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카> 리뷰
이탈리아의 어느 한 바다 아래에서 살고 있는 루카. 루카는 가족들을 도와 물고기를 관리하는 물고기 소년이다. (사람으로 치면 염소나 양 관리하는 것!) 그때 바다 위로 배가 지나가는 걸 보고, 루카는 재빨리 바위 밑으로 숨는다. 루카는 바다 바깥의 세상인 육지를 궁금해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어인을 바다괴물이라고 생각하며 무서워하면서도 바다괴물을 해치고자 했고, 어인들은 자신들을 해치려는 인간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때문에 루카의 가족은 절대 육지로 나갈 생각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어느날 루카는 인간들의 신기한 물건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줍다가 알베르토와 처음 만나게 된다. 알베르토도 루카와 같은 어인이지만 바다 생활보다는 육지 생활을 더 즐기고 있었다. 루카도 얼떨결에 육지로 올라오게 되지만, 두려운 마음에 다시 바다로 내려가고 만다. 그렇지만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에 매력을 느끼고 다시 알베르토를 만나 육지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자유를 원하는 알베르토는 베스파라는 오토바이를 동경하며, 베스파만 있으면 어디든 떠날 수 있다고 베스파를 만드려고 한다. 루카와 알베르토는 얼렁뚱땅 베스파를 만들며 도전하고 또 도전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한편, 루카가 가족을 속이고 육지로 나가는 걸 알게 된 엄마는 루카의 큰 아빠가 사는 곳인 심해로 잠시 보내버리려고 한다. 겁도 나고, 그러기 싫었던 루카는 가출을 하고 알베르토의 아지트에 간다. 알베르토는 부모님이 찾으러 오지 못하는 반대편 마을인 포르토로소에 가자고 말하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다.
사람들도 많은 도시에 여기에서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사고를 쳐버린다. 동네 꼬마가 공을 차달라는 것에 공을 잘못차버려서 에콜레의 베스파를 넘어뜨릴 뻔한다. 에콜레는 루카와 알베르토를 비웃으면서 괴롭히려고 한다. 그때, 줄리아가 루카와 알베트로를 구해준다. 줄리아는 아버지를 도와 자전거로 생선배달을 하는 소녀다. 줄리아는 마을에서 열리는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자전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알베르토는 경기에 우승하면 돈을 받을 수 있고, 그 돈으로 베스파를 살 수 있다는 말에 줄리아와 루카와 함께 '아웃사이더' 팀을 꾸려 경기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경기에 출전하려면 출전비가 필요했는데 이 돈을 줄리아의 아버지로부터 벌어야 했다. 아버지인 마시모는 출전하고 싶어도 요즘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돈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자 알베르토는 자신이 도와줄 수 있다며 다음 날 마시모를 따라나섰고, 알베르토의 도움으로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된다. 덕분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그들은, 각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원래 루카와 알베르토는 수영을 잘 하지만, 물에 닿으면 어인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루카는 자전거, 알베르토는 파스타 먹기, 줄리아가 수영을 하기로 정한다.
한편, 루카를 찾으러 마을로 온 부모님. 부모님은 사람의 모습을 한 루카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들을 찾으려고 아이들에게 물을 뿌려대기 시작한다. '아웃사이더' 팀은 열심히 훈련을 하면서 친해지고, 루카는 줄리아에게 우주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되며 급속도로 친해진다. 루카에게 세상을 처음 알려줬던 알베르토는, 줄리아가 루카에게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는 모습을 보며 질투를 한다. 알베르토는 경기에 집중해서 같이 베스파를 타기로 했다는 목표에 대해 얘기하지만, 루카는 자신도 줄리아처럼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알베르토와 루카는 싸우게 되고, 알베르토는 '어인은 학교에 가지 못한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줄리아의 앞에서 그만 자신의 정체를 공개해버리고 만다.
그런데 루카는 오히려 '바다괴물이다!'라고 얘기하며 알베르토를 배신해버린다. 미안해진 루카는 그날 알베르토의 아지트에 가서 사과를 하고, 알베르토의 가족사에 대해서 알게 된다. 철인 3종 경기 날, 결국 팀이 해체되어버린 채 줄리아 따로 루카 따로 경기에 나가게 된다. 재수없는 에콜레는 나이도 속이고, 반칙도 해대며 억지로 자신이 1등이 되려고 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줄리아와 루카가 에콜레를 따라잡는다. 수영부터 파스타 먹기까지 끝마친 루카는 자전거를 타야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비를 맞으면 물고기로 변하기 때문에 망설이던 중 멀리서 우산을 쓰고 알베르토가 뛰어온다. 그때 에콜레는 자신이 1등이라면서 알베르토를 밀쳐버리고, 우산을 놓친 알베르토는 비를 맞아 어인으로 변한다.
