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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Feb 14. 2022

희망이라는 환상은 죽음을 불러왔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리뷰

※ 스포일러 포함 / 내용이 깁니다.


주인공은 개츠비이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닉 캐러웨이는 정신병원에서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작년에 있었던 여름을 생각하며 의사와 대화를 하는데 이를 떠올리기도 고통스러운 닉은 대화를 멈춘다. 의사는 말로 할 수 없으면 글로 써보라고 권유하고, 그때부터 닉은 지난 여름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닉 캐러웨이는 미국의 중서부 지역에 있다가 전쟁 이후에 동부 지역으로 건너온다. 1922년, 미국 동부인 뉴욕의 증권가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집은 그로부터 20마일 정도 떨어져있는 곳인 웨스트에그이다. 그곳 반대쪽인 이스트에그는 전통적인 부촌으로 닉의 먼 친척인 데이지와 그녀의 남편이자 옛 친구인 톰이 살고 있다. 닉은 톰의 초대를 받아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데 어쩐지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 식사 중, 톰은 전화를 받으러 나가는데 데이지는 기분이 좋지 않은 채로 밖으로 나간다. 닉은 과거 골프선수였던 조던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톰이 내연녀가 있고, 데이지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닉은 부두 끝에 서 있는 개츠비를 발견한다. 개츠비는 건너편에서 비춰오는 초록색 빛을 잡으려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톰과의 점심 식사가 약속되어있던 닉. 톰은 온갖 재가 흩날리는 자동차 수리점 주인인 조지 윌슨을 방문한다. 이것저것 사업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그건 잿밥이었고, 톰은 조지 윌슨의 부인인 머틀과 내연 관계였기 때문에 그녀와 밀회하러 온 것이었다. 그날 닉과 톰, 머틀 그리고 다른 몇몇 사람들은 톰의 비밀 아파트에 모여서 술을 진탕 마시며 유흥을 즐겼다. (톰이 닉에게 자신의 불륜 사실을 눈감아달라는 일종의 꼬드김이었다)

이런 닉의 모습을 모두 보고 있었던 개츠비는 그에게 파티 초대장을 건넨다. 개츠비는 닉의 이웃으로, 거대한 성의 주인이다. 매일 밤마다 파티를 열지만, 어느 누구도 초대장을 받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개츠비를 모른다. 그런 그에게 개츠비가 유일하게 초대장을 주었다. 그리고 닉은 그 파티에 가게 되고, 개츠비를 찾으려 했지만 그에 대한 루머만 가득할 뿐이었다. 닉은 개츠비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다 진짜 개츠비를 만나게 되고, 개츠비는 닉과 함께 있던 조던을 부른다. 조던은 개츠비로 부터 '모든 것이 말이 된다'면서 하지만 말해줄 수가 없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파티장을 떠난다.

다음 날, 개츠비는 닉과 함께 자신의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울프심과 은밀한 곳에서 만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그런데 이때 데이지의 남편인 톰이 방문을 하게 되고 누구에게나 친근한 태도를 보이는 개츠비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날 닉은 조던으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된다. 5년 전에 조던은 개츠비를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데이지와 함께하는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연인 관계였지만 개츠비는 전쟁 때문에 데이지와의 만남을 지속할 수 없었고 연락이 끊겼다. 그런 부재 속에 데이지는 톰을 만나 결혼을 하려 하지만, 결혼식 날에 개츠비로부터의 편지를 받게 되고 결혼식을 거부했으나 톰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개츠비는 데이지와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일부러 데이지 근처로 이사를 오고 매일 파티를 연다는 것이다. 우연이라도 데이지가 파티에 와서 개츠비가 만날 수 있게 말이다.

집으로 돌아온 닉은 자신의 집 근처에 개츠비가 서 있는 것을 본다. 개츠비는 데이지와 함께 닉의 집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하고, 닉은 그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다. 개츠비는 만남을 위해 닉의 집을 꽃으로 장식하며 데이지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다. 약속 시간이 되고, 개츠비는 긴장한 바람에 뒷문으로 나가버리며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닉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해준다. 그날, 데이지는 개츠비의 집을 둘러보며 세 명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데이지는 개츠비의 셔츠를 보면서 우는데, 개츠비는 그녀에게 왜 우냐고 묻자 데이지는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는 본 적이 없어!"라고 말한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그의 남편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며 자신과 데이지의 관계를 다시 되돌려 놓으려고 한다. 데이지는 원래부터 상류층의 사람이었고, 개츠비는 가난한 계층의 사람이었다. 개츠비는 군대를 다녀온 후 가난했기 때문에 데이지와 사랑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결국 데이지가 개츠비를 떠나고, 부호였던 톰과 결혼을 하게 되는 걸 본다. 그래서 개츠비는 불법적인 노력까지 하면서 자수성가를 해서 데이지를 데려오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개츠비의 계획에 닉은 "과거는 되돌릴 수 없어"라고 말하지만 개츠비는 "네가 틀렸어. 과거는 되돌릴 수 있어"라고 얘기하며 데이지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을 품는다.

