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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Jan 17. 2022

예술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다.

영화 <라따뚜이> 리뷰


2007년에 개봉한 <라따뚜이>. 그저 생쥐가 요리하는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예술에 대한 관점으로 보고 리뷰를 남기려 한다.


줄거리

음식은 그저 '배 채우는 용'이라고만 생각하는 생쥐 레미네 가족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음식이 먹는 것보다는 생존에 필요한 연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썩은 음식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레미는 달랐다. 레미는 선천적으로 다른 생쥐들보다 맛이나 향에 대한 감각이 달랐다. 그래서 레미는 다른 생쥐들이 먹을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 아닌지 감별하는 일을 맡았다.

레미는 음식은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간의 집에 들어가서 재료를 훔쳐오려고 했다. 그때 그 집 TV에서 나오는 요리사 구스토. 구스토는 요리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스토는 구스토 레스토랑을 차려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까다로운 미식가인 안톤 이고의 혹평을 받고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한다. 이후 구스토 레스토랑은 이전과 같은 명성을 누리지 못했다.

레미와 에밀은 그 집에서 조미료를 훔치려다 집주인 할머니에게 들키게 되고, 할머니는 쥐를 쫓아내고자 총을 난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쥐들이 살고 있던 집의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 수백마리의 쥐들은 집에서 빠져나와 피난을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레미는 집에 있던 구스토의 레시피 책을 가지고 가느라 가족들을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혼자 동떨어지게 된다.

구스토의 책을 보면서 레미는 상상 속의 구스토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구스토는 여기 지하에만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구스토는 진짜 구스토가 아니라 레미의 깊은 마음 안의 속마음이다. (쥐덫에 갇힐 때 깨달음)

레미는 지금까지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서야 자신이 프랑스 파리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꿈을 펼치고자 결심한다.

한편, 링귀니는 구스토 레스토랑의 총 주방장인 스키너에게 엄마가 쓴 편지를 건네며 그 식당의 청소부로 일하게 된다. 첫날부터 허둥대다가 스프를 쏟아버리고, 링귀니 마음대로 몰래 스프를 만들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레미는 링귀니가 아무거나 넣는 모습을 보다가 그만 주방으로 떨어진다.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주방 밖으로 빠져나오다가 링귀니가 만든 스프의 냄새를 맡는다. 레미는 자신의 능력으로 스프에 재료들을 추가하다가 링귀니에게 딱 걸린다.

그런데 이 스프를 레미가 손댔다는 것은 모르고, 링귀니가 손을 댔다고 착각해서 스키너는 링귀니에게 야단친다. 그러는 와중에 스프가 손님의 식탁으로 향한다. 뜻밖에도 손님은 그냥 손님이 아니라 비평가였으며, 이 스프가 굉장히 맛있다고 칭찬한다. 스키너는 청소부인 링귀니가 음식에 손을 댔다는 것 자체가 불만이어서 그를 해고하려 한다. 그러자 꼴레뜨는 구스토의 명언인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를 말하며 링귀니를 해고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언짢아진 스키너는 링귀니의 실력이 그저 운이라고 생각해서 일주일의 시간을 줄테니, 꼴레뜨를 사수로 하고 똑같은 맛의 스프를 만들라고 지시한다.

그때 레미가 밖으로 나가려던 게 들킨다. 스키너는 식당에 쥐가 나왔다는 것이 밝혀지면 문을 닫는다고 말하며 링귀니에게 쥐를 밖에 나가서 죽이라고 한다. 레미가 강물에 떨어지기 직전, 링귀니는 레미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것과 요리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링귀니는 레미에게 요리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레미는 링귀니 머리 위에 앉아 머리카락으로 그를 조종하며 요리를 연습하도록 돕는다.

스키너는 링귀니로부터 받은 링귀니 엄마의 편지를 읽어보는데, 그 내용은 링귀니가 사실은 구스토의 숨겨진 아들이었다는 것이다. 구스토는 이를 몰랐기 때문에 자신의 재산을 레스토랑 주인에게 상속하기로 한 유언장을 작성했었다. 스키너는 링귀니가 구스토의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자신이 재산을 상속받지 못할까봐 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다. 더군다나 스키너는 온전한 요리를 대접하기 보다는 그밖의 것에 눈독을 들였기 때문에 구스토의 이름을 건 냉동식품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구스토 레스토랑의 주인이 된다면 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링귀니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 안됐다.

