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의 부러움이고 누군가의 안쓰러움이다.

자영업자, 몸의 자유를 택할 것인가 마음의 자유를 택할 것인가

by 카페일기

9월 15일


9월이 돌아왔다.

우당탕탕 자영업자가 된 지 일 년이 되어간다.

일 년 동안 며칠을 쉬었는지 손을 꼽아 세어보았다.

처음 몇 달은 힘은 넘치고 마음은 초조해 온갖 초과 근무를 하고

정기 휴무날로 지정해놓은 날에도 출근해서는 제멋대로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했다.

하루 종일 파리만 날리다가 마감할 때쯤 손님이 방문하면 그것이 얼마나 반갑던지.

"사장님 이제 마감하세요?" 손님이 질문하면 이미 마감 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냉큼 "아니요, 한 시간 뒤에 닫아요!" 대답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초과 근무, 잔업 또 잔업.


자영업의 세계가 궁금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지인들과 손님들과 대화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중 어느 누구는 나를 부러워하고, 어느 누구는 나를 불쌍히 여겼다.

처음에는 타인의 평가가 참 부담스러웠다.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에게는 "아니야! 하루 열두 시간을 이 작은 가게에 있어봐. 얼마나 답답한지 알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오는 영양부족과 각종 자잘한 병치레는 또 어떻고. 혹여라도 나를 보고 자영업을 생각한다면 당장 그 생각을 고이 접어." 소리쳐 그 생각을 뜯어말리고 싶었다.

반대로 나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당신이 영혼의 자유에 대해서 도대체 무엇을 아시는데요, 온전한 내 선택들로 이루어진 온전한 내 공간, 온전한 내 취향이 가득하고 그 안에서 마음껏 펼쳐지는 온전한 나의 생각들에 대해서 무엇을 아실는지..?" 한껏 비꼬아주고 싶었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 중 삼백 이십일 가량의 날 동안. 하루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13평의 가게 안에서 머물렀다.

과장을 조금 해서 표현하자면 그동안 내 육신은 가게의 포로가 되어 묶여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 정신은 어떠한가, 생각하면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내 정신이 지금보다도 자유로운 날들이 있었던가 생각하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작은 가게에 홀로 앉아 사방팔방 뻗치며 했던 나의 온갖 잡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말도 안 되는 발칙한 상상을 하고, 마감을 끝내고는 집에 돌아갈 힘이 없어 녹초가 된 채로 혼자 가게에 쪼그려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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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시간들은 나를 더욱 단단한 인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오십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돌이켜봤을 때 '아이고 그때 고생 많이 하고 제대로 컸지.' 대견해할 거라는 확신도 있다.


그러니.. 가만 생각하면 자영업을 해야 하는 이유도 명확하고, 자영업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선택이 되겠다.

물론.. 베스트는 돈 많은 백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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