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덕이

길고양이, 그리고 나의 귀한 손님

by 카페일기

망덕이는 치즈냥이에게 내가 붙여준 별명이다.

따뜻한 곳에서 재워줄 것도, 매일매일 건강한 음식을 챙겨줄 것도 아니면서 이름을 붙여주기가 영 미안했지만.

그럼에도 부를 수 있는 애칭 내지 별명 정도는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고심하다가 지은 치즈냥이의 별명, 망덕이.

망덕이는 말 그대로 배은망덕해서 망덕이다.

창문 너머로 얼굴을 슥 보이면 내가 일을 하다가도, 혹은 멍하니 앉아있다가도 반가워서 벌떡 일어나 먹을 것을 챙겨주는데 창문 틈으로 먹을 것을 건네려다가 냥펀치를 맞은 일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망덕이는 자주 때렸다.

나도, 그리고 손님들도 구분하지 않고 때렸다.

망덕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손님들이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정말 때려요? 제가 줘봐도 돼요? 안 때릴 거 같은데?" 하면서 나의 경고를 간과하고 망덕이와의 접선을 시도하시다가 어김없이 당하고야 마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몇 번 일어난 후, 나는 망덕이가 오면 자연스레 츄르를 준비하고, 고무장갑까지 장착하는 것을 잊은 적이 없다.


내가 몇몇 길고양이들 중에서도 망덕이를 유난히 더 어여뻐하게된 계기가 있었다.

마감을 하고 있던 밤이었는데 이미 그날 낮에 왔던 망덕이가 나를 다시 찾아왔다.

망덕이는 하루에 한 번 이상 온 일이 없었다. 딱 한 번 얻어먹으면 그날로는 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망덕이가 다시 온 거다.

'뭐야, 아까 얻어먹었으면 됐잖아. 뭘 또 와.' 생각하기도 전에 "냥" 하는 아기 고양이 소리가 났다.

망덕이가 어린 친구를 데려온 것이었다.

츄르랑 사료를 섞어서 창문 밖으로 내놨다.

멈칫멈칫. 망설이던 아기 고양이가 이내 배고팠는지 열심히 밥을 먹었다. 망덕이는 먹지 않고 그냥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망덕이를 좀 더 감정적 친구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 년을 넘게 손님도 없고 춥고 할 때도 거의 유일하게 매일 와준 감정적 동료 같은 망덕이가. 한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질 않았다. 그러더니 보름 전쯤 잔뜩 다쳐서는 나타났다.

특히 목 옆부분이 심하게 베어서 혹시나 인간이 해코지한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길고양이들끼리 싸운 것 같다고 했다.

제발 그런 것이기를.


그날 이후에도 심하게 상처가 생겼던 망덕이 생각이 간간이 났는데.. 얼굴 한 번을 안 보여주다가 드디어 오늘 나타났다.

재빨리 츄르랑 근처 서점 사장님께서 챙겨주신 항생제를 섞어서 줬다.

망덕이는 가만히.. 나랑 음식을 번갈아보더니 입에도 안 대고 그냥 가버렸다.

언젠가부터는 츄르를 줘도 그냥 가버린다. 망덕이가.

그래도 많이 나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간간이 이렇게 얼굴만 보여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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