링귀니의 스프가 또다시 인정을 받게 되고, 링귀니는 꼴레뜨와 함께 주방 관련 기술을 배우면서 서로 호감을 쌓게 된다. 한편, 레미는 식당 앞에 찾아온 동생 에밀을 발견하고, 에밀을 위해 레스토랑에 몰래 들어가 식재료를 훔쳐온다. 그리고 에밀은 가족들이 레미를 찾고 있다며 가족들에게 데려간다. 레미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에 이전의 생활을 하기 보다는 요리의 길로 나아가고 싶다며 아버지인 쟝고에게 말한다. 그러자 쟝고는 인간들은 믿을 존재가 되지 않는다며 레미에게 현실을 보라고 말한다. 

스키너는 링귀니의 머리 위에 쥐가 있다거나 쥐와 함께 있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기에 링귀니를 떠보기 위해 와인을 마시며 쥐 얘기를 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링귀니는 다른 말만 해대고 결국 열받은 스키너는 출근 전까지 주방을 치우라고 지시한다. 다음 날 출근한 레미는 자고 있는 링귀니를 억지로 깨워보려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꼴레뜨에게 의도치 않은 반응을 보이게 된 링귀니는 꼴레뜨를 붙잡고자 레미의 정체를 공개하려 한다. 하지만 레미의 임기응변으로 잘 넘어간다. 그날 이후 링귀니는 레미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하고 꼴레뜨와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리저리 치여서 레미는 인간들은 결국 쥐를 혐오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실망을 느낀 레미는 다시 식당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식당 앞에는 에밀과 그들의 친구가 와있다. 레미는 배고파하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어 재료 창고로 가려 하는데, 창고에는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열쇠를 찾고자 스키너의 방으로 들어온 레미는 그곳에서 구스토의 유언장과 링귀니 엄마의 편지를 발견하고, 링귀니가 구스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스키너가 이를 목격하고, 레미는 유언장과 서류를 링귀니에게 전달해주기 위해 달아난다. 한참의 추격 후에 무사히 링귀니에게 서류가 전달되고, 구스토 레스토랑의 오너는 링귀니가 된다. 그리고 냉동식품을 만들려는 스키너는 결국 레스토랑에서 쫓겨난다. 이후 언론이 링귀니를 주목하기 시작하지만,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그에게 선천적인 재능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가 된다. 링귀니도 차마 레미의 정체를 밝힐 수 없었기에 유전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레미는 이런 링귀니의 반응에 억울함과 실망을 느낀다. 결국 사이가 점점 멀어진 링귀니와 레미. 레미는 링귀니가 괘씸해서 식구들을 불러 재료 창고를 털기로 한다.

링귀니는 레미에게 사과하고자 재료 창고를 찾는데, 레미의 가족들이 재료를 훔치려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레미에게 실망한다. 한동안 레미는 링귀니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지만, 미련이 남아 레스토랑을 맴돈다. 그날 밤에 까다로운 비평가인 안톤 이고가 방문하기 때문에 긴장하는 링귀니는 주방에서 패닉을 느낀다. 한편, 레미는 스키너가 설치한 쥐덫에 갇히게 되고 트렁크에 갇혀 링귀니를 도와줄 수 없게 된다. 이때 레미의 식구들이 나서서 레미를 구해주게 되고, 무사히 주방으로 들어간다.

쥐를 본 직원들은 쥐를 내쫓으려 하지만 링귀니는 레미가 지금까지 요리를 해줬다면서 한번만 믿어달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믿어주는 사람 없이 레스토랑 밖을 나가버린다. 실망에 빠진 링귀니에게 레미는 자신의 식구들을 총출동시킨다. 쥐들은 요리를 맡고, 서빙은 링귀니가 하는 식으로 레스토랑은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었다. 링귀니에게 실망한 꼴레뜨는 오토바이를 타다 구스토의 레시피 책을 발견하고, 무언가 깨달은 듯 레스토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레미와 함께 안톤 이고를 위한 요리를 한다. 그 요리는 프랑스 가정식이자 제일 평범한 '라따뚜이'였다.

안톤 이고는 레미가 만든 라따뚜이를 먹자 어린 시절 자신의 엄마가 해준 라따뚜이가 생각나 요리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그리고 주방장을 부르지만, 링귀니와 꼴레뜨는 영업이 종료한 뒤에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영업이 끝나고, 주방장의 정체가 레미라는 것을 밝힌다. 레미는 안톤 이고 앞에서 요리를 하고 안톤은 '잘 먹었다'는 얘기와 함께 돌아간다. 그리고 안톤의 비평이 신문에 실린다.