개츠비가 계획했던 대로, 톰과 데이지의 집에 모여 데이지가 톰에게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어. 나는 개츠비를 사랑해"라고 말하려는 날이다. 하지만 개츠비가 몰아붙였기 때문에 데이지는 쉽게 말할 수 없었고, 갑자기 시내로 나가자고 말한다. 시내로 나가기 전, 톰은 개츠비의 차를, 개츠비는 톰의 차를 끌고 나간다. 시내로 가던 중 톰은 다시 자동차 수리점에 들르게 되고 조지로부터 이사를 갈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자 톰은 자신에게 있는 두 명의 여자(데이지, 머틀)를 모두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게 톰의 비밀 아파트에 도착하고, 데이지는 개츠비의 말에 홀려서 톰에게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데이지는 다시 정신을 차리며 "나는 톰도 사랑한 적이 있고, 당신도 사랑한 적이 있어"라고 말한다. 톰은 진작에 파티에서부터 데이지와 개츠비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개츠비를 뒷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톰은 닉, 개츠비, 데이지 등 앞에서 개츠비의 실체를 폭로한다. 개츠비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울프심과 함께 부를 축적해왔다고 말이다. 개츠비는 굉장히 분노한 모습을 보이고, 혼란스러워하던 데이지는 밖으로 빠져 나간다.

한편, 머틀과 조지는 부부싸움을 하고 있었다. 바로 머틀이 하고 있는 목걸이를 보고 불륜 사실을 알아차리고 화를 내던 중이었다. 머틀은 집 밖으로 빠져나가다가 노란 차를 발견하고, 아까 보았던 노란 차의 주인은 톰이었기에 톰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했으나 노란 차는 머틀을 치고 달아나버린다. 결국 머틀은 죽게 되고, 동네는 한바탕 난리가 난다. 톰과 닉, 조던은 돌아오다 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죽은 사람이 머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차는 파란색이고, 차로 치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어필하고 조지에게 이 차를 운전한 사람은 개츠비이고, 머틀과 불륜을 한 사람도 개츠비라고 거짓말한다.

톰은 닉이 개츠비와 친하게 지냈던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집으로 초대를 하지만 닉은 이를 거절한다. 그리고 톰의 집에서 숨어있는 개츠비를 발견한다. 그리고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노란 차를 운전한 사람은 데이지이며,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고 한다. 개츠비는 머틀을 칠 것이라는 것을 알고 피하려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자신은 데이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죄까지 다 자신이 덮을 마음을 하고 있었다. 개츠비가 톰의 집에 몰래 숨어있는 이유는, 혹시라도 이 일 때문에 데이지가 톰에게 맞을까봐 두려워서였다. 다행히 톰은 데이지를 위하는 마음이었고, 개츠비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노란 차를 숨긴다. 닉은 빨리 떠나야한다고 얘기하지만, 개츠비는 다음 날 아침에 데이지에게 전화가 오기로 했다면서 기다려야 된다고 말한다. 개츠비는 불안한 마음에 닉에게 같이 있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날, 닉은 개츠비를 떠나기 전에

"넌 그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전부 모아놓은 것보다 가치있는 사람이야."


라고 말한다. 이후, 개츠비는 데이지의 전화를 기다리며 수영을 한다. 그리고 전화벨 소리를 듣고 데이지라고 생각해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몰래 집으로 들어온 조지의 총에 맞아 죽고 만다. 사실 이 전화는 상황이 궁금했던 닉의 전화였지만, 개츠비는 끝까지 데이지라고 생각했다.

개츠비의 장례식이 열렸지만, 닉과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파티에 초대된 그 어떤 사람도. 기사에는 불륜을 한 사람, 차로 치여 죽인 살인자라는 루머가 돌았다. 닉은 데이지에게 연락했지만, 데이지는 장례식에도 나타나지도 않았고 어떠한 소식도 없는 채로 그 동네를 떠난다. 그런 닉은 사람들의 속물적인 성향에 환멸을 느껴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이고, 이 이야기를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을 붙혀 마무리 짓는다.



