNo=49903240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을 쿵 치는" 경험을 귀하게 생각하는 그의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