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여의도의 바람 대단하대

by 솔하

유시민 작가님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왜 했느냐는 질문에 그냥 창피해서 그랬다고 대답하셨다.

황석영 작가님의 부인분은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서울에 계신 몸을 피하란 황석영 작가님의 말씀에 밖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어나가는데 어떻게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느냐라고 호통했다고 한다. 그래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집필하셨다고 했다.

한강 작가님은 5.18 민주항쟁이 일어나기 한 달 전에 서울로 이주했는데 그곳에서 일어난 참상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나아가기 위해 소년이 온다를 쓰셨다고 했다.


가만히 있기 쪽팔렸다.


엄청난 이데올로기가 있다거나 비장한 마음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

이상한 세상에 범인으로 살아가기에 시대의 흐름에 그저 편승하고 사는 게 수치스러워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또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아주, 아주 개인적인 사건이었다.


학교 다닐 때 등록금 투쟁 한번 안 해본 나는 그렇게 쪽팔려서 주먹을 들고 목청 높여 소리쳤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탄핵이 확정되자 모두가 일어나 환호했고 극적으로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추위에 몸을 오그리고 있던 9세와 7세도 벌떡 일어나 울면서 웃는 엄마 얼굴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좋아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나의 일상을 지켰다. 12월 3일 이후로 하루 걸러 한 번씩 지속되던 불면증이 오늘 밤에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눈물이 터져 나왔던 이유는 이념이나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내 소중한 하루를 지켜냈다는 안도감에서 흐르는 것이다. 비장함 같은 건 없었다. 내가 뭐라고 이 한 목소리가 소용이 있겠나 하는 생각은 그 자체로 보잘것 없어졌다.


정의 구현은 힘들고 유토피아는 없다.

지난주의 탄핵 소추안 투표 때 퇴장하는 국회위원들을 보며 느꼈던 것처럼 세상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는 일은 늘 일어난다. 또 어떤 식의 농락이, 은폐가 있을 수는 있어도 오늘의 승리가 반드시 우리의 역사나 인생에 점하나를 찍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이어도

다시 만난 우리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