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 디자이너 님이 나오신 편을 봤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내가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의문점이 들었던 것들에 대한 해답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먼저 구글 수석 디자이너인 김은주 디자이너 님과의 인터뷰 내용 중 유재석 님이 하신 말씀이다.
김은주 님 曰
사실 모든 사람은 많은 것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자기가 자신감이 떨어지면 안 갖고 있는 것만 계속 보면서 그것만 커져 보이는 거에요.
유재석 님 曰
이 얘기를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제가 방송을 꽤 할 때인데 매니저 분이 저한테 그러는 거에요. "야, 너는 다 좋은데 카리스마가 없어." 누구누구를 가리키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카리스마를 가져." 그 때 저는 "아 예. 알겠습니다." 일단 형님이시고…. 근데 전 진짜 갖고 싶지 않았거든요. 전 근데 진짜 그랬어요. 갖고 싶지 않은 걸 왜 자꾸 가지라고 하는지…. 주변에서 그런 얘기로 인해서 "맞아, 난 이게 부족해." 해서 내가 가진 많은 장점들을 놔두고 다른 것들을 찾아서 나를 괴롭히거든요. 사실 내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아주 최악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김은주 님이 사내평가를 앞둔 동료직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냈을 때, 함께 보낸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의 내용이다. 디자이너 님은 '여러분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이면서 스트레스 받고, 걱정하는 직원들을 위해 위로해주었다.
김은주 님 曰
우물 안 개구리 얘기는 제가 미국에 오래 살면서 저의 묵은 어떤 고민을 모아서 썼던 글인데요. 한국에 살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갔던 거에요. 넓은 세상으로 가겠다. 그래서 간건데… 미국에서 오래 살아보니 사실 타지 생활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그러면 더 굉장히 더 작은 사회생활을 하게 돼요. 한인들 모여있는 곳에서 한국 식당 가고 한국 교회 가고. 그러면서 어느순간 저를 돌아보니 한국보다 더 작은 우물에서 살고 있는거에요. 한동안 그것 때문에 너무 괴로웠어요. "내가 여기에서 이렇게 살거면 여기 왜 왔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고민들을 한참 하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온 게 내가 왜 '어디에 있는 것인가'에 자꾸 집중을 하고 있을까.
우물 안이 문제가 아니에요. 우물 안 개구리의 핵심은 우물 안이 문제가 아니라 우물 안에서 불행하게 사는게 문제거든요. 그래서 저는 바다에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개구리인 나를 버리고 바다 개구리가 되려고 엄청 애를 썼던 거에요. 그런데 세상엔 바다 개구리라는 건 없어요. 그냥 저는 개구리인거에요. 그리고 그 개구리가 문제가 아닌 거에요. 그래서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개구리가 어때서? 나 개구리야. 개구리가 어때서?" 그 순간부터 개구리인 것으로 행복하게 살자. "난 행복한 개구리입니다." 라고 마무리 했던 글이에요.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살고 있는 나는, 학생 때부터 선생님이든 친구든 "더 넓은 세상에 가 봐야 된다. 기회가 되면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해야 한다." 라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난 그러기가 싫었다. 넓은 안목을 가져야한다는 말이지만, 나는 복잡한 서울도 싫고 그저 지방에서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부모님의 곁을 떠나기도 싫었다. 서울에 있는 학교가 아닌 지방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내 계획에 선생님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면서 '목표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 더 크게 놀아야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나를 제외하고 거의 모두의 학생들이 인서울 대학을 원했고, 무조건 서울에 가고 싶고 유학도 가고 싶고 워홀도 가고 싶다고도 말했다. 자꾸 '서울, 서울. 외국, 외국'을 강요하듯이 말하는 목소리도 너무 싫었다. '내가 내 갈 길 가겠다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은 '성인이 되고 나면 부모님께 빚을 져서라도 외국 배낭 여행을 다녀와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다양한 걸 경험해봐야 시야가 넓어진다.'라고 덧붙이셨다. 선생님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많이 얘기한다. '여행을 다녀오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갈 때 너무 기대했다. 나도 여행을 다녀오면 생각하는 게 좀 달라질까? 더 나은 내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면서.
하지만 며칠 간의 일본 여행, 2주 정도의 동유럽 여행을 갔다 왔음에도 불구하고 난 달라진 게 없었다.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가면서, 선생님께서 했던 말씀도 떠올렸다. 변했지만 내가 못 알아챈 것일 수도 있고, 한 달 정도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짧은 여행이었기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내 이야기에 어떤 사람들은
네가 아직 우물 안에 있어서 그래.
서울(or 외국)에서 제대로 안 살아봤지?
생각하는 게 달라진다니까?
좀 더 시야를 넓히면서 살아야지.
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가기 싫다는데.
내가 거기에서 지내고 싶지 않다는데,
왜 자꾸 강요하는 거지?
모험을 극도로 꺼리는 타입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난 낯선 곳에서 내가 원해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남들에게 이런 식으로 강요 받아오면서 살아와서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건가?'라는 의문점이 마구마구 생겼지만 그 의문점은 김은주 수석 디자이너 님의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를 보면서 해소되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나 자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주변 환경이 이래서 생각을 좁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 넓은 곳에 가면 더 좋은 걸 경험할 수 있다.'고도 얘기하지만, 그러면 더 넓은 곳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 전부 다 그 생활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나?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물론 넓은 시야를 가져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건 행운이고, 해보면 좋다. 그러나 애초부터 내가 놓여있는 이 곳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가짐인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있는 이 곳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어디에 있든지 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어디에 있더라도 크게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로 나가고자, 외국으로 나가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사람의 생각이 다양하듯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나를 더 단련시키고자 모험을 해서 자아실현을 해보고 싶단 사람도 있고, 내가 머무는 이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자아실현을 해보고 싶단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전자를 더 추천하고, 후자의 의견은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마치 전자의 경우가 정답이고, 후자의 경우는 오답인 것처럼 말이다. 보통 전자의 경우가 더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 그런데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더 넓은 세상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자꾸 더 넓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우대해준다면 배경만 보고 어떤 사람은 보지도 않고 프리패스, 어떤 사람은 보지도 않고 탈락일 수 있다. 해외파를 우선시 하지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배경만을 중시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갖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도 '더 넓은 곳에 가서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지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 말에 '정말 그래야지!' 혹은 '그래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전자의 사람은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고, 후자의 사람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나만의 생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나도 그랬지만, 어릴 때 부터 저런 말을 계속 들어왔다면 '그렇게 해야하는 건가보다.'라고 생각하며 하나의 퀘스트라고 생각하기 쉽다. 강요적인 말투로 얘기하기 보다는 '이런 방법도 있어. 네가 더 배우고 싶다면 부모의 곁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라고 얘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김은주 디자이너 님이 이미 미국에서 살아보셨고, 엄청난 스펙을 갖고 계시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고, 저런 말을 해도 수긍이 가는 것도 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방구석 백수가 저런 말을 하면 누가 공감을 해줄까?
그러나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고, 난 이대로 나아가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달라진 건 마음이 이전과 비교했을 때 편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밖으로 나가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모험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 곳에서의 자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나아질 가능성도 있는 반면에 내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얻고 적응하지 못해 지금보다 더 못한 생각을 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내 성향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도 행복한 개구리로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