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공기업을 꿈꾸는 분들에게(2)

공공기관의 단점

by Sol Kim

공기업 이야기] 공기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1)

지난 글에서 장점을 다루었으니 이번 글에서는 공공기관의 단점을 다룰 차례다. 그 곳에 몸담고 있는 분들과 이어가는 인연이 있기에, 이미 조직을 떠난 몸임에도 불구하고 단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글을 쓰려 노력했을 뿐...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으며, 개개인의 가치관과 선호도에 따라 경중을 판단하여 선택하시길 바란다는 어찌 보면 뻔한 말을 드릴 수밖에 없다. 겨우 10년도 안 되는 경력으로 공공기관을 다 안다는 듯이 떠드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두 곳 이상의 공기업을 겪어본 사람이 별로 없는 것도 현실이니 이 정도는 말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변호해 본다.



1. 정부의 영향력


공공기관의 처우는 정부의 스탠스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다. 경기가 좋았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공공기관들은 어지간한 대기업들도 부러워할 연봉과 복지를 누려서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기까지 했지만, 금융위기 이후의 정권들은 공공 부문의 군살을 빼는데 집중했으며 이로 인해 연봉 인상은 고사하고 그나마 있던 복지나 혜택의 감소 혹은 폐지를 걱정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경제가 좋아지거나 공공기관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공공부문의 처우가 개선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 본다.


이 뿐 아니라 기관이 원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정책이 결정되면 이를 따라야 한다.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2010년대 초반 정부의 결정에 따라 떠밀리듯 지방으로 본사를 옮겨야 했다. 그리고 과거 자원외교에 동원되어 해외 광산이나 유전 등을 매입한 에너지 공기업들은 지금도 큰 부채에 허덕이면서 온 국민들의 비난을 듣고 있다. 하기 싫다고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2. 업무/전문성


일 자체가 힘든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생각이 드는 상황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들어간 금융 공기업에서 내가 제일 많이 한 일은 Excel로 예쁜 그래프 그리고 보고서 오탈자 잡는 일이었으며, 에너지 공기업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문과 출신인 내가 회사의 주축이 되기 힘들다는 생각에 기가 죽기도 했다.


또한 공공기관의 특징인 순환 보직 때문에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운 점도 사람에 따라 아쉬울 수 있다. 물론 조직 입장에서는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잘 아는 Generalist들이 필요하며, 특정 인물들만 주요 부서에 계속 배치했다가는 공정성 시비가 생기니 이런 정책을 펴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어떤 사정으로든 조직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는 그 사람에게 큰 문제가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구직 활동을 하면서 이 문제를 많이 느꼈는데, 바로 업무에 투입할만한 경력과 자격을 갖춘 인력을 찾는 미국 시장에서 이것도 저것도 해본 내 이력은 별로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는지 취업까지 굉장히 고생을 해야 했다.



3. 평가/승진


많은 공공기관의 업무는 계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어쩔 수 없이 인사 평가에는 태도, 업무의 질, 회사 직급 등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팀 내 연차가 낮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고, 일을 잘 못해도 평가자와의 관계가 좋을 경우 평가가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사내 정치의 고도화와 평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이렇다 보니 설령 누군가 실력으로 승진, 유학, 해외 파견 등의 보상을 받아도 ‘줄을 잘 타서’, ‘임원이랑 같은 학교를 나와서’, ‘운이 좋아서’ 등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또한 정년이 길기에 인사적체도 민간에 비해 심한 경우가 많다. 내가 다닌 금융 공기업의 예를 들면, 많은 군미필 여성의 경우 과장 승진까지 10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 이후에 차장을 다는데 또 7~10년이 걸리니 입사 후 15~20년이 되어야 차장 직급을 달게 되는 셈이다. 보통 사기업 친구들은 이때 되면 최소 부장이나 임원을 달고 있다 (물론 퇴직해서 치킨을 굽고 있을 수도 있다. 인생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니까). 물론 공기업에서도 차장 승진 이후부터는 본인 능력과 운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5~6년 안에 부서장이나 임원을 다는 사람도 보았고 더 이상 진급하지 못하고 차장 직급에서도 퇴직하는 경우도 흔했다.



4. 보수적인 분위기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창의성이나 도전 의식보단 지시에 대한 완벽한 수행을 높게 평가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일에 대한 보상을 받을지는 확실하지 않은 반면,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의 페널티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금융 공기업의 경우 그런 문화가 더욱 심했다. 조사역 때는 그야말로 시키는 것만 해야 하는 부서가 많고, 과장으로 승진하고 나서야 자기 이름을 걸고 보고서를 쓸 수 있었다. 개성이 강한 신입사원일수록 이를 견디기 힘들어하고, 심할 경우 겨우 들어온 회사를 1~2년 만에 나가기도 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을 부서장에게 어필하고 싶은 팀장에게 붙들려 일 없이 앉아있을 때도 꽤나 있었고, 말이 통하지 않는 상급자를 만나서 참아야 할 때도 많았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곳일수록 조금만 튀는 행동을 해도 금세 소문이 파다하게 나기 때문에 설령 불합리나 부조리를 보더라도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타고난 성격이 보수적이고 꼼꼼한 사람, 큰 야심 없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일 경우 다른 사람들보다 수월하게 공공기관에 적응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요시하거나, 젊은 나이에 승부를 보고 싶은 사람은 가급적 다른 직장을 찾아보는 것이 본인에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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