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요즘 얼굴 좋아졌어요.

아, 제가 브런치를 쓰거든요

by 카페일기

22년 9월 30일

브런치를 쓰기 시작한 후로 얼굴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브런치는 내 정신건강에 아주 도움이 된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과, 누구에게도 가감 없이 털어놓지 못할 카페의 비밀 이야기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된다.

그런데 그것이 티가 좀 많이 나는가 보다.


오늘은 위층에 애견용품 편집샵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랑 수다를 떨다가 신이 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브런치에 카페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는 정보를 발설해버렸다.

그것도 공대 컴퓨터 전공 출신의 사장님에게 말이다.


"아, 궁금한데? 저도 주소 알려주면 안 돼요?"

"안돼요. 제 지인 중 누구라도 제 글을 읽게 되는 순간 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쓰지 못할 거예요."


사장님이 장난기 어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가

전 여자 친구와 연애할 때 구글 몇 번 뒤져서 전 여자 친구의 옛날 옛적 sns 글들을 본 적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 브런치에 이런이런 키워드 치면 바로 딱 나올 각인데~"


..... 나라는 애는 왜 이렇게 입이 방정일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마다 이 글이 발각되면 이 동네에서 끝장날 것 같은 불안함과

더더 과감하게 쓰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아, 자영업자는 이런 고충이 있구나 알아주면 좋겠는 마음과.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내 지인은 없으면 좋겠는 마음..

그런 것은 진정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불안과 설렘을 가득 안고 오늘도 나의 길티 플레져 창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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