사람들은 겁을 먹고 에콜레는 알베르토에게 그물을 던진다. 이에 화가 난 루카는 알베르토를 구하기 위해 비를 맞으며 달린다. 에콜레는 창살을 던지며 루카와 알베르토를 잡으려고 애쓰지만, 줄리아의 도움으로 에콜레를 넘어뜨린다. 바다괴물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마을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지만, 마시모가 나타나서 루카와 알베르토의 변호를 해주고 '아웃사이더' 팀은 1등을 하게 된다. 이때 루카의 부모님이 비를 맞으며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은 이 어인 가족을 보고, 인간과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이후, 마시모네 가족과 루카네 가족, 알베르토는 친해지게 된다. 줄리아가 학교로 입학해야 해서 집을 떠나는 날, 알베르토와 루카는 줄리아를 배웅하러 기차역으로 나선다. 그리고 루카는 알베르토에게 베스파를 타러가자고 얘기하는데, 알베르토는 베스파를 팔아서 기차표를 샀다고 말한다. 학교에 가고 싶어하던 루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기차표를 팔았던 것이다. 알베르토는 루카의 가족에게 루카가 학교에 가게 해달라고 설득을 했고, 루카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입학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알베르토는 함께 가지는 못하고, 마시모와 함께 물고기를 잡으며 함께 지내기로 한다. 루카와 알베르토는 결국 작별을 하며 영화가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루카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알베르토가 더 주인공스러운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 VS 어인으로 그들을 둘러싸는 편견이 있었고, 그 편견이 무너지는 과정을 그리는 스토리이다. 그러나 어인도 어인이 생각하는 편견이 있었다. 바로 알베르토가 계속 얘기하던 '어인은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베르토가 루카를 겪고, 자신도 인간의 모습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던 시절을 생각해보니 꼭 어인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고 루카의 열정도 알았을 것이다.
알베르토는 아버지가 떠나버려 오랜 세월 동안 혼자 지내왔기에 누군가의 정이 그리웠을 것이다. 그러던 중 루카를 만나 행복해했고, 루카가 학교에 가고 싶단 말에 덜컥 겁이 났던 것이다. 루카도 자신의 아버지처럼 떠나서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을까봐 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자신의 곁에 루카를 붙잡아 둘 수는 없는 법이다.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루카를 망쳐버릴 순 없으니 말이다. 루카를 위해서 베스파를 팔아 기차표를 산 것도 있지만, 결국 알베르토의 성장을 위해서 루카와 이별을 결심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알베르토도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힘들었겠지만, 그에게는 마시모와 줄리아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안심을 했던 것 같다. 루카가 떠나 자신에게 아무도 없다면 루카를 보내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마시모가 알베르토에게 남아있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에 알베르토는 자신의 아버지를 마시모에게 투영한 것이다. 또한 루카는 어딜가나 잘 생활했을 것이나 루카에게 더욱 더 많은 지식을 가르쳐주고, 더 넓은 세상으로 갈 수 있게 도와 줄 줄리아가 있었기에 보내준 것도 있을 것이다.
알베르토의 내면의 성장과 함께 아버지가 없었던 결핍을 채워주는 스토리여서 알베르토가 더 주인공 같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단편으로 알베르토의 그 이후 이야기가 그려진 영화가 나왔다.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그들과 대면하는 것이었다. 에콜레처럼 무작정 맞서고 해치려고 하기보다는 함께 대화를 하고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다.
편견에 휩싸이면 에콜레나 또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혐오에 사로 잡히기 쉽다. 어인을 바다 괴물이라 생각하고, 바다괴물은 인간을 해친다는 편견 때문에 바다괴물을 혐오하게 된 마을 사람들. 그러나 루카, 알베르토, 줄리아의 우정 덕분에 이런 편견과 혐오는 눈녹듯이 사라졌다.
루카에서 나온 혐오는 우리가 사는 인간 세상에서도 존재한다. 다양한 혐오가 있지만, 이 혐오가 탄생하기 전에는 어떠한 편견이 있었을 것이다. 각각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 집단을 뭉뚱그려 '이 집단은 이런 성격을 갖고 있다'라고 치부하며 그들 전체를 혐오하기에 이른다.
상대에 대한 혐오는 또다시 그 상대가 자신에 대한 혐오로 번지게 되고, 혐오 VS 혐오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각 집단은 상대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알던 세상이 꼭 맞을까?
사람을 해친다고 생각했던 바다괴물은 사실 바다 괴물이 아니라 그저 어인, 물고기였을 뿐이고 사람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상대의 삶도 나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혐오가 없어져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지만, 혐오를 없애려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듯 사람은 자기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자신이 틀렸고, 내가 알던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한다. 혹은 이 마저도 내 삶에서 부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이미 부정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렇게 부정하기에는 이미 수치로 드러날뿐더러 내 몸으로 내가 틀렸다는 것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치로 보이지 않는 혐오들에 더욱 더 반응하고 동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가난하다는 것은 이 물건을 사지 못함으로써 증명이 되기 때문에 나는 돈이 없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떤 집단을 혐오하는 것은 수치로 증명되지 않는다. 틀렸다는 게 직접 증명되기 어렵기 때문에 내 생각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내가 혐오하고 있다는 것이든 모르고 있다는 것이든 내 생각이 맞고 내가 정답이라는 것 자체가 편견이나 혐오의 발단이 된다. 내 생각이 맞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수치화할 수 있겠는가?
편견과 혐오는 끝까지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틀렸다는 걸 어떻게증명하느냐? 바로 아까 말했듯, 마을사람들과 어인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 대면해야 한다. 그들의 삶을 겪어보고 느껴봐야 한다.
루카가 마을에 가고, 더 넓은 세상인 학교에 입학하는 게 괜히 나온 게 아닌 것이다. 한 집단에만 있으면 그들끼리 더욱더 뭉치고 뭉쳐서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온몸으로 더 넓은 세상에 부딪혀야 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혐오의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비록 자신의 생각이 틀릴지라도 두려울지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루카, 알베르토처럼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