▶1920년대의 미국은?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 알다시피, 1920년대의 미국이 담고 있던 사상이 아주 잘 나타나있다. 이 시대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기로, 그 이후 사람들은 종교를 1순위에 두지 않게 되고 이전의 사상을 배척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다. 그리하여 종교의 한계에 벗어나 예술가들은 마음대로 자신을 표현하게 되었다. 음악적으로도 재즈 장르가 유행하게 되었다. 또한, 이 당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도 유행이었다고 하는데 1920년대의 미국은 주식이나 부동산 수익률이 굉장했기 때문에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았다.

종교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예술적인 자유로움+경제적인 호황 때문에 많은 젊은이는 물질적인 것에만 좇고, 도덕적으로 해이해져 '잃어버린 세대'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극중 개츠비 또한 잃어버린 세대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이유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 1920년대의 금주법을 어기고 주류를 밀수하는 업자였기 때문이다.


안경 간판이 의미하는 바는?


중간 중간에 이 안경 간판이 비춰진다. 이건 '신의 눈'을 뜻한다. 불륜을 하든 누군가를 죽이든 신은 어디에선가 다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톰의 내연녀가 있는 곳에 안경 간판이 있으며, 데이지가 머틀을 차로 칠 때도 안경 간판을 비춘다.


데이지가 셔츠를 보고 우는 이유는?

김영하 작가는 데이지가 개츠비를 보고 울지 않고, 개츠비의 셔츠를 보고 우는 것으로 보아 허영기가 많은 여성이라고 해석한다. 그 부분만 보면 조금 과한 해석이 아니겠냐고 생각하지만, 후에 개츠비가 데이지의 죄를 뒤집어 쓰겠다는 것도 무시하고, 톰과 함께 떠나며 개츠비의 장례식에 조차도 나타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데이지는 속물적인 인간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지를 허영심이 많은 여인이라는 평을 내릴 수 있다.

또, 그런 인물임을 개츠비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츠비가 데이지를 사랑하는 이유는, 데이지도 사랑하겠지만 자기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은 아마 개츠비가 데이지의 마음을 얻더라도, 그것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기 전, 줄거리만 봤을 땐 데이지가 우는 이유로 개츠비의 셔츠가 그가 그동안 얼마나 힘써왔는지를 보여주는 어떤 상징이기 때문에 그의 고생을 알기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니 알겠다. 데이지는 개츠비의 집에서 물질적인 것만 보며 엄청 신나있었으며, 셔츠를 보자 갑자기 "내가 왜 개츠비를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결혼해서 톰이랑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니까 개츠비에 대한 사랑보다는 개츠비가 갖고 있는 부를 더 사랑했던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실화였다.

이 작품은 저자인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삶과 닮아있는 부분이 있다. 그도 처음에는 가난한 상태에서 젤다라는 여인과 만나 약혼했지만, 가난함 때문에 젤다가 파혼을 요구했다. 그리고 스코트는 그해 여름을 절망 속에서 보내며 창작에 몰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첫 장편 소설인 [낙원의 이쪽]과 기타 단편 소설을 내면서 엄청난 부자가 된다. 스코트는 다시 젤다를 찾아갔고, 젤다와 결혼하게 된다. 이 부분이 가난했던 개츠비가 부자가 되어 데이지 앞에 나타난 장면과 비슷하다.

스코트의 자전적 에세이인 [crack up]에도 나와있다. 돈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지고, 돈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했지만 결국엔 돈이 문제였다는 것 때문에 씁쓸해한다는 것이다.

스코트는 1920년대에 성공 가도를 달렸다. 돈을 쓰기 위해 무수한 단편집을 팔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또다시 흥청망청 돈을 썼다. 자전적 에세이를 쓸 때가 자신의 삶이 엉망으로 절정을 찍던 해였는데, 그가 입은 충격에 대해서 얘기한다. 내부에서 오는 충격은 어떻게 손써볼 수 있는 시간이 지나고, 무너지고 나서 한참 뒤에야 충격이 왔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그는 알코올 중독이나 여러 속물적인 것에 환멸 등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충격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충격이 왔었음을 깨달았고, 그 충격으로 인한 붕괴를 맞이했던 것이다. 결국 스코트는 1940년에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사망한다.


왜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일까?

