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영화 <모가디슈> ①
한국 영화에서 거의 다룬 적이 없는 아프리카 땅 위에서, 격렬한 폭음과 고함이 연발한다. 숨 막히는 무더위를 배경으로, 땀으로 젖은 얼굴들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 사방에 난무하는 발포와 발화, 참혹한 유혈의 흔적, 단단하며 뜨거운 인간애.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작열에 휩싸인다.
<모가디슈>는 영상미만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의 무대인 소말리아와 비슷한 환경의 모로코를 올 로케이션으로 하고 외국인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켜 극사실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섬세한 미장센과 프레이밍을 통해 생생한 비주얼을 선보인다. 영화 속 몇몇 장면들이, 최근 나라의 통치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어떻게든 출국하기 위해 애쓰는 대규모의 인파로 아수라장이 된 아프가니스탄 현장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는 평이 자자하다. 이 같은 반응은 분명 <모가디슈>가 이룬 하나의 영화적 성과이다. 시위와 내전이 일으킨 혼란과 충돌, 총격과 살상, 파괴와 잔해의 풍경이 실제 화면과 같이 연출된다.
단도직입적으로 지체하지 않는 플롯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에서 벌어진 한국의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고 각국의 대사관들은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남북한 공관원들은 함께 힘을 합쳐 목숨건 과정 끝에 탈출에 성공하였다. 바탕이 되는 실화사건이 그렇듯 영화 제목부터 대부분의 대중에게 낯선 느낌을 안긴다. 모가디슈는 소말리아의 수도이다. 영화는 강대진 남한 참사관(이하 강 참사관)이 모가디슈에 들어서면서 시작되고 남북한 공관원 일행(이하 남북한 일행)이 모가디슈를 벗어나며 끝이 난다. 이렇게 모가디슈를 거의 유일한 무대로 설정하여 영화는 완전히 탈출의 과정에 집중한다.
<모가디슈>는 실화의 재현을 주목적(主目的)으로 하는 영화가 아니다. 실화를 소스로 하여 장르적 흥미에 집중하는 하나의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모가디슈>의 신들은 그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밀도 있게 짜여졌다. 영화 안의 여러 선택들은 그 목적을 분명히 드러낸다. 영화의 배경적 설명은 최대한 요약되며 축소된다. 초반부는 <모가디슈> 속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기에 바쁘다. 소말리아와의 외교에 공들이는 남한의 사정과 경과, 당시 소말리아의 정세, 북한 대사 측의 동향 그리고 남북한 공관원들 간의 관계까지. 빠르고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직접적인 대사와 단도직입적인 행동은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초반부의 강단은 한편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주요 인물 네 명에 대한 초반부의 소개는 짧고 응축적으로 이뤄져 우리에게 그들의 첫인상을 각인시킨다. 쇼트 하나하나마다 특정 움직임과 행동, 눈빛과 말투 등 인물들은 생동하며, 그들의 성격과 이미지는 우리에게 단번에 인식된다. 다소 버럭하는 성깔과 거침없고 기민한 행동력을 가진 강 참사관과 냉소적이며 민활한 면모를 보이는 태준기 참사관(이하 태 참사관). 이 둘의 등장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면 이들과 대조되게, 부드러운 인간미와 성실한 성격의 한신성 대사(이하 한 대사)와 신비로운 아우라를 풍기며 중후한 모습의 림용수 대사(이하 림 대사)의 등장은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요약적인 설명이 바쁘게 지나가고 곧바로 내전이 발생한다. 내전이 고조되는 상황은 몽타주 신을 통해 또 한 번 선연한 요약으로 제시된다. 점점 충돌이 격화되는 거리와 재빨리 나라를 빠져나가기 위해 앞다투는 인파, 반군의 위협으로 혼란스러운 각국의 대사관들의 안팎 상황 등. 이처럼 영화는 탈출 서사에 집중하기 위해 나머지 부분들은 지체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전개시킨다. 이후 탈출 시퀀스에서 마침내 영화가 공들인 크고 작은 스펙터클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