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받은 상처가 조언이 된다.
엄마의 첫 번째 조언
'인생에서 너의 적을 만들지 마라.' 엄마는 이 조언을 몇 번이나 해주셨다.
세상은 너무 좁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나와 알고 지냈던 사람을 만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말조심, 행동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나중을 위해서 사람에게 항상 가식을 떨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너 자체가 좋은 사람이 되어라는 의미다. 네가 좋은 사람이 된다면 인생에서 적이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얼결에 나도 모르게 나의 말, 행동 하나가 상대방에겐 가시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가시가 다시 날카로운 검으로 바뀌어 나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그것까지 생각하기에는 피곤한 삶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가짐을 '적을 만들지 마라.'라고 먹으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인생에서 적군보다는 아군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두 번째 조언
엄마의 두 번째 조언으로는 '마음 약해지지 마라.'였다.
내가 어릴 때 본 우리 엄마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화장을 하면 고양이 상처럼 날카롭게 보였고, 무뚝뚝하신 편이었다고 생각해서 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항상 어른들이 얘기하는 엄마의 이미지는 '순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순하게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되려 세게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내 어릴 적 생각이었다. 엄마는 많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남에게 상처를 많이 받으셨다. 사기도 당하셨고, 뒤통수 맞은 적도 여러 번이셨다. 엄마는 그렇게 남으로부터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겉을 세게 치장하고 다녔던 것뿐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엄마가 여린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리 화장과 옷으로 감춰도 감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나도 나이가 좀 더 들어서야 엄마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엄마는 애교도 정말 많은 편이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흠이 있다면 엄마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도 정이 많다는 것이었다. 가장 많이 상처를 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빠다. 그래서 난 엄마만 생각하면 아빠가 싫다. (평소에 아빠랑 나는 굉장히 친하다.)
예를 들자면,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아빠가 정말 꼴도 보기 싫을 텐데 아빠를 챙겨준다는 것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생각해서, 부부싸움 후에도 서로 애정 있는 모습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엄마와 아빠는 다른 부부싸움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칼로 물 베기가 되지 않는다. 며칠 동안 냉전 상태가 유지된다. (그런데 정말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가 일반적인 건지 궁금하다.)
그 냉전 기간 동안에도 엄마는 아빠를 챙긴다. 어딜 가든, 뭘 하든 아빠의 몫은 따로 둔다. 사실 부부싸움의 원인은 대부분이 아빠다. 그래서 난 자연스레 엄마의 편에 선다. 그런데 엄마의 행동을 어릴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나도 아빠를 챙기게 된다. 그럼 엄마는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너는 아빠가 싫지도 않냐, 아빠 것 참 잘 챙긴다."라고 타박 아닌 타박을 주신다. 그러면서 모순적이게도 엄마는 아빠를 챙긴다. 나는 그럼 "그래도... 안 챙겨 놓으면 아빠가 서운해하잖아."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하시는 말씀이 "너는 참 마음이 약하다. 마음 약해지지 마라."라고 하신다. 내가 보기엔 나보다 엄마가 더 마음이 약한 것 같다.
이래서 딸은 엄마를 닮나 보다. 엄마는 그런 성격은 자기 닮지 말라고 하지만, 보고 자란 게 엄마의 행동뿐이라 어쩔 수 없다.
엄마의 조언은 엄마가 겪어서 받은 상처로 만들어졌다.
엄마도 본인 때문에, 남 때문에 혹은 본의 아니게 인생의 적을 만드셨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적에게 상처를 또다시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적을 만들지 마라.'라고 나에게 조언을 했다. 너는 상처 받지 말라고.
약해지고 싶어서 약해진 건 아니지만, 엄마는 마음이 약해서 사람들에게 많이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마음 약해지지 마라.'라고 나에게 조언을 했다. 너는 상처 받고 살지 말라고.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