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오는 단골손님 1
00동에 있을 때 가끔은 따님과, 가끔은 남편과 함께 오던 70대 손님이 이사 온 00동까지 찾아오셨다.
열심히 손부채질을 하며 “오면서 오만 생각을 다 했다. 와 이사를 갔을까. 집주인이 나가라드카나? 월세 올린다카나?” 눈이 마주치자마자 인사할 겨를도 없이 질문 공세를 하셨다.
"월세를 올린다고 한 건 맞는데 나가기로 한 건 제 결정이었어요. 가게 방향성이 좀 바뀌면서 월세 싼 곳으로 이사 왔어요. 플랫화이트 드리면 되죠?"
항상 드시던 메뉴를 하나씩 준비해 드렸다.
그러고 보니 손님과 본격적으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따님이 프랑스 지사에 발령이 나서 삼 개월 동안 파리에 있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그 사이에 가게문이 닫혀있어서 놀랐다고 한다.
손님은 좋아하는 미용실 선생님이 계시면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도 따라가고, 음식점이 이사를 가도 따라간다고 하셨다. 가끔은 사장님들이 거머리처럼 생각해할까 봐 걱정이라시길래 전혀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대답했다. 오히려 감사하지.
파리에서의 생활은 어떠셨는지 묻고 나도 나름의 근황을 전했다.
가만히 내 이야기를 경청하던 따님이 “파리에 맛있는 커피숍이 정말 없어요. 나중에 그런 데서 커피숍 하셔도 잘하실 것 같아요.” 말했다.
"그런데 프랑스는 교통이나 언어가 불편하지 않나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가서 괜찮아요. 그런 것보다는 거기서는 사람 사는 것 같아서 좋아요. 서로 경쟁하는 것도 없고. 대부분 잘 살아요. 물질적으로 대단히 풍요롭다는 것이 아니라요, '잘' 살아요.”
손님이 따님의 말을 거들었다.
“아직 젊으니까 언어는 금방 하면 배운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아야 돼. 지금처럼만 일 년, 십 년 꾸준히만 하면 된다. 나도 프랑스 너무 좋더라? 나이 더 들어서는 거 가서 살고 싶어.”
한참이나 현지에서 마시는 프랑스 와인이 얼마나 저렴하고, 과일도 싱그럽고 맛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옛날 옛적 기억을 되살려 현지에서 마시는 와인의 맛이 어떨지, 과일의 육즙이 얼마나 달지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음 달 출국 전에 한 번은 꼭 더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세 분이 자리를 뜨시고 혼자 남아 빈 잔들을 정리하는데. 아직 젊으니까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말씀이 계속 뇌리에 남았다.
해외 생활에 로망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파리 어딘가에서 커피 내리고 있는 모습은 잠깐의 상상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 하는 것도 빡센데 프랑스에서의 커피숍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새삼 기술을 좀 익혀놔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중에 정 손가락 빨게 되면 어디 다른 나라 가서 바리스타 구인구직을 해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작디작은 열 평의 공간에서 잠시나마 저 멀리 유럽까지 상상여행 하게 해 준 손님들께 감사하며,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와야지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