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 리뷰
아내를 생각하면
항상 그녀 머리가 떠올라.
그 예쁜 두개골을 박살내고
뇌를 꺼내서 대답을 찾는 상상을 하지.
부부간의 기본적인 궁금증들.
'무슨 생각해?'
'기분 좀 어때?'
우리가 왜 이렇게 됐지?
에이미와 닉은 한 파티에서 만나서 결혼을 한 부부다. 그들은 매년 결혼기념일 마다 보물찾기 이벤트를 했는데, 닉은 '자신이 에이미를 사랑한다는 것'을 입증해야한다고 생각해서 짜증이 난 상태다. 닉은 하소연을 하러 닉의 여동생인 마고의 바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에이미가 사라졌다. 집은 도둑이 든 것처럼 난장판이 되어있어서 신고를 하는 닉.
론다 형사는 집에 들러 이것저것 수상한 점을 살펴보는데, 피가 있는 것을 보고 이 사건이 보통 실종사건이 아닌 것을 짐작한다. 론다는 에이미의 작업실을 보고, 혹시 <어메이징 에이미>의 그 에이미냐며 묻고 놀란다.
에이미는 부모님이 내신 동화 책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주인공이다. 책 속의 주인공은 어린 아이로, 배구선수에다가 첼로 신동이었지만 에이미는 그렇지 않았다. 에이미는 항상 가상의 에이미의 뒤에서 살고 있었고, 원치도 않는 파티에도 가면서 기자들의 재미없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했었다. 기자들에 둘러싸여 마치 심문을 받는 것처럼 인터뷰를 하던 중, 닉이 공개적으로 프로포즈를 해서 에이미는 그 모습에 반해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경찰 수사를 하고 있는 중, 경찰이 보기에는 닉에게 의심이 가는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결혼을 했음에도 에이미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돈을 마구 썼던 점이나 에이미의 사망보험금 인상 등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닉은 강사로서 학생인 앤디와 불륜을 저질렀고, 에이미는 임신한 상태로 실종이 되었기 때문에 여론과 경찰은 '닉이 에이미를 죽인 살인자'라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론다가 에이미가 긴 시간 동안 적어둔 일기장이 닉의 아버지 집에서 약간 불 타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닉은 폭력적이고 자신은 인내심이 많다는 내용이 꾸준하게 적혀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남자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라는 말이 적혀 있어 '닉이 살인자'라는 것이 더욱 더 확실시된 상태였다.
※ 스포주의
이 모든 것은 에이미의 계획이었다. 에이미는 닉의 로맨틱한 모습에 반해 결혼을 했지만, 자신이 원했던 결혼이 아니었다. 닉이 실업자가 되어서 자신의 돈으로 닉에게 바를 차려주며 여동생 마고와 운영하지만 적자가 나고, 집에서는 게임만 하고 천하태평한 모습에 실망을 했다. 더군다나 에이미는 닉이 앤디와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이 계획을 실행한 것이다.
"닉은 결혼생활 동안 폭력적이었으며, 나는 인내심이 많은 아내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닉에게 죽임을 당한다"
일기장은 긴 시간동안 계획한 것이 아니라 여러 색깔의 볼펜을 바꿔가면서 마치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것처럼 적었다.
사건 발생 당일, 에이미는 조깅을 하러 나가는 닉에게 이혼에 대해 잘 생각해보라고 말을 한 후 계획을 실행한다. 닉이 깊은 생각을 하는 장소가 멀리 있는 곳인 걸 알고 시간을 끌기 위해 그렇게 얘기했던 것이다. 에이미는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미리 뽑아두었던 자신의 피와 임신한 여자의 오줌을 섞어 바닥에 쏟는다. 피의 DNA 검사를 하면 에이미인 것도 밝혀지고, 임신했다는 것도 밝혀지기 때문에 미리 이웃집의 임산부와 친하게 지냈다. 또한 그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일부러 남편이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거짓말을 해서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에이미는 집을 살인사건 현장처럼 꾸며 현금만 챙기고 차를 끌고 나가 인적이 드문 화장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하는 등 자신이 아닌 것처럼 모습을 바꾼다. 워낙에 사회적으로 유명했던 에이미가 실종이 되었다고 하자, 언론은 떠들썩해지고 닉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되었다. 에이미는 닉이 교도소에 갈 날만을 기다린 후 자신이 자살을 해 시체가 나오면 그때 닉이 사형을 당할 것이라는 걸 기대한다. 에이미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이름을 낸시로 바꾸고 허름한 레지던스로 숨어들었다. 거기에서 이웃인 그레타를 만나고 그의 남자친구와 친해지지만 실수로 돈뭉치를 흘려버린다. 에이미도 더이상 여기에 있으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어 지문을 없애기 위해 집안을 청소하던 중(여기에서 화차 생각 났음..) 그레타와 남자친구가 막무가내로 들어온다. 그들은 에이미가 에이미라는 걸 알고, 경찰에 신고 못 하는 신세라는 것도 알게 되어서 그녀의 돈을 갈취했다.
