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할 수 없는 해피엔딩
30
10월
오늘은 그가 수원에서 친구 결혼식 사회를 보는 날이다.
나는 친구분을 모르지만 그래도 염치없이 결혼식장에 참석해서 아무 구석에 앉아 그가 사회 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전혀 긴장되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위트 있게 진행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결혼이라, 세월이 흘러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점점 쌓여가고 있지만,
동시에 그가 결혼을 해서 떠나갈 일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요즘 들어 부쩍 그걸 실감하곤 한다. 결혼 얘기를, 아이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하는 그 사람.
다른 사람의 결혼식 사회를 봐주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착잡한 생각이 무상할 정도로, 테이블 위에 놓인 화병과 꽃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는 화병 사진을 찍어 가지고 와서는 그림으로 그리리라, 생각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우리는 뷔페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지하철을 탔다. 결혼식 사회를 본다고 멋지게 빼어 입어서 그런지 오늘만큼은 당당하게 셀카를 찍도록 허락해 주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우리는 지하철 안에서 투닥거리며 꽤 많은 사진을 찍었다.
수원에서, 서울에서, 우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에 너무나 행복했다. 언제나 그의 곁에 붙어 있었다. 떨어지면 죽기라도 하는 듯이.
뭘 했는지, 어디로 갔는지는 늘 그랬듯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와 같이 있으면 시간이 압축되기라도 하는 듯 정신없이 지나가버린다. 그저 행복하고, 아픈 느낌만이 공허하게 남아 있다.
그러고 났더니,
홀로 집에 오는 길이 너무나 힘겨웠다.
아직도 목숨이 붙어 있으니 차라리 내가 먼저 이 외로운 관계를 끝내버리는 게 나을 것도 같다.
그러고 나서, 그리고,
10월 27일
갑자기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조금 궁금해졌다.
하나, 하나, 이제껏 썼던 글들을 모두 읽어보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그 사람 옆에 닿지도 못한 채 하얗게 밤을 지새웠었는데,
몇 주 전에는 꼭 안고 잠들던 때도 있었다.
나란히 걷지도 못한 채 뒤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때가 있었던가 하면,
팔짱을 끼고 지하철 안에서 시끄럽게 투닥거리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또 남은 날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더 좋은 날이 올까?
아니면
끝이 가까워질까?
제발 염치없는 기도인 걸 알지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1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상상도 할 수 없었듯이,
상상도 할 수 없는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