비평가라는 직업은 굉장히 쉬운 일이다.

위험 부담이 없으며,

우리의 평론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아주 잘난 척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쓰기에도 읽기에도 재미있는 나쁜 비평들을 쓴다.

하지만 이런 쓴소리를 잘하는 비평가들은

어쩌면 겉모습만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지나치는 소소하고 작은 것들이

우리의 비평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데...

또, 비평가들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과 방어이다.

세상은 새로운 재주나 창작물에 관대하지 못하다.

새로운 것들은 친구가 필요하다.

나는 어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는 소스가 뿌려진

아주 특별한 식사!

음식과 주방장 모두에게

내가 느끼고 있는 선입견은

모두 배제하고 말하겠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예전에는 믿지 않았다.

구스토의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가는 어디서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출신이 비천한 구스토 주방장이지만 감히 말한다.

그는 프랑스의 그 어느 요리사보다도 훌륭하다고.

그러나 생쥐들이 음식을 만들던 중, 식품위생 담당자와 스키너가 이를 보았기 때문에 구스토 레스토랑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링귀니는 꼴레뜨와 레미와 함께 '라따뚜이'란 상호의 레스토랑을 열고 새롭게 시작했다. 물론 링귀니는 서브 담당, 총 주방장은 레미이다. 이후 안톤은 레미를 온전히 믿고 <라따뚜이>에 계속 방문하는 단골 손님이 되었다.






후기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영화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  의외인 부분이 있다면, 구스토 레스토랑이 망한 점? 하지만 망해서 오히려 링귀니가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 포인트였다. 나는 나중에 레미가 링귀니에게 요리 훈련을 시켜서 스스로 주방장이 될 줄 알았는데, 링귀니는 끝까지 요리에 재능이 없었다. 부모가 재능이 있다고 해서 자식도 재능이 있다는 편견을 버리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링귀니는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인정하고, 레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서 레미를 총 주방장이 되게 해주었다. 링귀니도 그동안 많은 곳에서 일하며 잘렸다고 했는데, 스케이트를 타고 서빙을 하는 부분이 과거의 경험이 쌓인 노하우가 나온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까 링귀니도, 레미도 자신의 능력에 맞게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마지막 안톤 이고의 독백 부분이다.

비평가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 참 좋았다. 스스로 자아성찰을 하면서, 우리는 음식을 먹고 비판만 하면 되는데 그 비판을 받은 요리사들은 자신의 말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사실은 그 비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레스토랑에 와서 자신의 음식을 즐기는 일반 손님들인데 말이다. 요리사가 그런 손님들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비평가가 음식을 비평하기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좋은 말보다 나쁜 말에 더 관심을 가지니까.

안톤은 생쥐인 레미가 요리를 하는 것을 보고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모든 편견들이 무너지고 가치관이 바뀌었을 것이다.

또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디에서나 예술가가 나올 수 있다.' 음식을 만드는 것도 예술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는데, 그동안 안톤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예술가라고 한다면, 출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화가로서 이름을 날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부모님은 무슨 일을 했으며 대학은 어디를 나왔으며 그동안 어떤 일을 했으며 등등... 그 때문에 예술가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것 같다. 마치 출신부터 대단해야만 대단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반대로, 형편이 어렵거나 전혀 전공자가 아님에도 미술에서 이름을 날린다면, '형편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배우지 않았음에도...'라면서 그 화가를 수식하는 문구가 계속 뒤따라 붙을 것이다.

사실 예술가는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어디에서나 예술가가 나올 수 있다.' 

출신이나 배경 따위는 중요치 않다. 

오로지 결과물과 그 결과물을 위한

예술가의 노력이 중요할 뿐이다. 

우리가 이런 예술가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제 밖으로 나올,

나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잠재력이 있는 예술가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고 

계속 봤던 사람만 예술계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닐까?

흔히 기존에는 못 봤던 센세이션한 작품이 나오면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안톤이 말했던 것처럼,

새로운 예술을 보고 싶다면

비평가보다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영화 초반에 구스토는 '열정' 하나 만으로 

요리사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그 부분에서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요즘은 열정만 갖고 끝까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열정이란 건 평생 지속되는 감정이 아니라,

그 일을 시작할 때 불타올랐다가 점점 꺼지기 때문이다.

계속 그 불이 활활 타오르도록 하는 땔감의 역할이

돈이나 여러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 등이다.

그래서 '아, 또 열정만을 얘기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안톤 이고의 비평이 참 좋았기에 뻔하지만은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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