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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 sorri Dec 15. 2020

왜 모두들 열심히 살지? 가만히 있어도 뒤쳐지게

남들 속도에만 맞추다 길을 잃은 당신에게



2020.10.00

남들 속도에만 맞추다 길을 잃은 당신에게


사색의 계절 가을은 왔는데 머리에 차는 생각이 없다. 너무 맹목적으로 살았던 탓일까. 바로 앞 미래만 보며 살아왔더니 이 지경이 됐다. 인생 '길'이라는 것을 막연히 떠올려보면 내 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란 길이 놓여있을 것 같지만 현실의 시야는 내 발끝에 그친다. 오늘 할 일, 조금 길게 보면 올해 안에 할 일일까. 이유는 있다. 당장 5년 뒤는 만져볼 수도 없는데, 그나마 그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은 '지금'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지금 10년 뒤, 20년 뒤를 고민하면 뭐하나, 아직 그 문제는 말 그대로 10년 20년이 남은 문제일 뿐이다. 언제는 친구 셋이 모여서 각 잡고 인생 고민을 나눈 적이 있다. "내 배우자는..."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 굉장히 심오했다. 세 시간쯤 열띤 토론이 오갔을까, 이야기를 마칠 즈음엔 갑자기 허무했다. 지금 20년 뒤 30년 뒤를 고민하면 뭐하나 싶었던 것이다. 당장의 미래도 보장 못 하는 녀석들이 애는 어떻게 낳는다고. 말 그대로 미래의 문제는 2-30년이 남은 문제일 뿐이다. 당장의 일이 더 중요한 것이다.


사실 이보다도, 멀리 또 넓게 삶을 반추할 여유가 없다. 다들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왜 그렇게 열심히들 사는지. 똑바로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뒤처지게 만든다. 으레 그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다 보면 세상에서 중간은 가는 것 같은데 내 인생에선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모르겠다.


뭐 대학교 4학년이라는 나이가 그렇지. '취업 먼저 하고 진지한 삶의 고민은 이후로 미뤄도 괜찮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에서 취준 끝 취업 성공의 축배를 든 사회 초년생들에게 '면접에서 가장 어려웠던 질문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직무 관련 질문이었을까 잠깐 짐작해보았지만, 정답은 '성공한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이었다.


예전에 이런 질문을 들었더라면, '역시 볼 걸 보는 회사네. 능력보다 인간이 먼저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야 준비된 스펙도 없었고 나름 나만의 인생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을 때니까. 하지만 요새는 인생철학마저 요구하는 당신들이 미워졌다. 면접에서 인생의 방향을 물어보는 것은 정답 없는 서술형이 아니오, 보기 없는 객관식일 뿐일 테다. 자소서를 쓰며 자신에 대해 반추하고 거절당함에 좌절했을 사람들에게 본인의 묻고 인생을 묻는다? 그 현장에서 어떤 대답을 나왔을지 궁금하다.


사실 당장 지금 시기에 단적으로 보이는 성공은, 이른 나이에 그럴듯한 커리어를 갖추는 것이다. “벌써 대기업에 취업했대”, “조기 졸업하고 대학원 간대”, “돈 얼마 벌고 있대” 하는 말들처럼 말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간에 마음이 급급 해지며 그들의 빠른 시작이 인생의 성공을 말하는 것만 같다.


문득 고등학교 때 지독하게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조금 느려도 돼. 삶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곱씹을수록 힘 빠진 웃음이 난다. 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철석같이 믿고 방향만 굳게 다져보던 나의 다소 처참한 결과에 대한 자조랄까. 사회로의 도약을 앞둔 시기가 다가올수록 어딘가 그 방향은 허상 같고 능력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방향성을 조금씩 지우고 남들 속도에 발을 맞췄다. 뒤늦게 따라가려니 엉거주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부실공사 투성인  같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지금 돌고 돌아 다시 의지하게 되는 말은 ‘삶은 방향이다라는 말인  같다. 살날도 늘어나 ‘인생은 50부터라는 말도 있는데 꼬꼬마 20대가 성공을 좌우하고   시기에 보는 성공이 어떻게 정답이겠는가. 어설프게 방향 흩트리지 말고 진하게 방향을 고민하며 50 이후나   계획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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