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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은비 Sep 29. 2021

내내 작열에 휩싸이며, 장르적 기대를 확실하게 충족하는

[평론] 영화 <모가디슈> ③

내내 작열에 휩싸이며, 장르적 기대를 확실하고도 경이롭게 충족시키는


- [평론] 영화 <모가디슈> ③



파고들고 마구 흔들리며 전율케 하는 촬영

네이버 영화

영화는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짧지만 강렬한 스펙터클을 전시하며 시작부터 스펙터클한 액션 장르임을 표명한다. 소말리아 대통령을 면담하러 가는 한 대사의 일행은 갑작스런 공격을 받는다. 차창이 깨지는 바람에 유리조각이 날아들고 한 대사는 머리를 감싼 채 덜덜 떨며 고개를 수그린다. 광활한 영상미와 박진감 넘치는 촬영, 날카로운 총성 따위는 단번에 관객을 압도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제시한다. 


<모가디슈>는 단연 ‘촬영’에 대해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영화이다. 세련된 역동적인 촬영과 편집이 격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바로 <모가디슈>가 빛나는 순간들은 이렇게 만족스럽고 경이로운 장르적 쾌감을 성취해내는 지점들이다. 액션 신에 자주 쓰인 핸드헬드 기법은 압도적인 현장감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영화적 공간 안에서 인물들 바로 곁에 함께하는 것만 같은 생생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북한 공관원 일행이 대사관을 나와 언제 총맞아 죽을지 모르는 거리로 내몰리며 전전긍긍하는 시퀀스에서 핸드헬드가 효과적으로 쓰인다. 핸드헬드를 바탕으로 롱테이크 기법이 쓰여 긴박한 흐름을 연속시키며 서스펜스를 강화한다. 유일한 안식처였던 공간이 무너지고 완전히 위험에 노출된 그 순간의 위급함이 강조된다. 선두에 나선 태 참사관의 시점 화면에서 카메라는 자유롭게 움직여 그를 기준으로 전 방향의 광경을 담아낸다. 그의 뒤에서 그를 따라 숨죽이며 움직이는 나머지 일행들까지 모두 한 호흡에 담긴다. 총알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지만 발각되면 역시 위험해지기에 인물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거리의 위태로운 공기와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인물들의 겁먹은 얼굴. 관객은 화면 속 공간에 적극적으로 초대된다.


네이버 영화

후반부의 카체이싱 절정 시퀀스는 단연 <모가디슈>의 꽃이다. 구조되기 위해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목숨걸고 이동하는 험난한 과정을 박진감 넘치는 스펙터클로 구현하였다. 출발지인 남한 대사관에서 이탈리아 대사관까지의 이동 거리는 멀지 않지만, 가는 길이 무척 위험할 뿐더러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상황이다. 그런 짧고도 위중한 과정을 절정 시퀀스로 탄생시킨 데에는, 효과적 세팅, 재기발랄한 촬영과 편집, 연발하는 위기를 통한 점진적 전개, 이 삼박자의 시너지 영향이 크다.


임시방편으로 방탄의 작용을 위해 남북한 일행들은 차 안팎을 책과 모래주머니 등으로 둘러싼다. 카체이싱 장면에서 이와 같은 세팅은 이곳저곳에서 날아오는 총격에도 인물들이 다치지 않는 것에 대한 현실감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선 효과를 일으킨다. 차 외부에서 바라볼 때 운전자의 얼굴 일부만 겨우 보이고 모든 차창까지 다 가려버린 어설픈 이 보호 장치는 그 자체로 남북한 일행의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을 시각화한다. 이 같은 효과는 차 내부를 조명할 때 한층 더 커진다. 차 내부는 어둡고 비좁아 차 안 인물들은 더욱 고립되어 보이고 탈출에 대한 그들의 막막함과 버거움이 더욱 두드러진다. 또한 액션의 쾌감을 강화한다. 운전자도 시야 확보가 힘들어 주행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인물들은 어디서 총알이 날라오는지, 어디서 누가 추격하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좀처럼 파악하지 못한 채 무차별적으로 총격과 충돌을 감당해야 한다. 


네이버 영화

이 신에서 관객을 경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침투적이고 투시적인 화면의 전·후진이동이다. 카메라는 차창 외부에서 차 안 인물들을 클로즈업 하다가 차창에 난 작은 구멍을 파고들어 차 내부로 들어간다. 차 내부에서도 카메라의 전·후진이동이 이어진다. 카메라는 한 흐름으로 앞좌석과 뒷좌석을 번갈아 가까이 담아내며 유연한 움직임을 갖는다. 이때 인물들의 움직임과 음성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영화 전반적으로 자주 쓰인 클로즈업 또한 주도적으로 활용되어 불안과 공포, 경악과 탄식 그리고 피곤까지 인물들의 정서가 생생히 시각화된다. 이처럼 화면은 남북한 일행을 중심으로 차 안팎의 풍경이 원테이크와 같이(물론 원테이크는 아니다) 끊기지 않고 매끄럽게 연출된다. 유연하고 생동감 넘치는 촬영과 편집이 이룬 결과이다. 빠른 컷전환이 아님에도 화면의 움직임이 저돌적인 방향으로 빠르고 활발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장면 자체의 속도감이 크다. 이에 따라 영화의 액션이 매우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더불어 카체이싱 신의 점진적인 서사적 전개는, 실제적으로 짧은 시간(카체이싱이 이뤄지는 물리적 거리가 짧기 때문)과 인물들의 단순하고 명확한 행동의 신을 흥미롭게 확장시킨다. 여러 위기들이 설상가상 식으로 벌어지며 고조된다. 남북한 일행은 반군도 모자라 정부군의 맹렬한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 위기의 정점은 역시 차 내부로 위협적인 인물이 침입할 때이다. 이처럼 <모가디슈>는 ‘위험을 몰고 오는 외부 인물의 내부로의 침입’의 형태를 거듭 활용해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작중인물들은 물론 관객까지 긴장감과 공포감이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무려 뒷좌석까지 몸을 밀고 들어온 침입자는 총까지 들고 있다. 속도감 있게 연이어 벌어지는 위기들로 점입가경의 경지에 달하고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렇게 역동적인 절정 시퀀스가 끝이 나면 또 하나의 극단적인 핸드헬드 장면이 기다리고 있다. <모가디슈>에서 가장 짧지만서도 가장 인상적인 핸드헬드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마침내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한 남북한 일행이 백기를 높이 흔들어 내달리며 문을 열어줄 것을 요청하는 장면. 그들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단계이다. 앞으로 달려오는 그들 형상의 윤곽이 흐려지며 잔상이 생길 정도로 화면이 흔들린다. 초점이 극단적으로 흩날린다. 이러한 촬영은 잔뜩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다급하고 절박한 뜀박질을 관객에게 진득하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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