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돈 돌려드릴게요.

계산 실수와 잘생김의 상관관계

by 카페일기

사람이 창피해서 죽을 수도 있을까?

지난 번, 계산 실수를 했던 손님에게 또 다시 계산 실수를 범했다.


사실 첫번째 실수는 애교 수준이었다.

우리 가게는 음료를 가져가시는 분들에 한해서 음료값을 천 원씩 할인해주고 있는데, 생각 없이 정가를 받아버린 것이었다. 종종 음료를 마시면 곧바로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를 해주시는 분이어서 인스타 계정을 알고 있었다. 디엠을 보냈다.


22년 9월 7일

'안녕하세요. (가게이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까 계좌이체로 계산해주셨었죠? 저희가 테이크아웃 커피는 천원씩 할인을 해드려요. 계좌번호 알려주시면 천원 돌려드리겠습니다.'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몰랐는데 먼저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맛있는 커피 내려주시는 거에 대한 보답으로 이번엔 그냥 받으시고 다음에 제가 또 까먹을거라 한번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좋으신 분..

그리고 며칠 후 손님이 다시 가게에 방문해주셨을 때 음료값을 이천원 할인해주며 훈훈하게 이야기가 끝나는줄 알았으나... 또 내가 계산 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22년 9월 14일

이번에는 손님이 일행과 방문하셨다.

그런데 내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로스팅을 하느라 손님이 온줄도 모르고 한참을 서계시게 민들었다.


"...안녕하세요."


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그 손님이셨다.


"아, 네. 안녕하세요! 지금 로스팅... 아 한 30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벌써부터 예감이 안 좋지 않은가.


손님은 바로 주문을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을 인지하시고서는 대충 끄덕이시더니 원두 코너에서 무언가를 유심히 보셨다. 원두를 구매하시는 것은 처음이었다.


로스팅을 마치고 주문을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예상한 대로 케냐 원두와 음료 두 잔을 테이크아웃하겠다고 하셨다.

계좌이체 되냐는 질문에 계좌번호 정보 카드를 내어드렸다.


"43800원 보내주시면 됩니다."

"43300원이요?"

"어, 아니요 고객님! 사만삼천팔백원,입니다!"


그와중에 500원도 제대로 받겠다며 똑부러진 척 말했던 내 주둥이를 치고 싶다.

커피를 만들며 속으로 '와 한 번에 사만원이나 벌었네,'

잠깐이나마 신나하던 나 자신이 한심하다.

이어서 '어 근데 왜 원두 하나에 커피 두잔이 사만원이 넘지..?' 생각이 들어 포스기를 확인했다.

만팔천원 짜리 원두를 2번 찍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커피를 만드는 내내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너무 쪽팔렸다.

그냥 먹튀할까... 금액이 커서 그럴 수도 없었다.


준비된 커피랑 원두를 내어드리면서 손님을 불러세워야했다.

아, 정말이지 옆에 일행까지 있어서 더 창피했다.


"고객님 그런데요."

"네?"

"제가 또.. 계산 실수를 해서요.. 돈을 돌려드려야할 것 같아요."

"얼마를..."

"만팔천원이요."


옆에 있던 일행분이 호탕하게 웃으며 양념을 치셨다.

"와~! 만팔천원이면 사기 아니야?!"


.........


손님이 내게 물어보셨다.

"혹시 문과셨어요?"

..그렇다고 대답했다....


손님은 장난이라고 말씀하셨고, 쿨하게 가게를 떠나셨으며.

나는 한참을 괴로워하다가 돈을 돌려드리고, 손님으로부터 한 번 더 너무 개의치 말라며. 인간적인 모습이 보기 좋다는 디엠을 받았다.


왜 대학 다닐 때도 대학을 나와서도 문송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나는 왜 어렸을 때 산수의 중요성, 구구단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걸까?


그런데 이 지점에서 새로운 관점의 변명 하나를 더 덧붙여보겠다.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내가 매일 이런 계산 실수를 범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계산은 포스기에 탑재되어 있는 계산기가 해주기 때문에 크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손님한테만 왜 그럴까? 차분하게,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나만의 답을 찾았다.

그것은 그분이 우리 가게 방문 고객 중 드물게 잘생긴 손님이시기 때문인 것이다.

이 코딱지 만한 구멍 가게에, 정기적으로, 오는 훤칠한 남자 손님.

사고 회로에 이상을 주기 충분하지 않은가.


혹시 어디 가서 주문을 하려는데. 앞에 서있는 알바생의, 직원의, 혹은 사장의 모습이 약간 뚝딱거리는 눈치가 보인 적이 있으신가요?

삐빅. 그렇다면 당신은 예쁘거나, 귀엽거나, 사랑스럽거나, 멋있거나, 세련되거나, 잘생긴 분이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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