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할>이라는 책의 부제목이다. 일본의 승려이자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마스노 순묘'라는 분이 썼다.
어디선가 이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온통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차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나니, 뭔가를 깨닫게 된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실제로 내가 걱정했던 일은 생각보다 그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매번 "이렇게 되면 어쩌지?" "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면 어쩌지?"하고 늘 걱정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내 생각처럼 '이렇게'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말 생각대로 이뤄진다면 매일 로또에 당첨되는 생각을 하겠지?
진짜 기억에 남는 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대학생 때 한 회사에서 현장 실습 목적으로 일 할 때였다. 한 지방의 공원에 조명을 설치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조명을 어떤 색깔, 위치로 디자인할지를 내가 맡았었다. 사실 맡았다기보다는 전임자가 해놓고 간 작업을 요구대로 조금씩 수정을 했었다. 요구대로만 할 뿐 나 외에 디자인 전임자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목적인지, 어떤 의도로 하는 건지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상무님이 그 지방에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원 책임자와 얘기하면서 어떤 조명을 설치할지 정하자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진짜 멘붕이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인턴(도 아닌 걍 대학생....)이 가서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진짜 멘붕이었다....
"제가요?"
"그냥 가서 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면 된다."
라고 하셨다.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정말 부담스러웠다. 왠지 상무님에게 ' 디자이너가 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가 있는 동안 디자인 작업을 얼른 끝내야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일하는 동안 디자인 관련해서 나에게 요구했던 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조금 어이가 없었다. 허드렛일을 주로 시키고, 디자인 관련은 나 알아서 했었다. 그렇게 급하면 미리 디자이너를 뽑지 왜 그런 중요한 일을 전문 디자이너도 아닌 대학생한테 시키는지. 그리고 지방에 가야 한다는 그 날이 내 인턴 마지막 날이어서 다녀오면 분명히 퇴근시간이 훌쩍 지나있을 것이었기 때문에 더 싫었다. 아무래도 그땐 어린 나이였으니 회사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인턴 마지막의 전날 밤, 나는 다른 가방으로 바꾸었다. 좀 더 넉넉한 가방으로 바꾸고 갈 채비를 했다. 회사에서 차로 1~2시간 떨어진 지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다지 좋지 않은 기분으로 출근했다. 오전 안에 가야 했기 때문에 필요한 시안도 다 뽑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상무님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뭔가 심각한 듯 한참의 대화를 하셨다.
"아.... 그래요? 그럼 오늘은 안 되겠네..."
아쉬워하는 상무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의 내 심정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상무님께서 입을 여셨다.
"당분간 작업이 지연될 거라네. 오늘은 사무실에 있어라."라고 하셨다.
그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좋음과 동시에 너무 신기했다.
난 그 지방에 어떻게 가서 무슨 말을 할지, 가는 동안 상무님과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몇 시간 걸릴지, 점심은 뭐 먹을지, 오늘 마지막인데 그래도 사장님께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등... 온갖 고민들을 했었다. 그런데 그 지방에 가지 않는다고 하자 그 걱정들은 순식간에 필요 없어졌다.
그 디자인 작업은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턴 기간이 끝나고 나에게 그 작업과 관련한 연락은 따로 없었다.
그날 난 기분 좋게 인턴 실습의 마지막 날을 장식할 줄 알았는데....!!!!!
반.전.이 있었다. (다음화에!)
이 에피소드를 통해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쓸데없는 고민은 정말 쓸데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그냥 물 흘러가듯이 적당한 고민거리와 긍정적인 마음만 갖고 산다면 삶의 무게는 좀 더 가벼워질 것이다. 그러니 조금은 내려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