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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Mar 14. 2022

내가 갖고 있는 편견은?

영화 <주토피아> 리뷰

시골 마을에서 지내고 있는 토끼 주디는 어릴 때부터 경찰이 되고 싶단 꿈을 가진다. 그러나 '토끼는 경찰이 되지 못해. 토끼는 약해'라는 편견이 있었고, 부모님 또한 주디가 농사 일을 물려 받는 걸 원했다. 이 편견을 깨고 싶던 주디는 경찰학교에 입학해 부단히 노력해서 수석으로 졸업한다. 그리고 주디는 고향을 떠나 주토피아라는 도시에서 경찰관으로 일하게 된다.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경찰이 된 주디는 뿌듯한 마음으로 출근했지만, 주요한 사건인 포유류 실종 사건은 모두 덩치가 큰 동물들이 맡고 자신은 주차 단속 업무를 맡는다. 주디는 실망했지만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로 하며 오전 내에 딱지 100개를 끊어버린다.

그러던 와중 수상한 여우가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주디는 뒤따라 들어간다. 어린 시절, 여우인 기디온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던 주디는 '여우는 교활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주디는 이 여우가 가게에서 행패를 부릴까봐 '여우 꺼져' 스프레이를 꺼내려는 했지만, 여우는 자신의 아들 생일을 맞아 코끼리 아이스크림을 사주러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코끼리 점원은 여우에게는 주문을 받지 않는다며 돌아가라고 한다. 주디는 거절 이유가 말이 안 된다 생각하며 여우 부자를 도와주고, 아이스크림을 사준다. 여우인 닉은 주디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돌아간다.

얼마 뒤 주디는 닉의 아들을 발견하는데 주디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녹이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다. 닉 일당은 아이스크림을 녹여 더 작은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 햄스터들에게 팔았고, 햄스터들이 버린 나무 막대기를 다시 팔고 있었다. 사실 닉의 아들도 진짜 아들이 아니라 그저 동료였던 것. 주디는 닉에게 자신을 속였다고 말하지만 닉은 허가증도 다 받고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닉은 다들 꿈을 이루려 주토피아로 오지만 연약하게 타고난 동물들은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없다며 주디가 경찰인 것을 비꼰다.

다음 날 주디는 주차 단속을 하다 한 씨앗 절도를 한 족제비를 쫓게 되는데, 주디의 순발력과 비상함으로 족제비를 체포한다. 그러나 햄스터 마을을 소란스럽게 하고,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이유로 해고 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이때 서장의 방에 수달 오터톤 부인이 들어오고, 자신의 남편을 찾아달라며 호소한다. 주디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자신이 찾아주겠다며 약속하고, 서장은 주디에게 48시간을 줄테니 반드시 찾아내라고 명령한다. 주디는 별로 있지도 않은 자료로 증거를 찾아내는데, 오터톤이 닉이 만든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걸 목격한다.

주디는 닉에게 이 사건에 대해 도와달라며, 닉이 지금까지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약점으로 닉은 주디를 도와주게 된다. 오터톤이 차를 탔다는 것을 알고 번호판을 추적하러 가지만, 느려도 너무 느린 나무늘보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어 버렸다. 어찌어찌 차가 있는 곳인 툰드라 타운까지 가게 되었는데, 그 차는 오터톤이 탄 것은 분명하지만 발톱 자국이 있는 걸로 보아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짐작한다. 이때 닉은 이 차는 툰드라 타운 조직 두목인 미스터 빅의 것이라며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닉과 주디는 그들에게 잡혀버린다. 미스터 빅은 아주 작은 땃쥐였는데, 닉과 주디는 얼음물에 빠질 위기에 처했지만, 미스터 빅의 딸이 아까 주디가 구해준 땃쥐여서 위기에서 벗어나고 미스터 빅은 감사한 마음에 수달을 찾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미스터 빅 저택의 원예사였던 오터톤은 가족처럼 친한 사이였다. 미스터 빅은 급한 용무 때문에 오터톤에게 차를 보내 약속을 잡았지만, 오는 와중에 오터톤이 갑자기 변해버려서 운전 기사를 공격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닉과 주디는 그날 운전 기사였던 재규어 만차스를 찾아가는데, 만차스는 오터톤이 자신을 공격하고는 '밤의 울음꾼'에 대해서 외쳐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좀 더 단서를 얻고 싶었던 주디는 대화하려고 하지만 갑자기 만차스가 변하고 닉과 주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주디는 급한 상황에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하고,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경관을 포함한 경찰관이 왔지만 만차스는 이미 사라지고 없어서 주디는 순식간에 증거를 놓쳐버리게 된다. 서장은 주디에게 해고라고 말하지만, 닉은 이건 부당하다며 주디의 편을 들어준다. 그리곤 남은 10시간 동안 수달의 행방에 대해서 찾기로 한다.

