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이니까, 9시 넘어까지 자고 쿰척쿰척 일어나 환기핑계로 창문 열어 젖혔다. 밤새 정체되어있던공기가 나가고 신선한 찬바람 들어오니 딸들은 엄마 추워~ 하며 이불속으로 다시 파고들었다. 그렇게 이불 안에서 아이들과 킥킥대며 꼼지락 거리니 코는 쨍하고 몸은 포근한 게 그래 이게 겨울이지 싶은게 꽤 행복한 냄새가 났더란다.
느지막하게 아침 겸 점심 먹고나니 노곤해진다. 나가서 한 바퀴만 돌자. 커피숍에 앉아 각자 좋아하는 음료 앞에 두고 시시껄렁한 근황 나누고 하천이 흐르는 공원 산책하고 있으려니 한창 재미있는 거 좋아할 딸들이 언 한강줄기를 보며 철 지난 밈을 흉내 낸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아이들과 한참을 손장난 하며 깔깔대고 걷고 있는데 되려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그래 맞아 그런 게 뉴스에 나오는 때도 있었어.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니는 영상이 귀엽고 진중해 마지않는 기자의 멘트가 자뭇 익살맞게 들릴 정도로 친근했던 그런 뉴스가 화제가 되던 때.
24년을 3일 남긴 오늘 남쪽의 도시에서 비행기가 추락했다.
181명을 태운 비행기는 179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아침 9시 7분. 창문을 열어놓고 바깥의 추위가 주는 위협에 이불을 코끝까지 올려붙이며 안락함에 취해 연신 깔깔대고 있을 때, 182명의 인생을 태운 비행기는 순식간에 폭발했다.
즐거운 여행의 끝에 비행기 차창으로 보이는 내 나라 땅 보며 이제 다 왔구나 싶었겠지. 편안하게 내 침대에 몸 뉘 일 생각에 여행의 피곤함을 달랬을 테고 그간의 짐 정리할 생각 하며 가벼운 걱정을 했을 것이다.
일평생 가족 위해 헌신하다가 열심히 일한 스스로에게 준 상같은 퇴직 기념 여행이었다고 한다. 돌아와 편안하고 온전히 본인에 집중한 삶을 누리며 안락한 노후를 지내셨을 것이다.
15명의 어린아이들은 무사하게 잘 자라서 가끔은 엄마 속도 썩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존재 자체로 행복인 아들이자 딸이었을 것이다.
179명의 삶이 순식간의 화염에 사라졌다.
내게 허락된 안전함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침해당할 수도 있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의 영역에서 파괴될 수도 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두 손 모아 있는지도 모를 신을 향해 기도하는 것 밖에 없음이 무기력한 나날들이다. 거대한 사건이 온점을 찍기도 전에 이렇게 잔인하고 괴로운 사건이 또 일어났다. 문득, 이 시기에 일어난 끔찍한 불행이 인두겁을 쓴 짐승들에겐 기회처럼 보일까 걱정이 된다.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는 기억이다.
현재의 사건과 사람 그리고 역사의 한 점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담아 기억하는 것. 그리고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지켜보는 것.
당연한 행복은 없다.
살아남은 자로서
부끄러움과 죄송한 마음을 가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면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