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29

연락할 수 없는,

by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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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좋아하는 웹툰작가가 신작을 내서 알려주려고 카톡을 했더니, 어제 차사고가 났다고 대답을 해왔다.


가만히 있는 케이를 22살짜리 어린애가 들이받았다고 했다. 차 수리는 다 됐고, 몸은 괜찮은데 목이 좀 아프다고 했다.


나는 별생각 없이 꼭 병원에 다녀오라 카톡을 하고는, 한참 후에서야 갑자기 실감이 나서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운전은 정말이지 위험한 것이다. 본인이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운이 없다면 위험한 것이다.


눈앞이 깜깜해져서는 조금 울었다. 그가 살아있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났다.


행여라도, 행여라도 잘못 됐다면. 조금이라도 사고가 커졌다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신이시여. 지금 내 곁에 존재하신다면, 그를 지켜주세요.


내 곁에는 있어주지 않아도 좋으니, 그를 지켜주세요.




9월


월요일은 내가 맡은 3학년들의 수학여행 첫날이자 그의 생일이었다.


12시에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묘한 오기가 생겨 '어디 내 전화를 기다려 보시지'하고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그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은 채 생일날 밤이 지나갔다.


날이 밝아 다음날. 열심히 수학여행 코스를 돌고 있으니 그에게서 카톡이 왔다. 전화 기다렸었다고. 나는 모르는 척 그랬냐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김이 서린 버스에 '태어나줘서 고마워' 문구를 손가락으로 써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는 아주 잠깐 그 사진을 카톡 프로필로 설정해 두었다. 그러고 나서 몇십 분 뒤, 다른 선생님들이 준 케이크와 선물 사진으로 바뀌었다.


그는 내가 보낸 택배와 케이크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도 가고, 바쁜 탓인지 밤에 내가 몇 번이나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늦었지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려고 했는데. 그렇게 쓸쓸히 그의 생일 다음날이 지나가버렸다.


그다음 날에도 온종일 전화를 기다렸지만 여전히 그는 깜깜무소식이었다. 나는 첨성대, 안압지 달빛기행을 하다가 결국 화가 치밀어서 카톡으로 서운한 마음을 있는 대로 토해내고 말았다.


그랬더니 잠시 후에 전화가 왔다.


나는 홧김에 솔직한 심정을 말해버렸다.


"오빠한테 난 별 거 아닌 동생이란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기대하면 되는 걸 알지만, 자꾸 기대하게 돼요."


그는 깜짝 놀랐고, 나에게 한참을 망설이다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다.


얼마 전에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과 잘 돼 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그의 핸드폰으로 나와 한 카톡을 보고는 누구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아끼는 동생이라고 대답했고, 그녀는 믿지 않았노라고. 그래서 나와 연락을 끊었으면 한다고 선택을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럴 수 없다고.


그래서 결국 그녀와 헤어졌다고.


나는 그제야, 깨닫고 말았다.
이제 정말 끝이 오고 있구나,라고. 연락할 수 없겠구나,라고.


그는 헤어진 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누구라도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그의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건지.


별 거 아닌 동생이 아니라고 말한 그가 고마우면서도 너무 아파서 정말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물음표만 머릿속에 가득 찬 밤이었다.


연락할 수 없는 날이 정말로 다가오고 있구나.
그때 가서도 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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