닉과 주디는 멜웨더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 만차스를 끌고간 차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알아낸다. 주디의 순발력으로 은밀한 장소에 들어가게 되고, 지금까지 실종된 14마리의 포유류들이 그곳에 있는 걸 알아낸다. 그런데 그곳에 사자 시장이 있었고, 주디는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다가 전화벨 소리에 들키게 된다. 주디와 닉은 그곳을 도망치고 사자 시장은 주디의 증거로 체포된다. 포유류 14마리의 실종 사건을 해결한 주디는 기자회견을 하게 되는데, '포유류들이 갑자기 난폭해진 이유'에 대한 답에 '그들은 본능에 따라 돌아가려고 한다'며 말실수를 하게 된다. 이런 대답에 크게 실망한 닉은 주디의 파트너 제안도 거절하고, 주토피아의 시민들은 몸집이 큰 동물들에 편견을 가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의 일을 거들던 주디는, 어릴 적 자신을 괴롭혔던 여우 기디온을 만난다. 기디온은 부모님과 일을 협업하고 있었고, 주디에게 어릴 적의 일을 사과한다. 대화 중, 부모님이 벌레를 방지하기 위해 심어놓은 꽃의 부작용을 얘기한다. 그 꽃의 또다른 별명이 '밤의 울음꾼'이었고, 꽃을 잘못 먹으면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것이었다. 포유류들이 공격적으로 변한 것은 그들의 본능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꽃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디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닉을 찾으러 간다. 주디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그동안 했던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둘은 사건을 쫓는다.


※ 스포주의

미스터 빅의 도움으로 씨앗 도둑이었던 족제비를 잡아내고, 족제비는 비싼 값에 씨앗을 팔기 위해 더그라는 양과 거래를 해왔다고 말한다. 그렇게 더그가 있는 폐 지하철역에 도착한 닉과 주디는 양들을 몰아내고 지하철 자체를 경찰서에 증거로 제출하려고 한다. 양은 따돌렸지만, 빠른 속도 탓에 열차가 탈선하고 폭발해버려 모든 증거를 잃는다. 그러나 닉이 증거의 일부를 갖고 있었고 그걸 경찰서에 내기로 한다. 그런데 갑자기 주디와 닉의 앞에 멜웨더 보좌관이 등장한다. 알고보니 이 일은 멜웨더가 꾸민 짓이었다. 얼굴 마담으로 일하며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멜웨더는 덩치가 큰 동물들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그들이 주목받는 게 싫었던 것이다. 이들을 피하다 주디의 발이 다치고, 닉은 자신의 손수건으로 주디의 상처를 감싼다.

궁지에 몰려 지하에 떨어진 닉과 주디. 멜웨더는 혈청이 든 총을 빼앗아 닉에게 쏘아버린다. 닉은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주디를 물어버리는데! 알고보니 이건 닉과 주디의 연기였다. 손수건으로 상처를 감싸다 블루베리가 떨어지는데, 닉이 일부러 혈청 대신에 비슷한 블루베리를 넣어버린 것이었다. 닉과 주디의 호흡으로 멜웨더는 체포되고, 주토피아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큰 공을 올린 주디는 경찰학교 졸업식에서 연설을 하고, 최초 여우 경찰이 된 닉에게 경찰 뱃지를 달아준다. 경찰서에서 사건 배정을 받는데, 닉과 주디는 주차 단속이 아니라 사바나를 휘젓고 다니는 폭주족 검거에 나선다. 닉과 주디는 경찰차를 타던 중 티격태격 꽁냥꽁냥하는데, 그들을 쌩하고 지나치는 차를 발견한다. 차를 쫓아가니 그 차의 주인은 느려터진 나무늘보였다. 나무늘보는 느리게 웃으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주토피아는 한 마디로 '편견'을 얘기하는 영화였다.

토끼인 주디는 어릴 때부터 '토끼는 약해, 강할 수 없어'라는 편견을 들어왔지만,

주디도 여우의 괴롭힘이나 부모님의 얘기로 인해 '여우는 교활하다, 못됐다'라는 편견에 사로 잡혀 있었다. 

주디는 자신은 편견이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을 향한 편견을 깨버리고 주토피아로 향한다.

많은 동물들이 사는 도시인 만큼 시골에 비해서 편견이 덜 하겠지 생각했지만, 그곳에서도 편견은 있었다.