한편 닉은 억울한 누명에 씌일 위기에 처해서 유명 변호사 테너를 고용하고, 에이미의 전 남자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곤 그녀의 가스라이팅이나 자신이 억울하게 범죄자가 되었던 얘기에 대해서 듣는다. 그러나 에이미를 스토킹했던 데지만이 에이미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하지 않았다.
테너는 여론이 닉에게 좋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차라리 유명 토크쇼에 나와서 모든 것을 털어놓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여론을 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토크쇼에 출연을 하려는 그때, 닉의 불륜녀인 앤디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앤디의 폭로로 닉의 이미지가 더 안 좋아질 뻔했으나 성공적으로 토크쇼를 마무리한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던 에이미는 전 남자친구였던 부자인 데지를 불러 카지노에서 만난다. 그리곤 앤디의 기자회견을 보며 신랄하게 욕을 한다. 그리곤 데지의 집에 가게 되는데, 데지는 또다시 에이미를 구속하려든다. 데지와 에이미는 별장에서 닉의 토크쇼를 보는데, 에이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당신을 사랑한다"라는 말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닉은 결국 여러 물증 상의 문제로 체포가 된다. 한편 에이미는 또 다시 소름돋는 계획을 세운다. 별장 내에 CCTV가 있다는 점을 활용해서 에이미 자신이 마치 데지에게 당했다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발목에 끈을 묶고, 와인을 이용해 피처럼 보이게 해서 절규하는 연기를 한다. 그 외에도 강압적인 관계를 했단 것을 보여줄만한 연출을 한다. 그리곤 데지와 에이미가 관계를 맺던 중, 에이미는 베개 밑에 숨겨져있는 커터칼을 꺼내 목 아래를 그어 죽여버린다.
테너의 보석금으로 석방된 닉은 집에 돌아온다. 집 주변을 둘러싼 기자들이 소란을 피우자 밖에 나가니, 데지의 차를 몰고 피투성이가 된 에이미가 돌아온다. 에이미는 비틀거리며 닉에게 다가온다. 원래 에이미는 "닉이 에이미를 죽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지만, 닉의 토크쇼 출연으로 계획을 변경해 "데지가 에이미를 납치했고, 어쩔 수 없이 데지를 죽여버렸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이미 여론은 '에이미가 무사히 잘 돌아왔다, 불쌍한 에이미'로 되어있었으므로 에이미의 수법에 허점이 보여도 경찰은 더이상 수사를 진전시킬 수 없었다. 론다 형사도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 추궁하려 했지만, 에이미는 오히려 경찰의 무능한 점을 강조했다. 굳이 여론을 뒤엎어가며 사건을 끌기에는 이미 여론은 에이미의 편이라 경찰의 이미지를 추락시킬 순 없었다.
닉은 이런 무서운 계획을 한 에이미와 이혼을 하려 했지만, 에이미는 닉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한다. 사실 에이미는 임신 계획이 없어서 닉의 정자를 폐기하는데에 동의했으나 닉의 기자회견을 보고 다시 산부인과에 전화했다. 에이미는 아직 폐기되지 않은 정자를 이용해 닉의 아이를 임신했던 것이다. 닉은 서로 분노하고, 조종하려하고, 상처만 주려고 하니 이혼하는 게 낫겠다란 식으로 말을 하니, 에이미는 그게 결혼이라고 말한다. 결국 모든 게 에이미의 각본대로 살아가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된 닉은 자포자기한 상태로 에이미와의 부부생활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첫번째 장면처럼 마지막도 수미상관 구조로 끝난다.
생각보다는 그렇게 소름돋지는 않았다. 아마 아쉬운 점이 있어서 그런 듯하다.
