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직 준비 (2)

시험, 면접, 그리고 합격까지

by Sol Kim

두 번째 치르는 2010년 금융 공기업 입사 시험. 작년과 마찬가지로 회계는 나에게 악몽이었다. 고급회계에서나 나오는 내용을 다룬 문제를 보고 '이런 것까지 내냐'며 한숨을 내쉰 기억이 난다. 대충 반 정도 답을 했던 것 같고, 그마저도 부분점수나 좀 받으면 감사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다른 과목들은 상당히 괜찮은 느낌이었고, 특히 원래 강점이 있던 재무 관련 문제들은 대부분 자신 있게 답을 써냈다. 2009년과 달리 시험장을 나서며 '이 정도 해도 안되면 어쩔 수 없지' 후련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건, 내가 매달 하던 업무인 재무리스크 측정 (Value-at-Risk) 관련 문제가 높은 배점으로 출제되었고 '이게 뭐라고?' 의아해하며 문제를 풀었다는 점이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해당 부분은 워낙 마이너한 부분이라 CPA 준비생들도 별로 들여다보지 않으며, 그렇기에 그 문제를 제대로 푼 사람은 나 포함 고작 2명이었다고 한다.






필기시험 결과는 합격이었다. 만약 재무리스크 측정 문제가 출제되지 않았다면 합격할 수 있었을까? 2009년에는 일 년 가까이 준비하고도 떨어지더니 바로 다음 해엔 한 달도 제대로 준비를 못했는데도 시험을 통과했으니 기분이 묘했다. 지금 돌아보면 인생이든 시험이든 운칠기삼이고 때가 있는 것 같다.


급히 금융 공기업에 재직하는 학과 선배들에게 연락해서 면접 참고 자료를 부탁했는데, 2009년에 필기시험 스터디를 함께 했던 S가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면접 스터디 팀을 찾아 들어가서 매주 저녁 모의 면접 연습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B 팀장의 감시와 잔소리를 어떻게 피해 스터디에 참가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1차 면접은 회사 부서 체육대회와 겹쳤고, 등록해 놓은 자격증 시험 핑계를 대며 간신히 빠진 후 면접에 참가할 수 있었다. 덕분에 50만 원이 넘는 시험비도 함께 날아갔는데, 어차피 1차 면접을 가려면 이 시험은 못 치는 거였으니 좋은 핑계를 만들어 줌에 감사했을 뿐이다. 전날 연평도 포격이 터진 2차 면접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드디어 대망의 최종 합격자 발표 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 금융 공기업 사이트에 접속해서 결과를 조회했다. 발표는 꽤나 무미건조했다.


성명: 김 솔

수험번호: XX-YYYY

합격 여부: 합격






다행히 사무실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은 있었고, 인적이 드문 통로로 가서 여자 친구 (현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서 기쁜 소식을 전했다. 본인 딸의 석사 논문을 위해서도 하지 않은 새벽기도를 딸 남자 친구 이직을 위해 하고 계시던 여자 친구 어머님께 누구보다 먼저 합격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다 가져다주며 면접을 자기 일처럼 도와준 S에게도 전화해 감사를 전했다. 연락할 곳에 다 연락을 끝마치고, 기분을 가라앉히고 표정을 관리한 뒤 B 팀장의 책상으로 향했다.



저, 죄송한데 회사를 그만둬야 할 것 같습니다


얼떨떨한 얼굴로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반문하던 B 팀장의 표정, 그리고 그걸 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던 날 선 쾌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 물론 6시가 되자마자 퇴근하던 그날 저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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