작은 초식동물은 약하고 순진하고, 큰 육식동물은 세고 당당하다는 편견이었다.

상대적으로 큰 육식동물이 우세적이었지만, 초식동물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시장의 보좌관으로 초식동물 양인 멜웨더를 뽑았지만 실상은 얼굴마담이었다. 사무실도 창고같고, 일은 많고 라이언 시장은 멜웨더에게 '똥멜웨더'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멜웨더도 참을 수만은 없어서 덩치가 큰 동물들이 아닌 작은 동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육식동물들의 본능을 무기로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인 것이다.

한편, 닉도 편견이 있었다. 어릴 적엔 레인저를 꿈꾸며 레인저에 합격했지만, 모두가 '여우는 믿지 못해'라며 닉에게 입마개를 씌우고 괴롭혔다. 그 이후 닉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자, 여우에게 편견이 있다면 고쳐주려고 하기보다 그렇게 행동하자'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닉도 여우에 대한 편견을 들어왔지만, 그 편견으로 자신이 상처를 받았다.

주디처럼 상처를 받았지만, 주디처럼 편견을 깨고 나가기보다는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을 택했다. 포식자 위치인 닉이 편견을 깨려고 한다해도 다른 동물들은 여전히 편견이 있는 채로 여우를 대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주토피아라는 꿈의 도시에 와서 마음껏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타고나기를 약하게 태어난 동물들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주디보다 더 먼저 주토피아에 들어섰고, 12살 때부터 쉼없이 일했던 닉은 일하면서 조금이라도 편견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닉은 엄마가 준 손수건을 20년 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손수건은 어릴 적 자신의 레인저 꿈을 위해 엄마가 선물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편견을 깬 자신의 꿈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적의 트라우마가 있긴 했어도 마음 속에는 '여우는 교활하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여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들이 바라는 대로 당당하게 돈을 벌지는 않았던 것이다.




주토피아가 사람들이 아닌 동물 세상이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더 와닿는다. 인간보다 동물들은 종마다 생김새가 확연하게 다르고, 우리 또한 그들의 생김새만으로도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에 영화에서 이 선입견을 깰 때마다 왠지모를 통쾌함이 느껴진다.

영화에서 'Try Everything'을 부른 가젤은 주토피아에서 유명한 가수다. 그러나 뿔이 달린 가젤은 수컷이라고 하는데, 가젤은 분명 여자의 옷차림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디즈니 측에서 공식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디테일을 잘 살리는 디즈니에서 일부러 뿔 달린 가젤을 그릴 리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기로는 가젤은 트랜스젠더고, 그 이유 때문에 주토피아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으로 평화나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 영화 초반에 주디를 괴롭혔던 기디온이 후반부에 다시 등장하면서 닉 뿐만 아니라 다른 여우들도 교활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었다. 만약 닉만 좋은 여우인 것처럼 나왔다면, 여우가 교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주디와의 사건 해결을 통해 닉이 달라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스터 빅이 땃쥐인 것도, 그를 경호하는 것이 큰 곰인 것도 선입견을 깨는 장면이다. 또, 느린 나무늘보의 이름이 플래시인 것도 마지막에 속도 위반을 한 동물이 나무늘보인 것도 선입견을 깨는 부분이다.




주토피아는 미국을 대변하는 도시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오기도 하고, 주토피아에 수많은 종의 동물이 있듯이 미국도 다인종 국가다. 영화의 결말은 모두가 상생하며 잘 살아가는 것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 주토피아처럼 살아가는 나라가 있을까?

아직도 인종 차별, 남녀 차별, 노인 차별, 소아 차별 등 아주 다양한 차별들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서로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나 차별을 깨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토피아가 이런 주제를 얘기하고 있고 그렇다는 걸 관객들은 알지만 실제로 그런 자세를 갖고 있지 않는, 나아가 가지려고도 하지 않기도 한다.

영화의 내용이 곧 우리 사회를 얘기하는 것인데 왜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주토피아를 보고

'토끼에게 그런 편견을 가지면 안 되지,

여우가 다 교활한 건 아닌데'라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평소에는 자신이 갖고 있던 편견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편견은 너무 깊숙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그게 편견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걸 깨뜨리기 위해선

주디가 교활하다고 생각했던 여우 닉을 만나고,

닉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던 토끼 주디를 만난 것처럼

내 편견에 대척되는 사람을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눠야 한다.

그래야 주디가 닉에게 '멍청한 여우',

닉이 주디에게 '교활한 토끼'라고

장난스럽게 말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편견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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