어쨌든 에이미는 가스라이팅과 자신의 똑똑한 두뇌를 이용해서 모든 상황을 자기 마음대로 다루려고 하는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유명인사였기 때문에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았을 것이다. 밧줄로 속박되어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데지를 커터칼로 그었느냐 하는 의심은 여론에 묻힐 것이 분명했을 것이므로 에이미도 이 점이 허점인 것을 알면서도 그냥 계획을 실행했을 것이다. 이미 여론은 '에이미는 파렴치한 스토커 성폭행범에서 간신히 살아돌아온 불쌍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었으므로 누군가가 의심을 하는 순간, '어떻게 에이미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라면서 오히려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을 못된 사람으로 만들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여론이 자신의 편이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에이미는 그런 대범한 범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에이미는 닉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닉의 로맨틱한 모습, 자신에게 잘 해줄 것이라는 모습 때문에 결혼생활 이후에도 남들에게 그렇게 보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닉은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았고, 오히려 앤디와 불륜을 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닉의 불륜이 화가 난 것도 있겠지만, 불륜으로 인해 행복해 보이는 내 가정이 파탄났다는 점이 화가 났을 것 같다. 그리고는 자신은 대외적으로 끝까지 착하고 인내심 많은 사람으로 보여야하기 때문에 닉이 자신을 살해했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다가 닉이 토크쇼에 나와 '에이미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해서 에이미는 '이제야 예전처럼 돌아온 것 같다, 예전처럼 가정을 행복한 것처럼 꾸밀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서 데지를 죽이는 변경을 세웠다.
에이미보다 <어메이징 에이미>가 더 유명했기 때문에 항상 에이미의 삶에는 그 책 속의 주인공이 그림자처럼 뒤따랐을 것이다. 오히려 그 책 속의 주인공이 에이미였을 것이다. 그런 삶이 싫었던 에이미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닉과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을 수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로맨틱하게 프로포즈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여기에서 결혼을 승낙하면 더 멋져보이겠지? <어메이징 에이미>보다 내 기사가 더 많이 나겠지?'란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어메이징 에이미>보다 주체적으로 살고 싶었지만, 오히려 그 동화 속에 나온 에이미처럼 자신도 자기를 꾸미고 있었다. 그렇게 꾸며야만 자신이 책 속의 주인공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꾸미는 것도 모자라 닉과의 관계도 꾸미고,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꾸몄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비로소 만족하는 에이미는 자신이 주인공이 될 계획을 망가뜨리는 사람을 무조건 해쳤다.
에이미의 전 남자친구인데, 성폭행범으로 누명을 쓰인 남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에이미도 책 속 주인공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런 계획을 했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관심이 만약에 기부 같이 좋은 행동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자신이 불쌍한 사람이라는 관심이었어야만 했을까?
자라온 가정환경도 있겠지만, 에이미가 항상 못된 일만 선택했던 이유는 언론과 여론의 특성이 있었을 것이다. 언론은 항상 좋은 행동에는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사람들의 반응이 대단하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공분을 살만한, 내가 동정할 수 있을만한 대단한 사건이어야 사람들은 그 사건에 관심을 기울인다. 에이미는 그걸 알고 계속해서 나쁜 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부정적인 사건에만 반응하는 언론, 여론과 그 모든 것을 궤뚫는 에이미의 계획을 조합한 환장의 콜라보라고 볼 수 있겠다.
에이미의 입장에서 보여진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에이미가 그동안 닉에게는 어떤 짓을 했는지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영화에서는 닉과 에이미가 싸우다가 에이미를 밀쳐서 계단 기둥에 부딪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에이미의 상상이기 때문에 닉이 진짜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대화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에이미는 그간 결혼 기념일 동안 에이미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해야했으므로 피곤했다고 한다. 또, 에이미가 전 남자친구에게 누명을 씌운 사건을 보면 에이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에이미가 닉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나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계획적으로 했던 일이 또 무엇이 있는지 말이다.
또, 에이미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외부적으로 보여지기에 완벽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무서운 계획을 세운 것인데, 마치 닉의 불륜 하나가 도화선이 되어서 그런 사건을 꾸민 것 같다는 연출처럼 보여서 아쉬웠다. 닉이 게임만 하고, 직업을 잃은 채로 있는 것이 에이미 입장에서 한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는 쪽으로 연출을 더 했으면 어떨까 싶다는 생각이다.
더 아쉬운 부분은 에이미가 허름한 레지던스에서 그레타와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허무하게 돈을 빼앗기는 장면이다. 철저하게 계획을 하는 에이미인데 그렇게 쉽게 돈을 빼앗겼단 점이 모순된 느낌이었다. 데지를 만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던 걸까? 아니면 에이미가 점점 미쳐가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했던 걸까? 어쨌든 그녀도 사람이니까 허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