도입부에서 닉은 개츠비를 소개할 때, ‘희망’이란 단어를 쓴다. 그는 희망을 감지하는 고도로 발달된 촉수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즉, 개츠비는 작은 희망조차도 놓치지 않고 붙들 수 있었던, 희망을 가질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또, 개츠비가 데이지를 처음 집으로 초대했을 때 부분이다. 닉이 추측하기로는 개츠비는 지난 5년 동안 데이지를 환상 속에서만 생각하면서 그 기대가 점점 부풀어 올랐을 텐데, 아무리 데이지가 훌륭한 여자이더라도 개츠비가 생각하는 데이지와 실제의 데이지는 격차가 있기 때문에 분명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실망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개츠비는 환상 속에서 살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환상은 깨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데, 희망이 점점 환상이 되어서 자신이 쏘아올린 환상 아래에 지배된 채로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 암시는 결국 개츠비가 몰락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닉은 속물적인 여러 사람들과의 사건을 겪으면서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었는데, 개츠비에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온갖 이해타산과 위선, 기만 속에서 살아가지만 개츠비 너만은 데이지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너는 그 빌어먹을 인간들 다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이야.”라고 말한다. 닉은 개츠비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모은 것도 알고 있지만, 이 순간 만큼은 그를 가치있다고 표현해준다.


여러 속물적인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오로지 데이지와의 만남을 위해 그토록 노력했던 것. 그것 때문에 위대하다는 이름이 붙여진 듯하다. 이 시대 때의 사람들은 무조건 '돈, 유흥'이 최고라고 외쳤지만, 개츠비만은 돈보다는 자신의 사랑이 우선이었으니 말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도 하고,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있었지만. 데이지에 대한 열정이 그를 위대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애초에 가난이 싫어서 집에서 나왔고, 데이지를 만나기 전에 부를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완전히 속물적이지 않은 인간은 아닌 듯하다.


'개츠비적인' 인물은 무엇일까?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을 갖고 있고, 그 집착 속에서 자신만의 환상을 거대하게 키워 오는 모습이다. 그래서 현실과 환상 사이의 구별이 흐려지고 만다. 그리고 이 환상을 현실로 실행시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집요한 노력과 변신을 한다. 목적으로 수단을 다 정당화해버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박수를 칠 수 만은 없지만, 데이지를 향한 사랑을 보면 또 이런 마음이 들지 않는 양가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운명의 장난 때문에 허망하게 몰락해버리고 마는 그런 인물이 개츠비적인 인물이다.



Lana Del Rey - Young and Beautiful 은 개츠비의 마음을 그린 노래다

https://youtu.be/Te11UaHOHMQ

I've seen the world
세상을 보고 왔죠.
Done it all
모든 걸 다 이룬 그 세상을요.
Had my cake now
기쁨도 맛봤어요.
Diamonds, brilliant In Bel Air now
다이아몬드, 벨 에어 안의 반짝이는 것들이 있어요.
Hot summer nights, mid July
7월 중순의 더운 여름 밤.
When you and I were forever wild
우리가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때
The crazy days, city lights
광란의 날들과 도시의 불빛
The way you'd play with me like a child
아이처럼 당신은 나와 행복해했죠.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m no longer young and beautiful?
내가 더 이상 젊고 아름답지 않다고 해도 날 사랑해줄건가요?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 got nothing but my aching soul?
내가 아무것도 없고, 상처받은 영혼이라도 날 사랑해줄건가요?
I know you will, I know you will
I know that you will
난 당신이 날 사랑해줄거라고 믿어요. 당신은 그럴거에요.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m no longer beautiful?
내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고 해도 날 사랑해줄건가요?

그가 부자가 되기 전, 군인일 때 데이지를 처음 만났다.

데이지는 이미 상류층이었고, 개츠비는 가난했다.

그녀와 대등해지기 위해 부를 축적해왔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과거의 시절이 남아있다.


내가 가난하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데이지는 나를 사랑했다.


열등감 때문에 가난을 극복했지만,

예전처럼 가난해도 날 사랑해줄 거란 믿음을 데이지에게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없더라도 나를 사랑해줄 거지?"라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개츠비에게 환상처럼 남아있는 그 믿음

'데이지는 나를 사랑해'라는 것을 "난 당신이 나를 사랑해줄 거라고 믿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해석

