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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은비 Sep 29. 2021

내내 작열에 휩싸이며, 장르적 기대를 확실하게 충족하는

[평론] 영화 <모가디슈> ②

내내 작열에 휩싸이며, 장르적 기대를 확실하고도 경이롭게 충족시키는


- [평론] 영화 <모가디슈> ②



서스펜스와 유머로 몰입도 붙들기

네이버 영화

<모가디슈>에는 루즈하다고 느껴지는 신이 거의 없다. 영화는 관객의 몰입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신들을 흥미롭게 구성하려 노력한다. 영화는 계속해서 긴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긴장이 이완되는 부분들은 담백하고 세심한 유머로 채워 좀처럼 관객이 지루할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실제로 다소 많은 액션 영화들이 스펙터클 신의 나머지 부분들에서 루즈해져 몰입도를 놓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받곤 한다. <모가디슈>는 영화 전반적으로 내내 긴장의 에너지가 서려 있으며 영화의 긴장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영화이다. 긴장이 이완되는 각 부분들의 지속시간도 길지 않게 느껴진다.


영화 속 인물들 간의 여러 충돌 구조는 <모가디슈> 속 긴장을 생성시키는 적극적인 동력이다. 강 참사관은 직접적이며 뚜렷한 충돌을 갖가지로 일으키는 인물이다. 초반부부터 공수철 서기관(이하 공 서기관)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영화의 충돌 에너지를 가열시키기 시작한다. 이어 특정 소말리아 경찰관 그리고 북한의 태 참사관과의 직접적인 일대일 충돌은 다양하고 격렬한 스펙터클 신들의 동기가 된다.


남북의 두 참사관끼리의 갈등은 영화가 주목하는 남북한 일행 내부에 있어서 계속 긴장을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둘의 충돌이 없었다면 후반부까지 이토록 내내 날카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두 남북한 대사가 서로 조용한 신뢰와 존중을 빚어가는 와중에도 두 인물은 끝없이 충돌한다. 이를 통해 남북 일행이 결합한 상황에서도 끝내 완전히 사그라들 수 없는 경계심과 분리 의식이 표면화되기도 한다. 한편 결과적으로 이들의 충돌이 결코 서로를 치명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일행 안에서 남북으로 대표되는 둘은 아무리 경계를 풀지 못 하더라도 결코 완전한 적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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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로 갈수록 다수 간의 충돌은 영화의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북한 대사 일행과 반군 무리와의 물리적 충돌 시퀀스는 물론, 남북한 일행이 반군과 정부군 모두와 마찰을 빚으며 벌어지는 절정 시퀀스에서 격렬한 스펙터클이 펼쳐진다. 남북한 일행 간에 형성되는 긴장 또한 흥미롭다. 남한 대사관으로 입장하는 북한 공관원 일행을 창문으로 지켜보던 한 남한 사무관의 말, 북한은 어린 나이부터 군사 교육을 받는다는 대사는, 이후 두 집단이 가깝게 부딪치는 순간마다 관객에게 상기되며 불안감을 일으킨다. 두 집단이 함께 생활하게 된 남한 대사관 공간은 음침하게 연출된다. 늦은 시간을 배경으로 내부마저 어두운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 그 안에서 북측 일행의 싸늘한 눈빛은 음산한 기운을 더하고, 남측 일행은 그런 그들을 경계하다 못해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서로 더 이상 대치 관계가 아님에도 양쪽 다 쉽게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모양은 관객이 좀처럼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이 장면의 긴장은 비교적 평안한 내부 공간에 외부 인물이 입장함으로써 그 내부의 안전성이 위협받는 데에서 발생한다. 남한 대사관은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비교적 안전한 공간이기에 그 파장이 더 크다. 이런 형태의 긴장은 초반부의 신에서도 쓰인다. 내전이 터지기 일보 직전 정부군이 반군을 샅샅이 수색하며 탄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 대사관의 운전사 솨마가 반군의 모습을 한 채 남한 대사관에 들어오게 된다. 이후 대사관 내부는 급격히 불안에 휩싸인다. 


한편 긴장 생성을 위한 이러한 여러 설정들은 자연스럽게 서사에 녹아든다기보다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장르적 장치로서 소모되는 느낌이 강한 것이다. 이는 그 설정들이 단순한 서사와 특징을 갖고서 부여받은 단순한 역할만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확실한 효과를 거둔다는 점은 분명하다. 영화는 목적에 몰입한다. 충실한 선택들을 내리고 그것들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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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의 유머는 사소하면서 현실적이다. 따라서 심각한 극의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고 작중 인물들의 인물상을 망가뜨리지 않은 채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웃음을 유발하는 일상적인 이벤트들이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를 테면 초반부에 공 서기관과 강 참사관이 한 차례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공 서기관은 자켓을 챙겨 자리를 떠나려다 애를 먹는다. 소파에 걸쳐 있는 그 자켓을 강 참사관이 등으로 누른 채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를 홀홀히 떠나지 못하고 자신의 자켓을 꺼내려 낑낑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온다. 


남북한 대사 일행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도 있다. 같은 반찬 그릇에서 서로 젓가락을 계속 부딪치며 반찬을 제대로 집지 못하는 남북한 공관원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적 모습이라 더 웃긴다. 특히 이 신에서는 남북한이 공유하고 있는 식사 문화를 사소하면서 세심한 정경으로 드러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남한 대사의 부인이 여러 겹이 달라붙은 깻잎 반찬을 집으려 애를 먹고 있을 때 북한 대사의 부인이 자신의 젓가락으로 도와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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