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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 sorri Dec 31. 2020

1년 전 나에게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다면?

2020 해피 뉴 이어를 외친 후 1년이 지났다

다가올 일도 모른 채 희망차게 HAPPY NEW YEAR 2020! 을 외친 후 1년이 지났다. 지금 과거와 교신할 수 있다면 "햅피는 개뿔 웰 컴 투 헬이다, 인마!"라고 한마디 해주겠지. 전 세계에 미친 신박한 재앙에 많은 이들이 '올해가 삭제됐으면' 바랐다. 어느 때보다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계획이 탄탄했던 사람일수록 더 많이 무너졌을 테다. 그렇게 '한 게 없네, 정말 무능했다' 많은 후회로 물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만약 당신에게 1년 전 자신과 통화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말을 전하겠는가?


1.

"칙칙.. 여보세요.. 거기 듣고 있니..?

내가 미래에서 왔는데 이제 곧 이 세계에 재앙이 올 거야"


"... 안 믿어요. 뚝"


2.

"이제 곧 역병이 덮칠 텐데 지금 당장 우한으로 가! 사건을 막아!"

"뭔 소리야 돈 없습니다. 뚝"


3.

"지금 준비하는 거.. 앞길 이 안 좋아. 빨리 관두고 딴 거 찾자."

"지금 잘하고 있는데 왜 그래여, 전 저를 믿어요! ^^"


쳇, 역시 고집불통에 현실적이었다. 알면 뭔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상상해봐도 1년 전의 나는 나다. 어두운 미래를 미리 안다고 되는 건 없었다.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었으려나,


4.

"인간들 죽고 싶지 않으면 마스크 쓰라고 해. 그리고 그 신천지 미리 조심하고

5월엔 이태원 가지 말라고 예언글 좀 써봐."

"마스크 넘 답답해용. 글은 속는 셈 치고 한 번 써두겠음 ㅇㅋ"


대략... 예방은 할 수 있어도 1년 내내 덮친 팬데믹은 이미 예정된 듯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이 말을 보내겠지.


"다가올 해는 변수도 많고 힘들 거야. 당연히 누렸던 일상도 지키기 힘들어. 지금은 연말인데 사람들도 못 만나고 다들 집에만 있거든. 그러니 소중한 사람들 미리 잘 만나고 그려. 그리고 힘들어도 시간은 흐르긴 흐르더라고, 어쨌든 넌 다 잘 견디고 살아갈 테니까 파이팅해라."

"감사해요 형님"


결국 특별할 것 없는 새해 덕담. 그래도 아무리 힘들었어도 살아내서, 과거 나한테 메시지를 보낸다는 사실 자체가 용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우리가 후회하고 과거로 되돌리면 많은 것을 돌이킬 수 있을 것 같아도 막상 그렇지 않다.


다시 살라하면 못 살만큼 올해 가장 치열하게 생존했을 것이다. 절대 헛살지 않았다. 이 세계가 바뀐 것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인간들이 지나치게 유능한 탓에 기억 편집으로는 불가능한 만큼 너무 큰 변화가 일어났더. 모든 영역에 말 그대로 ‘전환’이 일어났으니까.


뭐 물론 개인적으로 결과적으로 드러낸 성과가 없었을지 몰라도, 당신은 이 세상에 적응한 사람이니 그 자체로 박수를 보내 마땅하다.


지금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만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생겼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역사책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이다. 나중에 아기들이 나한테 다가와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할머니~ 코로나 때 얘기해주세요~"

"할할... 그때라면 정말 할 말이 많지.

라떼는 말이야...."


정말 미래에 꼭 2020년을 추억하고 싶다. 후대 사람들이 부디 어떻게 이런 세상이 있었냐고 신기해하는 시대가 오길. 아무리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이킬 수 없다 해도 돌아와야 하는 것들은 꼭 다시 돌아와, 일상을 잃은 지금의 삶이 평범한 나날이 되지 않길. 2020년이 끝을 향하는 시작이 되지 않길. 부디 전무후무한 해가 되길.


아무튼 이 날들 살아내시느라 수고 많으셨다. 내년은 좀 더 나아질 테니까, 당당히 희망을 삶의 소망을 붙드셨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우리는 단단하고 어떤 것이 와도 적응하는 동물이니 밝은 날을 믿고 기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


혹시나 2022년 사람한테 전화 오면 한 번 믿어봐요.. 아무튼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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