개인적으로 데이지의 행동이 답답했다. 물론 개츠비가 너무 몰아세운 것도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명확하게 표현해주지 못하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있는 모습이 많이 그려졌다. 그런데 데이지도 이걸 알고 있다는 부분이 좀 씁쓸하다. 닉과의 대화에서 "딸이라 기뻐. 멍청했으면 좋겠어. 여자한텐 그게 세상에서 최선일테니까. 예쁘고 어린 멍청이."라면서 자신의 위치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말을 자주 쓰면 안되지만 개츠비는 자꾸 마음을 정하지 못한 데이지에게 "너는 남편을 단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어. 넌 나와 함께 지낼 거야."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데이지에게 세뇌시키듯 말한다. 데이지도 처음엔 흔들려서 톰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후에 개츠비도 사랑했고 톰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데이지의 마음을 조금만 더 들여봤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데이지의 입장을 이해했었더라면 개츠비는 파티조차도 열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에 데이지와 톰이 개츠비의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은 했으나 한편으로는 이해해볼 법도 하다. 전통적인 상류층으로서 그들에겐 명예와 사회적인 지위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장례식장에 갔다면? 기자들은 그들과 개츠비를 엮으면서 상류층의 가치를 깎으려고 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개츠비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화려함과 즐거움으로 치장된 웨스트 에그와 이스트 에그.

반면 온몸에 재를 묻혀가며 신체적인 노동을 하고 있는 동네. 그 동네는 공교롭게도 두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


경제적으로 엄청난 호황을 누리던 192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은 불황이었음을 보여주려던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웨스트 에그와 이스트 에그도 비슷해보이지만 다르다.

웨스트 에그는 호황 속에서 자수성가로 성장한 사람들이 보여살던 부촌이었고,

이스트 에그는 대대로 부를 물려 받는 전통적인 부촌이었다.

때문에 이스트 에그 가문인 톰은, 인종차별주의자로 인종에 관련한 책들만 읽으며 타고난 것이 따로 있다며 어울릴 수 있는 사람끼리 어울려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기엔 웨스트 에그는 졸부 따위에 그쳤기 때문에 데이지 때문이 아니더라도 개츠비를 싫어했을 수도 있다.


데이지는 개츠비를 만나고, "떠나자"고 얘기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웨스트 에그 안에서의 삶은 '그저 멍청한 여자. 톰의 부인'이라는 사회적 위치에 그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름 그 온실을 벗어나고자 했던 것 같다. 여기서 떠나서 살면 자신이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결혼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츠비 "머물자"고 했다. 데이지를 위해 온갖 화려한 것들로 다 치장을 해놓고, 이 모든 것이 데이지를 위한 것이었는데 굳이 떠날 필요가 뭐가 있겠냐는 것이다. 개츠비는 '데이지는 나를 사랑하고, 톰은 절대 사랑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데이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만약 데이지가 개츠비를 선택해서 그곳에 개츠비와 그곳에 정착해서 살았다면, 수많은 비난이 데이지를 향했을 것이다. 데이지를 비롯한 상류층 가문들에게도 말이다. 그래서 데이지는 떠나자고 했을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떠나면 적어도 비난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떠나자는 데이지와 머물자는 개츠비. 그리고 데이지가 머틀을 차로 치고, 은 데이지를 위해 "떠나자"고 했다. 개츠비와의 만남과 교통 사고로 인한 혼란스러움을 잠재웠던 남편 톰의 말이었다. 톰은 물론 완전히 데이지를 위했던 건 아닐 것이다. 그에게 내연녀인 머틀이 그렇게 떠나버리고, 혹시나 데이지가 개츠비에게 가버려서 자신에게 남은 하나의 여자가 또 떠나버릴까봐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붙잡아두기 위해 "떠나자"고 했을 것이다. 또, 꼬리가 길면 밟히듯이 계속 거기에 머물면 개츠비와 한동안 같이 어울렸단 이유로 기자들이 자신의 집에 방문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결국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떠나버리고, 개츠비는 혼자 남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그래도 희망적인건, 개츠비는 끝까지 희망적이었던 것이다. 죽을 때까지도 데이지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희망이 너무 커져버려 환상이 되었고, 데이지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환상은 깨져버렸지만 개츠비는 깨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츠비는 이 모든 게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 환상이었다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억지로 그 마음을 거부하고 끝까지 믿으려고 애썼다.

인정을 하면 데이지의 사랑과 자신이 그동안 일궈왔던 것이 한꺼번에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희망은 두 가지의 길을 가리킨다. 하나는 현실. 또 하나는 환상.

개츠비는 데이지와 함께할 날만을 기다리며 희망을 품어왔다.

그러나 데이지는 개츠비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건 현실이다.

개츠비의 희망은 환상의 길로 안내했다.

환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개츠비에게 주어진 현실은 결국 죽음을 주었다.

현실에서 빠져나오라는 비극적인 제시였다.


희망을 환상으로 가게 하지 말고,

현실로 갈 수 있게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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