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진상 손님 A-Z

9월 14일, 손님의 앞담화를 듣다.

by 카페일기

손님 A가 테이블을 지나가는 나더러 들으라는 듯이 '여기 원래는 안 그러는데..'라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 들려오는 말. "원래는 엄청 친절하셨는데 바뀌었다."

멘트 하나하나가 귀에 콕콕 박힌다.

이것은 분명히 나더러 들으라는 소리다.


손님 A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아주 큰 개를 데리고 오셨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주문하는 손님들은 이미 너무 많았고 나는 매번 싸우기 지쳤다.

아무 말 없이 주문을 받았다.

커피를 가져가니 손님은 하얀 소파 위에 개를 앉히고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앉아있는 개의 자태가 우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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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지해야 했다.

내 소파도 귀한 내 물건이기도 하고, 개가 앉아계신 그 소파는 하얗고 천으로 된 재질이다.

자리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손님, 애기는 하얀 소파 위에 바로 앉히지 말아 주세요. 무엇을 깔고 앉히시거나 바닥에 앉혀주세요."

말씀드렸더니 떨떠름한 표정이 되신 손님 A.

그렇지만 끝끝내 개를 바닥에 앉히기는 싫었는지 굳이 의자에 하얀 패드가 없는 부분에 앉히려고 애를 쓰셨다.

그러니 강아지는 오히려 주인의 손길을 피해 여기저기 소파를 옮겨 다니며 발자국을 남겼다. 속이 쓰렸다.

내가 다시 다가가 "혹시 물티슈를 드릴 테니 애기 발을 닦아주시겠어요?" 말씀드렸다.

"왜요? 발 닦으면 소파에 앉혀도 돼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원래는 안 되는데 계속 소파를 밟고 다니니 발을 닦아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물티슈를 드릴게요." 하며 물티슈를 건네드렸다.


이것이 내가 앞담화를 듣게 된 사건의 전말이다.

내가 예전과 달리 태도가 달라졌다는 평을 듣게 된 이유.

이들의 인식에 나는 처음에는 무조건 웃는 예스 걸이었다가 지금은 깐깐해진 카페 사장이겠지.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 예전에 비해 파이터가 된 것은 사실이니 인정하도록 하자.


그리고 저녁 늦게, 네이버 가게 정보에 리뷰가 달렸다.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한 악의적인 리뷰였다.

역시.. 혹시나 하는 일은 무조건 일어난다.

한 번도 리뷰에 피드백을 한 적이 없는데 오늘의 사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아서 나름의 대응을 했다.

밤 11시, 인스타그램 디엠이 날아왔다.

'저기요'라는 호칭으로 시작해서 쏟아지는 공격적인 디엠.

시간을 개의치 않고 디엠을 쏟아붓는 손님의 태도에 싸울 기력이 떨어져 버린 내일 오전 여섯 시 출근자...

그저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대답했다.

대화가 끝난 후에도 마음이 답답해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들어야 했다.


9/15일

오늘은 정말이지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무거운 몸을 겨우겨우 일으켜 가게로 출근했다.

가끔 오전에 방문하시는 단골손님 B에게 선물 받은 조각 케이크를 조금 나눠드렸다.

손님 B께서 케이크를 받으시고선 '항상 너무 친절하셔서 감동'이라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어제까지는 욕을 뒤집어지게 먹고, 오늘은 진하게 감사인사를 받았다.


덕분에 힘을 내서 로스팅 머신을 켜고,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내릴 수 있었다.


통장에 남아있는 돈을 털어 전 직원의 퇴직금을 챙겨줬다.

간단하고 형식적인 '금액을 확인했고 고맙다'는 카톡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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